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초 편집국으로 전화가 왔다. 의 창간주주라고 자신을 소개한 독자님은 “아들과 대화를 해달라”는 독특한 부탁을 해오셨다. 대학생인 아들이 학교에서 잡지를 만드는 것 같고 학점은 ‘빵꾸’ 난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독자님의 설명이었다. 알다시피 , 독자님께 약하다. 창간주주님께는 더 약하다. 바로 다이얼을 돌려 취재에 들어갔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서울대 정치학과 3학년 이한빛씨가 답했다. 목소리가 맑았다.
1.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나.일이 몇 가지 있다. 학교 단과대 학생회에서 일한다. 메이데이를 앞두고 학생실천단을 꾸리고 있다. 웹진 ‘자하연잠수함’(jahajam.net)도 만든다. 교내 자치언론도 많이 있지만, 이미 관성화해서 소수의 목소리만을 반영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한번 매체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2. 대단하다. 말하자면 과 경쟁관계인가.그렇다. (웃음) 우리는 기성언론과 차별화를 시도한다. 이슈에 다르게 접근하려 한다. 이를테면 좌우를 가르지 않고 학생 입장에서 접근한다.
3. 구체적으로 말하자면.‘88만원 세대’를 말하는데 이것 역시 기성세대의 관점을 녹인 것이다. 우리 관점으로 우리 이야기를 녹여내려고 한다.
4. 기성언론과 다른 관점이라면.총학생회 부정선거 논란이 있었다. 은 지난 1980∼90년대 학생회 전통에 기대 지금의 학생회를 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학생 눈높이에서 총학생회 선거를 보려고 했다.
5. 학생 눈높이에서 본 총학생회 선거는 어떤가.선거운동본부가 부도덕한 일을 하는 현상 너머 학생 사회가 활력을 잃은 부분을 본다. 1980∼90년대 같았으면 선거에서 도청하는 세력이 있었다면 벌써 퇴출됐을 텐데 지금은 왜 그렇지 않은지, 그 이유를 보려 한다. 과방 같은 일상적 공간에서 활력을 찾아내려 한다.
6. 은 언제부터 봤나.중학교 때부터 집에서 정기구독해서 봤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시간이 없어 못 보다가 3학년이 돼 다시 정기구독하고 있다.
7. 기억나는 기사는.고3 때 본 대추리 관련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지난해 쌍용차 관련 기사도 좋았다. 상황 분석이 좋았다.
8. 내일 당장 기자를 하라면 무슨 기사를 쓰고 싶나.(잠시 생각하더니) 지방선거 시즌이다. ‘5+4’니 선거 연대니 정치공학적 얘기가 너무 많다. 노동자 민중이 어떤 점에서 고통받는지, 그에 관련한 어떤 정책이 오가는지 짚는 기사를 쓰면 좋겠다.
9. 졸업해서는 어떤 일을 하고 싶나.책 쓰는 일을 하고 싶다. 이게 직업이 될 수는 없으니까, 인권운동사랑방 같은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것도 좋겠다. 나의 고민과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10. 어머니가 학점을 궁금해하시는 것 같던데.그건 공개할 수 없다. (웃음)
어머님의 의문이 풀렸는지 모르겠다. 기자 눈에 이한빛씨는 똑똑하고 치열한 20대 초입을 지나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인권운동사랑방에서는 활동가를 뽑을 때 학점을 보지 않는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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