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서울 강남초등학교 5학년 우희연입니다. 창피하거나 부끄러우면 얼굴이 왜 빨개지나요? 그리고 사람마다 붉어지는 정도가 차이 나는데, 많이 빨개지는 사람이 더 순진한 건가요? 정말 궁금해요. 저희 엄마도 궁금하다고 하셨어요.
A. 장자크 상페의 의 마르슬랭 카이유는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곤 합니다. ‘왜 그렇게 얼굴이 빨가니?’라는 질문을 수없이 들어온 마르슬랭에게 늘 빨개지는 얼굴은 콤플렉스죠. 부끄러움이 많은 마르슬랭은 점차 혼자 노는 걸 더 좋아하게 됩니다.
마르슬랭은 왜 자주 얼굴이 빨개지는 걸까요? 여수민 서울삼성수가정의학과 원장에게 물었습니다. 여 원장은 얼굴이 붉어지는 이유에 대해 “긴장하거나 당황했을 때, 우리 몸에서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혈관이 확장되는데 이걸 홍조라고 합니다. 얼굴색이 빨개지는 것과 함께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두근대기도 하죠.”
“그럼 순진한 사람이 창피한 경우 얼굴이 더 빨개지나요?” 12살 독자의 무언가 ‘순수한’ 질문을, 나이가 두 배도 훨씬 넘는 속된 어른인 제가 하려 하니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교감신경이 흥분했는지 갑자기 목소리가 염소처럼 떨립니다. 그 때문인지, 독자님의 귀여운 질문 때문인지 선생님은 크게 웃으십니다. “하하, 그런 건 아니고요. ‘저 사람은 강심장이다’ 이런 표현을 하잖아요. 평소 어떤 문제에 닥쳤을 때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은 같은 상황이라도 마음이 약한 사람보다 얼굴이 덜 붉어질 수도 있죠. 반응의 차이일 뿐, 어떤 게 좋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홍조 치료 민간요법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집단지성의 장 한 귀퉁이에서 어느 네티즌은 얼굴이 빨개지는 데는 녹차가 좋다고 처방합니다. 그러나 여 원장의 답변은 노(No). 녹차는 카페인 성분이 들어 있어 오히려 사람을 더 흥분하게 할 수 있습니다. 얼굴이 잘 붉어지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하네요. (부디 자주 붉어지는 얼굴을 고민하는 어느 네티즌이 홍조-녹차 문답을 클릭하기 전에 이 기사를 읽을 수 있길.)
그럼 자주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들은 홍조를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그렇지만은 않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홍조는 일시적 현상이기 때문에 치료를 하지 않지만, 사람을 많이 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 혹은 큰 대회에 나가거나 청중 앞에 서야 하는 경우에는 약을 처방받을 수 있습니다. 얼굴이 붉어지거나 손에 땀이 나는 식의 반응을 누르기 위해 교감신경을 억제하는 약을 쓰는 거지요. 그러나 내성이 생길 수도 있으니 너무 잦은 복용은 금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성격에 따라 같은 상황을 대면했을 때 얼굴이 달아오르는지 아닌지가 갈린다는 겁니다. 순진한가 아닌가도 성격의 일부가 될 수 있겠지만, 순진한 한편 통이 크신 분이라면 마르슬랭처럼 늘상 얼굴이 빨개지지는 않는다는 거죠. 답변이 되었나요? 불충분하다면, 제 얼굴은 토마토 색으로 변할 것입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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