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그것이 말이여…. 돼지는 수컷이 냄새가 좀 나기는 허는디…. 소는 수컷이 좀 질기기도 허고. 조기는 알배기지, 아무렴.”
제 고향인 전북 익산으로 질문을 돌렸습니다. 올해 환갑을 맞이한 송진영 여사는 38년 전 큰댁 며느리로 들어와 셀 수 없는 제사를 치르며 한 집안을 건사한 일등 공신입니다. 음식에 관한 한 만물박사, 제 어머니십니다. “그러고 보니 늘 갖다 먹는 집에서는 암놈만 준다”라는 말 뒤에 제사상에 올릴 조기를 들여다봅니다. 아버지의 고향인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서 올라온 녀석입니다. “아마도 암컷이 알을 배니께 그런가 싶기도 허고….”
전문가의 말을 들어봅니다. 축산물등급판정소 사업관리팀 강인수 차장에게 물었습니다. 강 차장은 “암컷이 맛있는 것은 과학”이라고 답합니다. 일반적으로 소·돼지 등의 가축은 암컷의 근섬유가 가늘고 결이 훨씬 부드럽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운동량 때문입니다. 운동량이 늘어나면 근육이 굵어지고 지방이 골고루 스며들 수 없습니다. 대체로 수컷은 지방이 떡처럼 뭉쳐 있는 것도 그 이유 때문입니다. 지방 분포는 고기의 등급을 판정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우리가 ‘마블링’이라고 부르는 이 기준은 식감을 좌우합니다. 축산농가에서는 수컷들의 근육량을 줄이기 위해 거세를 합니다. 거세를 하면 수컷 특유의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으면서 성질은 온순해지고 고기는 부드러워집니다. 암컷‘화’되는 겁니다.
돼지의 경우는 수컷을 거세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거세를 하지 않으면 고기에서 웅치라고 하는, 먹기 힘들 정도의 독특한 냄새가 나기 때문입니다.
참, 일반인들의 오해도 있다고 합니다.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는다’는 말처럼 암탉이 더 맛있다는 것은 편견입니다. 우선 백색육으로 분류되는 닭고기는 마블링을 따지지도 않습니다. 강 차장은 닭을 풀어놓고 키우던 시골집에서 암탉은 알을 품으니 운동량이 적어 고기가 부드럽다는 이유로 그런 얘기가 나왔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입니다.
축산물등급 판정기준이 수산물에도 적용이 될 수 있는지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홍보담당자인 김덕후씨에게 물었습니다. 축산물과 달리 수산물은 “시기에 따라 다르다”는 게 정답입니다. 일단 김씨는 송 여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어느 동물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알을 배고 번식을 하기 위해서는 영양 섭취를 많이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어패류 암컷은 산란기에 가까워지면 수컷에 비해 대체로 지방도가 더 높아져 고소하고 영양분이 풍부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철 과일처럼 제철 수산물이라는 게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알이 차는 시기가 주꾸미는 봄이고, 낙지는 가을입니다. 질문자가 물어오신 꽃게도 봄이 제철이죠. 제사상에 올라오는 조기도 봄철에 잡아올린 ‘알배기’를 최고로 칩니다. 다만 어패류는 가축과 달리 산란기가 끝나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암컷은 산란기가 지나면 영양분도 다 빠져나가 먹을 살이 거의 남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제철이 아니라면 수컷이 ‘상대적으로’ 더 맛있다는 겁니다. 가을철에 주꾸미나 꽃게를 먹고 싶거나 봄철에 낙지 생각이 난다면, 수컷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맛 때문에 수컷이 선호되는 경우도 드물게 있습니다. 최근 여름 보양식으로 각광받는다는 민어는 살이 무른 암컷보다 쫄깃한 식감의 수컷이 더 맛있다고 합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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