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지연 카타르 도하
멀리 카타르 도하에 살고는 있지만 한국에 있는 친구 덕분에 과 계속 인연을 맺고 있다. 승무원이라는 직업상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문득 ‘나의 오래된 물건’ 코너에 소개할 소장품이 생각났다.
스물한 살 첫 배낭여행 때부터 사용한 이 배낭은 스물여덟인 지금도 여행 때면 내 곁에서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든든한 친구다. 구식 디자인에 푹신한 등받이 하나 없는 보잘것없는 가방이지만 천이 얇고 불필요한 장식이 없어 장기간의 배낭여행에서도 어깨를 가뿐하게 해 피로를 덜어준다.
이번 여행에서도 이 배낭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도하에서 파리로, 또 파리에서 쿠바로, 일정으로는 짧지만 스탠바이 티켓(항공사 직원 할인 티켓)으로 떠난 일주일간의 멀고 험난했던 여행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하나같이 “이 가방 하나?”라는 질문을 받았고, 내가 ‘예스’라고 대답하면 대부분이 가뿐한 짐에 부러워했던 것 같다.
그랬다. 이 가방 하나면 일주일의 쿠바 여행이든, 석 달간의 유럽 배낭여행이든 어디든 갈 수 있다. 즉, 이 가방 하나로 사람이 살 수가 있다는 것이다(물론 어떻게 사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어찌됐든). 사람이 사는 데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욕심을 부리면 어느새 가방이 커지고, 무거운 가방으로 여행은 더 고난해질 것이고, 그만큼 분실의 책임감도 커지고…. 긴 여행길에서 감수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게 된다.
우리 삶도 그렇다. 어쩌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이 가방 속의 꼭 필요한 물건들처럼 거창한 집이 아닌 소소한 일상 속에 묻어난 작은 것이 아닐까 싶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아직 장마는 아니지만…주말 전국에 시간당 20~50㎜ 큰비

영월 땅밑에 반도체 ‘꿈의 신소재’ 몰리브덴 60년치 있나…상동광산 주목

‘사퇴 압박’ 장동혁 입원…“단식·선거 이어 선관위 사태로 과로”

코스피 사상 첫 9000 돌파…올해 들어 115% 폭등

이준석, 정이한 ‘피습 뇌진탕 자작극’ 의혹에 “사과…수사 협조”

정청래 90도 ‘폴더 인사’…이 대통령 “수고했습니다”

“희생 강요당해”…‘경기 광주시장’ 당선자, 삼성전자 앞 1인 시위

‘이란 완승’ 종전 MOU…미, 호르무즈·핵·원유·동결자산 다 내줬다

‘장동혁 사퇴 촉구’ 회견 1시간 전 취소한 국힘 경기 의원들

‘트럼프와 셀카’ 이 대통령 “부부동반 골프 약속…서명용 펜 선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