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걸그룹이 대세입니다. 개인적으로 ‘소녀시대’를 좋아하는데요. ‘소시’를 비롯해 그 많은 걸그룹이 매번 입고 나오는 무대의상은 한 번 입고 어떻게 하나요? 재활용을 하나요?(김동준)
A. 걸그룹이라는 말을 들으니 술담배로 찌든 육신에 새 피가 도는 듯합니다. 걸그룹의 소속사를 검색하면서 벌써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이었습니다. 소속사 홍보담당자와 통화를 앞두고 혹시 ‘소녀시대’ 유리님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건 아닐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고 자빠졌더랬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버튼을 눌렀습니다. 몇 번의 전화에도 소녀시대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그럼 그렇지. 아쉬움이 쓰나미가 돼 밀려왔습니다. ‘원더걸스’와 ‘미쓰에이’의 소속사를 찾았습니다. JYP엔터테인먼트 한수정 대리가 반갑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먼저 걸그룹이 일주일에 몇 벌의 무대의상을 입는지 물었습니다. 한 대리는 “음반 발매 후 두 달 동안 앨범 활동을 한다고 치면, 일주일에 3~4번 무대에 오른다고 할 때, 여기에 멤버 수를 곱한 것이 그 주에 입는 무대의상 수”라고 말했습니다. 원더걸스의 경우, 일주일에 20벌이 되는 셈입니다. 그럼 그 많은 의상은 어떻게 하나요? 한 대리는 “한 번 입었던 무대의상은 콘서트 때 재활용(?)을 하거나 이벤트 경품으로 기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가수별로 창고에 보관한다”며 “원더걸스가 미국에서 활동할 때 만든 옷들은 현지에서 관리·보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관 중인 의상이 대략 몇 벌이나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정확하게 몇 벌인지는 세어보지 않아서 모르는데요. (웃음) 소속된 가수가 많기 때문에 무대의상도 많거든요. 그래서 서울 외곽에 큰 창고를 마련했어요.” 소속된 가수가 많으면 무대의상 제작에도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비용이 얼마나 든다고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면서, 다만 “내부 디자이너들이 앨범 콘셉트에 맞는 무대의상을 디자인한 뒤 외주를 맡겨 제작한다”고만 답했습니다.
다른 걸그룹도 엇비슷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신드롬을 낳고 있는 ‘카라’의 소속사 DSP엔터테인먼트 홍보담당자는 “무대의상은 세탁을 한 뒤 의상실에 보관한다”며 “가끔은 기부를 하거나 이벤트에 기증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가수는 노래로만 기억되지 않습니다. 무대매너와 의상도 그 가수의 매력을 구성하는 요소입니다. 개인적으로 ‘듀스’의 김성재가 솔로 데뷔 무대 때 입었던 아이스하키 스타일의 무대의상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다음날 요절한 그에겐 마지막 무대의상이었죠. 이 밖에도 원더걸스의 가 ‘노가리원추춤’과 더불어 복고풍 의상을 떠올리게 하듯, 소녀시대의 는 컬러풀한 스키니진을 입고 ‘제기차기춤’을 춰야 제맛일 것입니다. 먼 훗날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이 세워진다면, 한 시대를 추억하게 할 그 의상들을 거기서도 만날 수 있겠죠?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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