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우연히 친구들과 한 이야기가 휴대전화로 녹음이 됐는데, 그걸 듣는 모두가 “내 목소리가 이래? 이렇게 들려?”라며 자기 목소리가 아닌 것 같다고 놀랐습니다. 다른 사람은 다 내 목소리가 맞다는데 나만 아니게 들리는 이유가 있나요?(박윤희 독자)
A. 저도 어릴 때 노상 궁금했던 문제입니다. 내가 듣는 내 목소리는 들어줄 만한데 녹음해서 듣는 목소리는 어찌나 재수 없는지, 앞으로 사회생활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죠.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앨버트 멜리비안 교수가 의사소통에서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을 측정해봤는데 38%였다고 합니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는 “자신이 듣는 목소리는 굵직하고 안정적인 저음인데, 소리가 밖으로 나가 남이 들을 땐 저음은 다 새버리고 중음과 고음 위주로 듣게 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말할 때 속귀와 바깥귀로 소리를 모두 듣는데, 저음 위주로 전달하는 속귀의 소리는 남들이 들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들보다 자기 목소리를 더 굵게, 안정된 소리로 생각하고 듣는다는 것입니다.
어릴 때 이런 소문도 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듣는 자기 목소리를 알려면 등에다 귀를 대고 들어보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남의 등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보면 남자나 여자나 목소리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강한 중저음처럼 들립니다. 바이브레이션 같은 울림도 느낄 수 있습니다. 뜻밖에도 배명진 교수는 이런 소문이 근거가 있다고 합니다. “소리를 낼 때 입의 구실은 60~70%밖에 안 된다”는 것이 배 교수의 설명입니다. 콧구멍, 귓구멍, 여러 장기로 울리며 소리를 퍼뜨립니다. 특히 저음은 아래쪽에서 나옵니다. 등이나 배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보면 몸이 통처럼 울리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이 소리가 그 사람이 듣는 자신의 목소리에 가깝답니다.
남이 듣는 목소리와 내가 듣는 목소리, 진짜 내 목소리는 어느 쪽일까요? 원론적으로 말한다면야 저음·중음·고음을 고루 안고 있는 내가 듣는 목소리가 진짜 내 목소립니다. 그러나 노래방에서 혼자 노래하며 ‘나는 가수다’고 해봐야 별 소용 없습니다. 목소리는 남과 소통하기 위한 것입니다. 아나운서가 아닌 다음에야 누구나 자신이 말하는 소리를 녹음해서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안정감과 신뢰감 있는 목소리로 말하고 싶다면 자신이 듣는 것보다 한 톤 더 낮춰서 굵직하게 소리를 내는 발성 연습도 필요합니다. 배명진 교수는 충고합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입 앞에서 나오는 두성(머리소리)으로 말합니다. 점잖게 말하고 싶으면 일단 발성에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급한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후두(인두와 기관 사이 부분)에서 소리가 공명하도록 천천히 발성하는 습관을 들이면 됩니다.” 그런데 젊은 사람이 시종일관 목소리를 깔면 답답해 보이니 공식 목소리와 생활 목소리를 구별하는 훈련도 좋다고 합니다. 친구들과 말할 때는 혀의 힘을 빼도 좋습니다.
하지만 타고난 목소리를 완전히 바꿀 수는 없습니다. 이라는 책을 보니까 목소리 굵기는 성대 두께와 비례한다고 합니다. 멜리비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말할 때 목소리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태도, 자세, 몸놀림, 얼굴 표정, 시선 같은 몸의 언어들입니다. 무려 55%입니다. 자신의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드는 분들, 일단 눈으로 말해보세요.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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