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정용일
Q. 서울대공원·서울경마공원 등 서울시 시설 가운데는 경기도나 다른 자치단체에 있는 것이 많습니다. 연유가 궁금합니다. 이름을 붙이기 전에 합의가 된 것인가요?(sara8838)
A. 서울대공원의 이름에 대해 물으시니 제 옛 궁금증이 생각났습니다. 띄워쓰기는 물론 띄워읽기에 서투른 저는 한때 서울대공원을 ‘서울대’에 있는 ‘공원’이거나 ‘서울대’가 운영하는 ‘공원’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경기도 과천에 있다는 사실을 아마도 과거 서울대학교가 있던 자리가 아니었나 짐작까지 했더랬습니다. 잘못된 어림짐작을 깨닫는 데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어쨌든 독자님의 궁금증은 저보다는 한 단계 나아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984년 5월1일 문을 연 서울대공원은 말씀하신 대로 경기도에 있습니다. 정확한 주소는 경기도 과천시 막계동 159-1번지(새 주소는 광명길 42)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경기도에 속해 있던 지역입니다.
그곳에 서울대공원이 생겨난 이유는 박정희 정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손정목 전 서울시립대 교수가 쓴 4권을 보면 서울대공원의 설립 역사가 자세히 나옵니다. 요약하면 이곳은 박정희 정부가 5·16 쿠데타 동기이자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김재춘씨를 내세워 매입한 곳입니다. 핵무기 등 신무기를 비밀리에 개발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당시 과학자들은 대전을 선호해 이곳에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목적이 사라지자 김씨 개인 소유의 땅이 됐습니다. 하지만 김씨도 대출을 받아 산 땅인데다 그린벨트 지역이어서 빚에 허덕이는 신세가 돼 정부에 이런저런 하소연을 했습니다. 결국 박 대통령이 이곳을 “서울 시민을 위한 대공원으로 개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서울시는 토지를 인수해 직접 건립 뒤 운영까지 하겠다고 밝혔고, 1977년 ‘남서울대공원 건립계획’이 발표됐습니다. 서울시로서는 당시 동물원인 창경원(현 창경궁)이 일제시대부터 운영돼 시설이 낡고 교통 혼잡까지 유발해 이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1980년대 초 공원 건립에 참여한 서울대공원 박재관 조경과장은 “당시에는 서울시 외곽 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등 도시계획 결정 권한이 서울시에 있었다”며 “또 서울시가 직접 땅을 수용하고 운영하는 등 모든 권한이 있기 때문에 서울이 들어간 것으로 짐작된다”고 풀이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것이라고 추정할 뿐 명확한 근거는 없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덧붙여 서울경마공원의 이전 이름은 서울과천경마장이었습니다. 서울과 경기도의 과천이 붙은 기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때문이었습니다. 옛 서울뚝섬경마장은 두 대회를 치르기에는 시설이 열악했습니다. 그래서 과천에 새 경기장을 마련했습니다. 대회 이름을 따 서울이 들어간 서울승마경기장이 됐습니다. 이후 경마장으로 탈바꿈한 뒤에도 서울이 들어가 서울과천경마장이 됐습니다. 2000년대 들어 기업이미지(CI) 교체 작업과 함께 현재의 서울경마공원이 됐습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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