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그러게 말입니다. 약속대로 그냥 쿠폰 받으면 되지. 암튼 ‘국민 간식’ 통닭의 위상에 걸맞은 관심을 반영한 질문입니다. 물론 불신이 가득 찬 질문입니다만. 의혹의 핵심은 ‘돈 내고 먹는 통닭보다 뭔가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유명 치킨업체들의 설명은 ‘10번째나 11번째 통닭이나 똑같다. 의심하지 말고 그냥 먹어도 된다’입니다. 요즈음은 체인점 본사에서 미리 조각을 내고 양념을 한 뒤 한 마리씩 포장한 상태로 전달하기 때문에, 다리나 날개를 하나씩 슬쩍 빼는 게 무척 귀찮다는 것입니다. 사실, 닭 날개가 두 개라는 것은 제 어린 딸도 압니다. 공짜 통닭을 시켜먹는 극소수 ‘초알뜰 소비자’를 위해 쿠폰용 ‘저질 닭’을 본사에서 따로 공급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혹시 ‘냉동실에 오래 처박아놓았던 묵은 닭으로 튀겨주는 게 아닐까?’ 음, 할 수 있는 의혹 제기입니다. 그런데 알 만한 치킨업체들은 냉장 상태로 닭을 체인점에 전달하고 냉장고에서 숙성한 뒤 튀긴답니다. 냉동실에 몇 달간 보관해온 통닭으로 튀겼을 가능성은 없다는 거죠.
치킨. 한겨레 자료 사진
‘현실적’ 설명도 있습니다. 쿠폰으로 먹는 11번째 통닭에는 쿠폰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포장할 때 으레 쿠폰을 넣었는데 뒤늦게 쿠폰 사용인 줄 알고 통닭 포장을 뒤지며 “죄송합니다. 공짜 통닭에는 쿠폰 없는 것 아시죠? 쿠폰 좀 꺼내겠습니다”라고 말하기가 번거롭고 껄끄럽다는 겁니다. 그러니, “쿠폰 10장 모았는데요, 돈 안 내도 되죠잉?” 하고 애교를 떨어도 짜증이 확 난다는 것이죠.
연관된 설명도 있습니다. 통닭은 주말 저녁에 몰립니다. 그러니 그 바쁜 ‘통닭의 러시아워’에 “쿠폰 좀 꺼낼게요” 하며 묶은 봉지 풀고 숨은 쿠폰을 찾다 보면 배달이 더 밀린다는 거죠. 이 때문에 ‘쿠폰으로 시킬 때는 미리 말씀해주세요’라는 문구를 넣어 쿠폰을 제작해달라는 가맹점들의 요청이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 가지. 빳빳한 현금을 최고로 치는 ‘전통의식’ 때문입니다.
그래도 뭔가 찜찜하십니까? 공짜로 통닭을 먹는다는 우리의 소심함이 최대 원인일지 모릅니다. 생육시장에서 통닭으로 유통되는 생닭은 10호 닭, 950~1050g짜리입니다. A치킨업체의 설명입니다. “공장에서 찍어낸 공산품이 아니고 생육이다 보니 통닭마다 조금씩 크기가 다른데, 쿠폰으로 시킬 때 미안한 마음에 똑같은 통닭도 더 작아 보인다”는 겁니다. 의혹이 풀리셨습니까? 따져보면 맛보다 더 신경 써야 할 게 많습니다. 1. 쿠폰은 같은 치킨이라도 가맹점이 같아야 합니다. 2. 9장과 10장의 1장 차이에 통닭 한 마리가 왔다갔다 합니다. 쿠폰,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됩니다. 3. 미안해할 것 없습니다. 우리는 11번째 통닭을 위해 10마리나 팔아줬습니다. 4. 맛있게 닭다리를 뜯으십시오. 크기가 작아도, 이 고물가 시대에 공짜입니다. 공짜~.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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