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직장에서 점심을 먹을 때마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입니다. “아무거나 먹자”지만, 메뉴를 말하면 “또?” “거기 별로야” “그거 빼고”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아무거나’님)
“애매~합니다잉~.” 한 후배는 학교 다닐 때 가위바위보로 정했다고 하네요. 한식·중식·양식을 놓고 그중에서 고르는 거죠. 직장인들이 회사 앞에 점심 먹으러 나와서 가위바위보 하기는 좀 그렇죠. ‘애정남’ 개그맨 최효종씨한테 물어보면 될 듯한데, 강용석 국회의원이 11월17일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모욕죄로 형사고소했으니 머리가 아플 것 같고.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정하는 것보다, 누구한테 이 질문을 던져야 할지가 더 고민이네요.
가장 좋은 방법은 밥을 같이 먹는 팀에 ‘맛집 달인’을 영입하는 겁니다. 이런 달인들은 숨은 맛집을 어떻게 알았는지 참 많이도 머리에 입력하고 있습니다. 찾아간 맛집이 꼭 맛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최소한 설렘이 있죠. 괜찮은 ‘가정식 백반’집을 하나 뚫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밑반찬은 비슷해도 최소한 국은 매일 바꿔주니까요. 월요일은 참치김칫국, 화요일은 미역국, 수요일은 우거짓국….
이렇게 보면, 구내식당이 있는 회사에 다닌다면 참 행복한 셈입니다. 영양사가 단백질·탄수화물 등 영양소를 몇g인지까지 다 따져서, 매일 다른 반찬을 내놓으니까요. 구내식당이 없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의 희망 중 하나가 구내식당 설치죠. 게다가 구내식당은 싸니까요. 구내식당 설치가 아무래도 어려워 보인다면, 점심을 배달해주는 도시락 서비스도 있습니다. 매일 메뉴를 바꿔서 배달해주니까,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니면 식당의 ‘오늘의 메뉴’를 이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빨리 나오고 싸니까요.
날씨에 맞춰서 먹는 것은 어떻습니까? 비 오는 날은 칼국수와 수제비를 먹는 거죠. 바람 불면 따뜻한 국물을 찾아가고, 복날에는 삼계탕이나 추어탕을 먹고…. 봄에는 봄나물비빔밥을 먹고 여름에는 냉면을 먹고 가을 전어철에는 전어구이를 먹고…. 한동안 다이어트를 하며 점심을 건너뛰는 건 곤란할까요? 비슷하지만 더 생색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일을 자꾸 미루는 거죠. “점심도 못 먹게 생겼어요. 일이 밀려서….” 어때요? 밥에 별 뜻이 없는 ‘귀찮아님’들에게는 밥 먹으러 늦게 나가서 ‘어디 갔느냐’고 전화를 하는 것도 어울리는 방법입니다. 그래도 점심 때 동료들과 먹을 메뉴를 고민하는 우리는 행복한 겁니다. 돈벌이할 직장은 다니니까요.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를 하며 혼자 밥 먹는 청춘들도 많을 텐테. 아, 벌써 점심때가 됐네요. 저는 오늘 뭘 먹죠?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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