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751호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소중한 삶을 짓밟은 그들은 분명 잘못했다. 그 잘못으로 사회는 큰 충격에 빠지고, 피해자 가족들은 아물지 않는 상처를 안고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 죄가 너무나 무겁게만 느껴진다. 속인들은 알 수 없는 고통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을 범죄 피해자 가족의 인터뷰에서 해답을 찾을 순 없을까. 국가는 이미 잡은 범죄자를 죽이는 것보다 범죄로 인해 상처받은 피해자를 지원하고 보호하는 데 더 신경써달라.
잔혹한 범죄자는 격리 그 자체로도 충분하다. 폭력을 법의 이름으로 되풀이하는 건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외면하는 것일 뿐이다. 기사를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집행을 담당해온 교도관들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사형제 폐지 주장이 대중의 분노 분출과 강력범죄 예방·단속이라는 명분에 눌려 사그라지지 않고 좀더 진지한 논의로 이어졌으면 한다.
지난 정부 시절에 비해 언론에서 과거사 논의를 통 찾아볼 수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시베리아 억류자를 다룬 ‘사람과 사회’ 기사는 그런 점에서도 유의미했다. 우리의 과거를 어떻게 볼 것인가. 영광스런 대한민국 건국 60년을 이야기하기 위해 시베리아 억류자는 패배의 역사로 묻어야 할까. 그 시절을 몸으로 기록한 할아버지들의 말을 빌려 묻고 싶다. 그들이 죽기만 기다리는 것이냐고.
청춘에 머물며 기형도를 그리는 이들이 많다. ‘레드 기획’은 기형도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그의 전집을 읽고 싶은 호기심을, 스치듯 아는 이들에겐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탐구심을, 한때 그를 사랑했지만 어른이 돼버린 이들에겐 과거를 돌아보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기사 중간중간에 쓰인 시구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더 좋다.
‘맞수 기업 열전’ 기사에서 성장한 기업의 영욕을 엿보는 건 흥미롭다. ‘시즌2’가 있다면 아직 소개되지 않은 기업이나 시민단체 등으로 기업의 개념을 좀더 넓혀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최우리 17기 독자편집위원
주머니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 인권 문제를 범죄자들만의 시점이 아닌 피해 가족의 시점에서 바라본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나도 사람을 법으로 죽인다는 것에는 부정적이긴 하지만, 죄를 지은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형제도가 최선이 아닐 수는 있다. 하나 필요하지 않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형수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남은 사람들은 지금 죽어간다. hiperbhk
-> 사형폐지론 논문을 쓴 사람인데, 표지이야기 ‘이제 우리 죽나요’가 사형폐지론에 도움이 되는가 의문이 생깁니다. 왜냐하면 이 기사에서 소개된 회심 혹은 변화한 사형수들이 만일 무기형을 선고받았어도 그렇게 회심 혹은 변화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폐지론을 주장하려면 역시 오판이나 정치적 목적에 의한 사형 혹은 인간 생명에 대한 인간의 처분 금지 등을 다룬 기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ghimn
-> 정권에 반대하면 정치범이 되는 게 아니라 폭력범이 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 인혁당 사건에서처럼 사형 악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죽여놓고 나중에 생각해보니 민주화 열사? 어쨌건 죽이지는 말자. 사형수가 불쌍해서가 아니라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dkghq
-> 우리도 그들도 같은 인간입니다. 비록 그들이 인간을 해쳤다 하더라도,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법이라는 이름으로 가져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bitter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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