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몸은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을 때가 많은데, 왜 그런가요? 배는 고픈데 입맛이 없는 건 또 왜일까요? 왜 몸이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는 걸까요?(백승민 독자)
한겨레 이정우 기자
A. 아, 심오한 질문입니다. 인간은 먹고 자고 싶은 본능에 대부분 충실합니다만, 때론 이렇게 몸과 마음이 따로 가죠. 을지의대 정신과 김의중 교수와 서울대 수면의학센터 이소진 전문의에게 물어봤습니다. 일단 잠과 식사는 나눠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잠의 경우를 볼까요. 몸이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는 원인,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스트레스입니다. 여자친구에게 차인 날, 입사시험 최종 면접에서 미끄러진 날, 로또 당첨됐는데 용지를 잃어버린 날, 편하게 자는 사람 드물겠지요. 둘째, 몸이 흥분했을 때도 잠이 안 오죠. 가끔 불면증에 시달리는 분들이 잠들려고 일부러 몸을 혹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격렬한 운동을 한 뒤에는 몸이 활성화해서 오히려 수면을 방해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피곤한 것과 잠이 오는 것은 별개의 문제겠죠. 피곤하지 않아도 졸릴 수 있고, 피곤해도 잠이 안 올 수 있습니다. 셋째, 잠이 들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오히려 잠을 못 잘 수 있습니다. 불면증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잠이 안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입면을 방해합니다. 불안은 영혼만 잠식하는 게 아닙니다. 넷째, 실제 잠을 자면서도 의식은 깨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얕은 수면 상태에서는 의식이 어렴풋이 깨어 있지만, 몸은 잠이 든 경우가 있습니다. 다섯째, 이런 증상이 병이 된 경우입니다. 불면증이지요. 그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경우도 있습니다. 잠을 자면서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전문용어로 역설적 수면(Paradoxical Insomnia)이라고 합니다. 환자를 대상으로 뇌파 검사를 하면 분명히 잠을 자고 있지만, 당사자는 불면을 호소합니다. 자신의 수면 상태를 인지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가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식사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경이 과민해져서 입맛이 떨어지죠. 이런 증상도 질환으로 번지면 거식증에 걸리게 되지요. 그렇다면 식사를 하고도 밥을 안 먹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까요? 있습니다. 치매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일부 치매 환자들은 식사를 하고도 그 사실을 잊고 밥을 달라고 요구한답니다. 이 경우에는 식사 뒤의 포만감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잠을 자면서도 깨어 있다고 인식하는 경우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식사하며 밥을 안 먹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아니니까요.
강신익 인제대 인문의학연구소장은 몸과 마음을 진화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합니다. 우리 몸은 생명의 역사를 지나 생리학적 진화의 과정을 거친 결과물입니다. 우리 의식은 그 몸에 ‘얹혀진’ 것이지요. 따라서 생리적 몸과 의식하는 ‘나’ 사이에 언제든지 갈등의 여지는 있습니다. 그러니 몸과 마음이 주고받는 대화에 귀기울여야 합니다. 몸을 무시하고 마음만 앞서버리면 갈등은 깊어지겠지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마감 시각은 째깍째깍 다가옵니다. 4층 편집국을 뛰쳐나가서 회사 옆 볕 좋은 효창공원에서 퍼져버리고 싶은 생각은 몸의 유혹일까요, 의식의 유혹일까요.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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