표면온도는 같을 텐데 왜 방석을 깔고 앉으면 그냥 앉을 때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지나요?(쓸데없는 게 궁금한 독자 K)
당연한 거 아닌가? 이 질문을 보고 갑자기 장금이가 생각났습니다. 방석을 깔고 앉아서 따뜻한 것을 왜 따뜻하냐고 물으시면 방석을 깔고 앉아서 따뜻하다라고 말할 수밖에요. 그리고 엉덩이살‘도’ 많은 저로선 쉽게 와닿지 않는 질문입니다. 푸짐한 살 때문에 전 방석을 안 깔고 앉아도 따뜻하거든요. 하지만 일행에게 방석을 건네듯, 독자의 사소한 질문 하나에도 지극정성으로 답을 건네는 것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예의인 까닭에 인터넷 검색부터 해봤습니다. 당연하다는 느낌 때문인지 비슷한 질문은 없었습니다. 다시 주변 기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옷을 껴입으면 더 따뜻하고,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고, 등 따뜻하고 배가 부르면 졸린 것이 세상사 이치 아니냐는 하나 마나 한 답변만 나왔습니다.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결국 서울대 재료공학과에 무턱대고 전화했습니다. “표면온도는 같을 텐데 왜 방석을 깔고 앉으면 그냥 앉을 때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지나요?” 담당자는 여기는 행정실이고 본인도 방석을 깔고 앉아 있어 무척 따뜻하다며 다른 연구실로 연결해줬습니다. 섬유공정 및 복합재료 박사과정이라고 밝힌 한 대학원생은 웃으며 열전도율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는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른다”며 “가령 대리석 바닥을 만지고 차갑다고 느끼는 건 실제로는 대리석 바닥보다 더 온도가 높은 손의 열이 대리석으로 전도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를 열전도율이라고 하는데, 금속이나 대리석 등 균질한 성분으로 이뤄진 물질일수록 열을 잘 전달시켜 열전도율이 높다는 거죠. 그는 또 “열전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열을 많이 뺏긴다는 말”이라며, “금속, 대리석 등 열전도율이 높은 물질을 만질 때 차갑다고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럼 방석은? 금속과 대리석에 비해 성긴 성분과 공기층 등으로 이뤄진 방석은 열전도율이 낮은 까닭에 손을 대면 열을 덜 뺏기게 되므로 덜 차갑게 느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결국 표면온도는 같지만 열전도율 차이 때문에 차갑고 따습게 느끼는 것이라는 말씀 되겠습니다. 비근한 예는 많이 있습니다. 자동차 핸들에 고무 커버를 씌우면 덜 차갑다든지, 북금곰 털 같은 카시트를 깔면 덜 차갑다든지 등은 죄다 열전도율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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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앞으로 찬 바닥에 앉을 때는 방석을 꼬~옥 깔고 앉을 일입니다. 치질 앓던 분들은 알아서 방석을 챙기시더라고요. 참, ‘차가운 데 앉으면 치질에 걸린다’는 속설이 있는데 반드시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의학박사 남호탁씨의 (넥서스 펴냄)를 보니 차가운 곳에 앉아서 치질에 걸리기보다, 치질에 걸리면 차가운 곳보다는 따뜻한 곳에 앉아야 한다는 의미랍니다. 아무래도 차가운 곳은 혈액순환이 잘 안 되기 때문이죠. 좌욕을 찬물에 하지는 않잖아요? 추운 겨울, 사랑하는 이의 똥꼬 건강을 위해 살포시 방석을 내민다면 애정전도율 상승은 덤입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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