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끝에 미국으로 투쟁 무대를 넓힌 공동행동…한인 사회의 반응 예상외로 뜨거워
▣ 로스앤젤레스=글·사진 스나미 게스케 프리랜서 기자 yorogadi@hotmail.com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장은 “드디어 미국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10월30일 인천에서 도쿄 나리타를 거쳐 로스앤젤레스를 잇는 13시간의 긴 여행이 끝난 뒤였다. 그는 “야스쿠니신사 문제가 미국 땅에 상륙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사회, 유엔의 이슈로
야스쿠니신사는 일본인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본의 문제’다. 그러나 지금의 일본은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해결하라”는 주변국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일 만한 ‘자정능력’이 없다. 야스쿠니신사 문제가 동북아시아의 외교 현안이 된 것은 1990년대 후반 이후 10년에 이르고 있다. 그 기간에 일본 시민들은 총리 참배의 위헌 여부를 묻는 다양한 소송을 진행했고, 한국 쪽에서도 한반도 출신자들의 합사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을 내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그 운동들이 가져온 나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야스쿠니신사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한국·대만·오키나와 사람들이 모여 만든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고민 끝에 투쟁의 무대를 미국으로 넓혀보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일본, 그리고 동아시아의 문제인 야스쿠니신사를 미국으로 가져간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처럼 일본도 미국의 압력에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일본은 미국의 51번째 주’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자주 오간다. 종군위안부가 대표적인 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스스로 해결짓지 못하자 미국 하원은 지난 7월 ‘종군위안부 문제의 대일 사죄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해학 공동행동 한국위원회 공동대표는 “위안부 문제처럼 야스쿠니신사를 미국 사회, 미국에 사는 한국인, 유엔의 이슈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행동이 전한 야스쿠니신사 문제에 대한 미국 한인 사회의 반응은 뜨거웠다. 11월1일 로스앤젤레스 일본 총영사관 앞에서 바른역사정의연대, 미주광복회 등 15개 로스앤젤레스 지역 한인 단체들이 모여 “일본은 과거사를 반성한다면서 야스쿠니신사를 통해 군국주의로 회귀하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 국무부는 “영사관 터 안에서는 기자회견을 할 수 없다”며 사람들을 막아섰다. 사람들은 거리로 물러나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같은 날 오후에는 시내 한미교육원에서 고경일 상명대 만화·애니메에션 학부 교수가 준비해간 야스쿠니신사 풍자만화전이 시작됐다.
2일에는 한미교육원 강당에서 ‘야스쿠니신사 무단합사 철폐 후원의 밤’ 행사가 열렸다. 로스앤젤레스와 주변 도시에서 40여 명의 재미 코리안들이 모여들었다. 후원회장에서는 야스쿠니신사를 상대로 한 한국인 이희자씨와 일본인 후루카와 마사키의 투쟁을 다룬 영화 가 방영됐고, 3일에는 한국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로스앤젤레스 한인들이 모여 만든 ‘민족학교’와의 교류회도 열렸다. 행사에 참여한 한국인들은 “앞으로는 우리를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로스앤젤레스 위원회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공동행동의 움직임은 와 등에 즉각 기사화됐다.
“미국에 책임 넘겨버리면 곤란”
공동행동의 미국 캠페인을 바라보는 일본인의 심정은 복잡하다. 물론 야스쿠니신사 문제가 갖는 국제적인 성격 때문에 미국 사회에 이 문제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일본에서 한반도 출신자들의 합사 취하 소송을 이끌고 있는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는 “야스쿠니신사 문제는 일본 사회가 스스로의 힘으로 결말지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걱정되는 것은 일본인들이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는 대신 미국에 문제 해결의 책임을 넘겨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곤란하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된 공동행동의 미주 캠페인은 11월6일 뉴욕을 지나 9일 워싱턴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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