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고속도로 휴게소 불법 노점상은 단속 안 하나요?

[독자와 함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등록 2011-08-31 17:26 수정 2020-05-03 04:26

Q. 고속도로 휴게소 불법 노점상은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옵니다”라는 현수막까지 걸고도 왜 그냥 두나요?(루피)

A. 아차차…. 버스가 도착하는 걸 보고 막 달려갔는데 부르릉 떠나버린 경험, 계단을 막 뛰어 내려갔는데 지하철 문이 스스륵 닫힌 기억, 많으시죠? 루피님의 질문도 여기에 해당되겠습니다. 그러니까 고속도로 휴게소 노점상이 8월21일부로 모두 철거됐답니다. 하지만 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는 떠난 버스도 붙잡고 문이 닫힌 지하철도 세워서 태워드리는 초절정 특급 판타지 뿅가는 서비스를 해드린다는 사실. 고속도로 휴게소 노점상 문제가 30여 년이 넘었으니, 루피님의 호기심은 그만큼 깊으실 터. 찰나의 차이 때문에 어찌 답하지 않겠습니까?

휴게소를 들러보면 “불법 노점상을 이용하지 맙시다”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옵니다” 등의 현수막과 “휴게소 노점상의 실체”라는 안내문 바로 앞에서 노점상들이 장사를 하는 게 이해가 안 되셨죠?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70곳 중 164곳에서 328개 노점상이 영업을 해왔습니다. 이들이 불법 점유한 주차 공간은 1148대가 주차할 수 있는 크기. 이곳에서는 아시는 대로 여러 가지가 팔렸죠. 드라이버, 모자, 가요 테이프 등등. 불법 점용과 무자료 거래, 저질 품목 취급, 탈세 등의 문제가 많았다고 합니다. 바로 코앞에서 꼬박꼬박 임대료를 내고 영업하는 이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요.

이런 문제가 있었지만 해결은 쉽지 않았다네요. 고속도로 휴게소 노점상협회가 구성돼 있어서, 노점상 한 곳을 철거하려 들면 몰려가서 반발을 하고, 거리 노점상을 막기 위한 장치들처럼 화단을 설치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여론이 “다 먹고살려고 그러는데 매정하게…”였던 게 물리적으로 강력하게 철거하지 못한 이유였다고 합니다. 2000년대 초반에 대대적 철거를 시도했다가 여론이 나빠서 포기했다는군요. 그런데 지난해 12월13일 경기 부천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중동나들목 부천고가교 아래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고가 밑을 불법 점용한 시설 때문에 피해가 확산된 뒤 불법 점용에 대한 여론이 많이 나빠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도로공사가 휴게소 운영자, 노점상 대표와 3자 대화에 나서 지난 7월22일 합의점을 찾았다고 합니다. 노점상을 철거하는 대신 휴게소에 잡화 코너 ‘하이숍’(hi-shop)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죠. 노점상들을 하이숍의 직원으로 채용해주고 물품 납품을 할 수 있도록 했답니다. 대신 새로 휴게소에 노점상이 들어서면 3자가 경찰의 지원을 받아 철저히 막기로 했다네요. 새로 설치된 하이숍은 11.6㎡로 기존 노점상의 평균 점유 면적 59.4㎡보다 크게 줄었지만,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영업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갈등 당사자 간에 충분한 협의와 대안 마련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공정사회 구현과 공생 발전의 좋은 본보기”라는 한국도로공사의 자찬이 낯간지러운 일만은 아닌 듯 하네요. 물론 이 공생 발전이 얼마나 지속될지, 본보기가 돼 확산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요.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