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문20답으로 할 걸 그랬다. 열혈독자 오수환(42)씨의 말은 에 대한 애정만큼 넘쳤다. 이틀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의 풍성한 말을 받기엔 지면이 부족했다.
<font color="#C21A8D"> 1. 자기소개를 부탁한다.</font>
부산에서 인터넷 광고 사업을 작게 하고 있다. 아내가 사장이고, 나는 임원이다.
<font color="#C21A8D"> 2. 은 언제부터 구독했나.</font>
6~7년 됐다. 매일 오전과 오후에 대중목욕탕을 찾아서 20~40분씩 반신욕을 한다. 그때 목욕 가방에 싸가서 을 읽는다.
<font color="#C21A8D">3. 목욕탕에서 주로 읽는다니, 독특하다.</font>
몇 해 전 을 읽다가 목욕탕에 두고 왔다. 차를 타고 나서 없는 걸 알았다. 목욕탕에 돌아갔다. 어르신께서 그사이 잡지를 읽으시더라. 달라고 하니까, 어르신이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더라. 그렇게 20분을 서서 기다렸다. 목욕탕에서 20분 동안 일없이 서 있기는 처음이었다. 어르신께 구독을 권유했더니, 가끔 가판대에서 사본다고 하시더라.
<font color="#C21A8D">4. 무슨 기사였기에.</font>
‘노동 OTL’ 가운데 식당 여성 노동자에 대한 기사(781~784호 ‘노동 OTL’ 연재 기사)였다.
<font color="#C21A8D">5. 대단하다.</font>
지난 1월에 결혼했다. 우리 부부 둘 다 구독자였다. 같이 살 게 되니, 둘 다 구독할 필요는 없어서 한 명은 을 보기 시작했다. 몇 해 전에는 쪽에서 구독해달라고 부탁하기에, 내 명의로 아버지에게 배달이 되도록 하고 있다.
<font color="#C21A8D">6. 감사하다. 주로 어떤 기사를 읽나.</font>
정치 기사에 관심이 많다. 요즘 들어 정치 기사의 비중이 줄어든 느낌이다. 더 많은 내용을 실어달라.
<font color="#C21A8D">7. 정치팀에 전하겠다. 잡지 전체에 대한 평을 한다면.</font>
이 대중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겨레의 미덕은 선명성이다. 조금씩 회색지가 되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font color="#C21A8D">8. 구체적으로 말하자면.</font>
딱 집어서 떠오르지 않지만, 이건 한겨레만의 내용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에 타협하는 내용을 담은 기사들이 있다. 그렇다면 조·중·동과 무엇이 다를까.
<font color="#C21A8D">9. 에서 다뤘으면 하는 내용은.</font>
강의석·이문옥 같은 용기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 소개해주면 좋겠다. 지역 차원에서 정치적 소수자들의 얘기도 들려주면 좋겠다. 부산에서 야당을 지지하다 보니, 아무래도 소수자다. 술자리나 목욕탕에서 내 생각을 얘기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 일쑤다. 광주에 사는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그렇지 않겠나. 그런 얘기를 전해달라.
<font color="#C21A8D">10. 에 전하고 싶은 말은.</font>
지금처럼 죽 잘 만들어줬으면. 진실한 언론에 배가 고프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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