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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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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호를 읽고

등록 2010-12-17 14:44 수정 2020-05-03 04:26
<한겨레21> 838호

<한겨레21> 838호

김경민 “철저한 대비와 대화로 안보 능력 키워야”

표지이야기 ‘서울에 포탄이 떨어지는 현실적인 상상’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본질적인 의문을 어느 정도 해소해준 기사였습니다. 안보 능력이란 철저한 방비 태세와 체제가 갖춰진 상태에서 이뤄지는 겁니다.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거나 복무 기간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우리 군이 이번 무력도발에 대해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를 발판 삼아 실질적 국방력 확보에 좀더 힘을 쏟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태가 일어났을 때 ‘왜 그랬나?’를 물을 수조차 없는 빈약한 대북 외교 채널 문제도 개선해야 합니다.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지만, 그렇다고 대화를 단절해서는 안 됩니다. 잘못된 일에는 책임을 묻고 소통이 가능한 대북 외교 채널의 확보가 절실합니다.

박지숙 “감정적 사안에서 냉정 잃지 않은 점 돋보여”

연평도 포격으로 실제 ‘전쟁’에 대한 공포가 심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서울 시민이 느끼는 서울 공격에 대한 공포를 표지이야기로 다룬 것은 적절했다고 생각해요. 서울 공격 가능성을 실질적 남북 군사력을 비교해가며 설명해서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었어요. 감정적인 접근이 되기 쉬운 주제이기 때문에 ‘전쟁’으로 갈 것처럼 떠드는 언론이 많은 상황에서 냉정을 잃지 않아 돋보였습니다. 잦은 국지전과 미-중 헤게모니를 지적한 부분도 와닿았습니다. 다만, 김정은식 군사주의에 대한 설명이 짧아 아쉬웠어요. 김정은 세습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연평도를 공격했다는 이야기가 있는 만큼 이후에라도 그 부분을 취재해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전우진 “삼성의 ‘3대 세습’엔 무심한 시민들”

북한의 3대 세습과 관련해 국내 대다수 언론사와 정당, 단체가 논평한 바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엔 논평 때문에 해당 단체가 입길에 오르게 마련이지만, 이번 일은 특이하게도 한 정당이 논평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습니다. 한편 ‘이제 권력을 정치계가 아니라 경제계가 갖고 있다’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증명하듯, 남한에서는 최근 북한과 비슷한 일이 경제계에서 있었습니다. 바로 삼성가 3대의 사장 진급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의 3대 세습과 다르게 남한에서의 3대 세습은 이제까지 다른 재벌 때와 마찬가지로 당연한 일인 양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넘어가고 있고, 무관심 속에 삼성과 현대차의 노조탄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재벌 지배구조 합리화’를 다룬 이슈추적은 이런 현실을 바꾸는 첫걸음으로 의미 있었습니다.

변인숙 “‘가족’과 ‘엄마’를 함부로 대하는 사회”

‘우리 곁의 오지’ 시리즈를 꾸준히 주목해 읽고 있습니다. 838호 ‘스위트 홈 만드는 가사도우미의 쓰디쓴 노동’ 기사에서, 4대보험 요청에 대해 “머지않아 될 거예요”라고 한 복지사의 멘트가 머릿속에 맴도는군요. ‘머지않아’라는 현장의 말이, 우리 사회에선 ‘불가능’의 유의어처럼 통용되는 게 아닐까요? 노동환경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데, 앞만 보고 가자는 전투적 독려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특히 가사도우미 평균연령 52.8살, 평균임금 63만원이라는 통계를 보면서, 중년 ‘여성’노동자의 실제를 다방면으로 좀더 집중해서 추적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의 일부’로 분류돼 열악한 환경이라니, 우리 사회에서 ‘가족’과 ‘엄마’를 터무니없이 함부로 대하는 현실이 속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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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살아남은 자의 공포

→ 길 한복판에 박혀 있는 포탄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연평도 주민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많은 분들이 고향 땅을 등지고 이주를 준비하신다던데, 그분들이 겪었을 상처, 앞으로 받아야 할 상처에 대해, 그날 등 따습고 배불렀던 제 자신이 너무나도 죄송합니다. clsrn3737

서울에 포탄이 떨어지는 현실적인 상상

→ 이런 기사만 뜨면 강경대응을 외치는 분들이 있는데, 그 결과는 상상이나 해보고 그렇게 말하십니까? 힘을 보여주면 북한이 겁먹고 가만히 있을 거라는 유치한 망상은 버리시죠. 애초에 북한이 그런 상대였다면 도발 같은 건 꿈도 못 꿉니다. 되로 받았다고 말로 주기 시작하면 대응 규모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고 결국 전면전에 이를지 모릅니다. 원하는 게 그겁니까? 적당한 대응을 하여 경계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 이상은 독입니다. sehhearcoatz

“가장 비싼 외교가 가장 싼 전쟁보다 낫다”

→ 연평도에서 일어난 비통한 죽음을 삼가 애도합니다. 그러나 그 죽음이 전쟁의 명분이 돼선 곤란합니다. 돌아가신 분들도 당신의 이름으로 전쟁이 벌어지는 걸 원치 않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가장 위대한 복수는 ‘용서’와 ‘평화’라는 것을 어렵더라도 지켜냅시다. kimyoungkuen

멈춰선 라인에 걸린 고된 노동자의 외침

→ 사회보험과 사회안전망이 전무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 비정규직 문제에 연대하지 않는다고 정규직 노조를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일은, 쉽지만 허망한 비판입니다. 노동자와 노동자를 분열시키는 돈 많은 사람들의 말이기도 합니다. 국가가 아무것도 책임질 수 없는 사회에서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모색하면서 더 많은 변화와 복지를 요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언제나 춥고 서러운 건 힘없는 이웃들임을 잊지 않으면서요. eunji7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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