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혜경 서울 종로구 구기동
중학교 2학년 때니까 25년 전 일이다. 우리 집 형편이 어려워져, 그래도 피붙이 있는 곳이 낫다고 이모들이 계시던 동네로 이사를 갔다. 정든 친구들과 헤어지기도 싫고 연못과 나무가 있는 작은 오솔길이 있던 학교 정원이 좋아서 먼 거리지만 통학을 했다. 강서구 화곡동에서 노원구 월계동까지. 겨울 아침이면 해가 뜨기 전에 집을 나서야 했고, 감고 나온 머리가 꽁꽁 얼어도 추운 줄 모르는 나이였다. 그땐 집보다 학교가 더 좋았다.
급기야 학교 갈 차비조차 없었던 어느 날 아침,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것을 상상도 해보지 않은 범생이였지만 걸어가기엔 너무 먼 거리라 학교 가기를 포기하고 있었다. 어떻게 학교에 갔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점심 때가 다 돼서 등교한 나를 선생님이 부르셨고, 어려운 집안 사정을 들으셨던 것 같다. 그때 선생님이 주셨던 것이 바로 이 버스 회수권이다.
지금은 단어 자체도 생소한 회수권을 펴보니 받을 때부터 쓸 생각은 없었는지 접힌 흔적만 있을 뿐 닳은 곳은 없다. 이제는 초등학생들도 교통카드가 있어 간편하게 요금을 충전해서 쓸 수 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제자에게 회수권을 주셨던 선생님의 사랑은 충전할 수 없다.
스승의 날이 있는 주다.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형이 되니 해마다 돌아오는 스승의 날이 늘 고민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1년에 한 번쯤 나를 가르치셨던 선생님들을 떠올리며 감사의 마음을 되새길 수 있는 것은 ‘25년 된 회수권’이 있기 때문이다. 1983년 염광여중의 김정칠 선생님, 그리고 오늘의 나를 있게 해주신 많은 선생님들.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해주신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께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쓸 수도 쓸 곳도 없는 25년 된 회수권. 그러나 내 마음속에서 언제나 쓰이고 있는 오래된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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