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한만권(사진 오른쪽)씨
서랍 속에 아껴뒀다 매주 ‘10문10답’이 돌아오면 곶감 빼먹듯 꺼내쓰는 설 합본호 독자엽서가 이제 석 장 남았다. 한 명의 독자는 완곡히 거절했고, 다른 한 사람은 내내 전화기가 꺼져 있었으며, 마지막 한 사람은 직업란에 ‘군인’이라고 써서 통화 불능이겠거니 후보에서 제외했다. 마감이 찾아왔고, 배 아프게 화창한 어린이날에 출근했다. 우리 대신 휴일을 즐기고 있을 군인일지 모른다며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웬걸, 독자 한만권(23)씨는 벌써 제대하고 프로필을 ‘학생’으로 바꿔놓았다. 낮에 전화를 했더니 휴일을 성실하게 즐기는 시민으로 ‘놀고’ 있다기에 황급히 끊고 밤 9시에 다시 통화를 했다. 몇 달 전 군 제대를 한 사람 같지 않게 한만권씨의 목소리는 뭐랄까, 폭신폭신한 카스테라 같았다. 뭔가를 물을 때마다 귀기울인 듯 “네에~” 하고 친절하게 답했다. 그러고 보니 독자엽서의 글씨도 반듯하다.
1. ‘군인 아저씨’가 아니다.
제대하고 복학 첫 학기다. 한양대학교 사회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2. 학교 생활은 어떤가.
힘들다. 부모님한테 손 벌리기 민망해 아르바이트해서 돈도 벌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취업 준비도 해야 한다. 많이 바쁘다.
3. 벌써 취업 준비를 하나. 무슨 일을 하고 싶나.
기업 입사. 언론매체 쪽도 관심이 많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
4. 휴일인데 뭐하며 지냈나.
여자친구랑 여의도에서 데이트했다. 유람선도 타고. 사람 진짜 많더라. 그래도 즐거웠다.
5. 좋겠다. 사귄 지 얼마나 됐나.
2년쯤 됐다.
6. ‘10문10답’ 신청한 이유 있나.
잡지 앞부분은 빠뜨리지 않고 읽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더라. 그중 한 사람이 돼보고 싶었다. 이 시대를 열심히 살아가는 건강한 청년으로 비치면 좋겠다.
7. 을 읽는 이유는.
사회학을 전공하다 보니 사회를 읽는 여러 시선을 보고 싶어서다. 때론 너무 세게 쓰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지만.
8. 인상 깊게 읽은 기사는.
‘생명 OTL’이 좋았다. 복지 문제에 관심이 많다. 빈익빈부익부 문제를 건강 문제에 접목한 게 새로웠다. 복지 예산 등을 논의할 때 정부가 빠뜨리고 가는 부분이 없도록 앞으로도 복지 관련 기사를 자주 내주면 좋겠다.
9. 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일관되게, 흔들리지 않고 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주길. 그리고 ‘부글부글’ 같은 꼭지가 늘면 좋겠다. 재밌게 읽는다. 쓰는 사람은 힘들겠단 생각이 들지만. (웃음)
10. 따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버지가 힘들게 일하신다. 경기도 일산에 계신데, 오가는 시간·비용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밖에 못 본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여자친구도 군대 기다려줘서 고마워, 사랑해.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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