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응원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고 호젓하게 ‘야구’만 관람하고 싶어 포수 뒤쪽 가운데 상단 부분에 앉아 경기장 전체를 조망하며 볼 하나하나에 신경 쓰며 야구를 봤습니다. 근데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더군요. 스리아웃되면(그게 삼진이든 플라이볼이든 땅볼이든) 왜 마지막 아웃카운트된 볼을 1루수한테 송구하는 것일까요? 경기 초반에는 몰랐는데 유심히 지켜보니 선수들 모두 9회가 끝날 때까지 그러더군요.(<한겨레> 기자와 동명이인인 장기 정기구독자 김의겸)
A. 독자님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독자님과 동명이인인 김의겸 <한겨레> 기자에게 “혹시 질문을 보내셨냐”는 전자우편도 보냈습니다. 확실히, 다른 분이시더군요. 어쨌든 다른 여러 질문 가운데 ‘당첨’되신 건, 이름 덕분이십니다. 후훗.
날카로운 관찰력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포수나 투수 등 마지막으로 공을 잡은 선수들이 1루로 송구하며 공수가 바뀌던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한겨레21>의 ‘야빠’인 이아무개·김아무개 기자에게 쪼르르 달려가 물었습니다. “공격이 끝나면 왜 1루수에게 공을 던지는 거죠?” 그들은 성난 벌떼처럼 달려들었습니다. “그런 게 어딨어?!” “3루로 던지기도 하고, 아무 데나 던져. 공 잡은 사람 마음이지!” 흠. 이분들, 아무래도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승부에만 관심 있는 건가요?
야구 전문가인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에게 답변을 청했습니다. 박 기자는 강속구의 ‘레전드’ 고 박동희 선수와 동명이인입니다. “다른 팀에 공을 전달해주는 것으로, 정해진 규칙이 아니라 경기를 원활하게 진행하려는 관행”이라는 게 그의 답입니다. A팀과 B팀이 경기를 한다고 칩시다. A팀이 스리아웃을 당해 공수가 바뀌면, 당연히 공은 B팀 투수가 쥐어야 하죠. 그런데 투수가 마운드에 공을 갖고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주로 투수와 가장 가까운 1루의 같은 팀 주루코치가 던져주죠. B팀 투수에게 공을 전해주는 건 당연히 B팀의 1루 주루코치입니다. 그럼 B팀 주루코치에게 공을 주는 사람은 누굴까요? 바로 A팀의 1루수입니다. 곧 스리아웃 뒤 공은 ‘A팀 포수 등→A팀 1루수(→B팀 1루 주루코치→B팀 투수)’의 순서로 전달되는 거죠. 독자님께서 관찰하신 1루 송구의 ‘미스터리’는, 이 순서의 괄호 부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하는 걸까요? “투수가 공을 빨리 받아서 투구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박 기자의 설명입니다. 물론 이건 관행이기 때문에 지키지 않는다고 잡혀가는 거 아닙니다. 때론 관중석을 향해 공을 던지기도 하죠. 주루코치에게 전달하지 않고, 그냥 포수가 공을 갖고 들어오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포수가 3루수에게 공을 던질 때도 있습니다. 이건 스리아웃이 아닌, 주자가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삼진을 잡았을 때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어라운드더혼’이라고 하는데요, ‘포수→3루수→유격수→2루수→1루수’ 순서로 공을 전달하는 겁니다. 타자가 교체되는 동안 내야수들이 송구를 하며 몸을 푸는 동시에, 삼진을 자축하는 자그마한 ‘세리머니’입니다.
아는 만큼 보고 느낄 수 있다죠? 비록 정규 시즌 막바지 몇 경기 안 남았지만, ‘공 돌리기’를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가 될 것 같습니다. 작지만 흥미로운 발견을 <한겨레21>과 공유해주신 독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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