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내가 뀐 방귀 냄새는 그다지 심하지 않은데 다른 사람의 냄새는 아주 심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지요. 같이 사는 배우자도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으니 저만의 경우는 아니겠지요? 심리적인 이유일까요, 아님 내 몸에서 나온 것이기에 내 몸의 성분이 포함돼 있어서 거부감이 덜 느껴지는 걸까요?(독자 이응구)
A. 독자 이응구님께서는 ‘예전부터’ ‘항상’ 궁금했던 질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처음 방귀를 트는 긴장의 시간이 지나다 보면 아무리 사랑스러운 배우자라도 냄새는 어쩔 수 없다”라고 고백하셨습니다.
방귀는 질소, 이산화탄소, 수소, 메탄 등으로 구성된 무색무취의 가스입니다. 색이 있거나 냄새가 심하다면 이것은 음식 분해 결과물과 그 분해물질로 나온 암모니아 때문입니다.
우선 최근 결혼한(또는 연애를 시작한) 동료들에게 물었습니다. “방귀를 텄느냐?” 다섯 커플 모두 100%입니다. “냄새가 나더냐?” 웃자고 한 질문에 쉽게 대답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두 사람은 “냄새가 안 나는 게 이상한 것 아니냐”고 쿨하게 답했고, 한 사람은 “메뉴에 따라 다르다”는 바라지도 않은 디테일한 묘사를 해댔습니다. 두 명은 끝까지 “냄새만은 노코멘트”로 일관했습니다. 아마도 당사자의 신분을 노출할까 두려웠기 때문이거나 방귀로 사랑의 정도를 시험받는 게 유치하다 여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 번째 질문입니다. “내 것보다 그이의 것이 훨씬 역하더냐?” 냄새에 대해 언급한 두 사람은 “솔직히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방귀 냄새가 더 지독하게 느껴지는 이유,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서울가정의학과의원 심병택 원장의 첫 대답은 “…”였습니다. 마지막 진료를 마친 목요일 저녁 6시30분에 할 수 있는 의학 상담으로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심 원장은 “일단 그것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의학 ‘상식’으로 설명하는 게 적절할 듯하다”며 진지하게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우리 몸에 있는 감각 중에 낯선 환경에 상대적으로 빨리 적응하는, 달리 말해 둔감해지는 것이 바로 후각입니다. 특히나 자극적인 냄새에는 더 빨리 둔감해집니다. 그래서 아무리 냄새가 역한 환경이라도 금방 적응이 됩니다. 그런데 내 몸에서 나는 방귀 냄새는 하루에도 수차례 맡을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한 성인은 하루 평균 14회에서 25회까지 배출하게 됩니다. 그 횟수만큼 냄새에 적응하게 되는 것입니다. 타인의 방귀 냄새도 같은 이치입니다. 역한 냄새가 적응되지 않은 상태로 갑자기 코로 흡입되니 그 자극은 자신의 적응된 냄새보다 더 강하게 인식될 수 있습니다.
혹시 배우자와 방귀를 트지 못하는 이유가 배우자가 방귀를 뀌지 않아서라면 양파·당근·바나나 등을 권하시면 횟수가 급격히 늘어 이른 시일 안에 방귀를 트실 수 있습니다. 그 반대로 방귀가 잦아 창피하기 이를 데 없다면 토마토·생선 등이 횟수를 줄인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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