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모기는 피를 많이 빨아서 배가 부르면 나는 속도가 느려지나요? 그렇다면 어느 정도 느려지나요?(최혜진)
A. 밥 많이 먹고 한번 뛰어보시라는 말로 끝내려고 했습니다.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될 것을 굳이 질문까지 하시다니요. 의 조홍섭 환경전문기자에게 수줍게 조언을 구했더니 “우리 상식적으로 살자. 지금 대답해줄까”라며 웃으셨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그래도 이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답하기 곤란한 나머지 질문들에 답을 해야 했습니다. 어떤 질문은 저와 편집장의 관계를 모기와 인간의 적대적 관계로 만들 수도 있는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배고프면 힘이 달리니, 배부르면 더 빨리 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억지로 들게 됐습니다.
일단 모기의 비행 속도부터 따져봐야겠네요. 모기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인 앤드루 스필먼이 쓴 책 를 보면, 집모기 암컷은 시간당 4.8km의 속도로 날 수 있는 신체 구조를 가졌다고 합니다. 사람 걷는 속도를 대략 4km로 보면 때려잡기에 그리 힘든 속도는 아니네요. 모기의 몸무게는 1.5~2.5mg, 한 번에 피를 빠는 양은 1~5mg이라고 합니다. 모기를 때려잡은 꽃무늬 실크 벽지에 피가 퍽 하고 튀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위생곤충학자로 를 번역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이동규 교수는 “자기 몸무게의 두 배 정도 빤다고 보면 된다”고 했습니다. 이러니 피를 빨면 당연히 나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지구 중력이 갑자기 두 배가 되는 경험이니까요. 배 터지게 피를 빤 뒤 술 취한 것처럼 비실비실 둥둥 떠다니는 모기를 본 경험들이 있을 겁니다. 느려지다 못해 날지를 못한다고 합니다. 이 교수는 “모기는 피를 빨고 나면 근처 벽이나 풀숲에 앉아서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7~8시간을 쉰다”고 설명했습니다. 앉아서 쉬는 동안 피 속에 든 단백질을 어느 정도 소화시키고, 피 속 수분을 몸 밖으로 배출해서 몸을 가볍게 한 다음에야 다시 날아간다는 것입니다. ‘먹튀’는 아니었던 겁니다. 피를 빨렸다면 벽을 유심히 살펴보십시오. 복수의 대상은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모기가 피를 빠는 이유는 산란에 필요한 영양분을 얻기 위함입니다. 모기는 한 번 피를 빨고 나서 이틀 정도 지나면 산란을 합니다. 산란이 끝나면 바로 흡혈에 들어갑니다. 이 교수는 흡혈 주기가 이틀에서 사흘 정도 된다고 했습니다. 사람처럼 하루 세 끼는 아니라는 거죠.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질병매개곤충과에서 펴낸 자료를 보면 한국에 사는 주요 모기종은 빨간집모기, 작은빨간집모기(일본뇌염 매개), 중국얼룩날개모기, 흰줄숲모기, 토고숲모기 등이 있습니다.
얄미운 흡혈 모기가 인간의 과학기술에 응용되기도 합니다. 사람은 빨대로 주스를 마시면 일단 한 번 삼키고 다시 빨아야 합니다. 연속적으로 빨지 못하는 구강 구조입니다. 반면 재빨리 피를 빨고 냅다 도망쳐야 하는 모기는 입안에 ‘펌프’가 두 개 있습니다. 구강과 목 입구에 하나씩 있어서 교대로 피를 쭉쭉 들이켭니다. 이 교수는 “이를 응용해 주사기 등에서 미량의 액체를 연속적으로 공급하는 기술을 포항공대에서 연구하고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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