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윤주
나는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경기도 평택의 한 중학교에 첫 교사 발령을 받았다. 그때까지 대구의 집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던 터라 하숙집을 정해놓고 짐을 옮기고 난 뒤에 엄마랑 오빠가 돌아가자 눈물이 핑 돌았다. 혼자 텅 빈 방에 앉아 있자니 앞으로 다가올 객지 생활이 막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음날부터 시작된 학교 생활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담임을 맡게 된 반에 들어가보니 앉아 있는 아이들은 제자라기보다 동생들 같았다. 초보 교사로서 수업 준비하랴 여러 가지 업무 보랴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그래도 퇴근하고 돌아오면 늘 웃는 얼굴로 맞아주시며 “나 선생님, 잘 다녀오셨어요? 오늘은 힘든 일 없었어요?”라고 인사를 건네주시던 하숙집 아주머니 덕에 집 생각이 덜 났다. 하숙집 아주머니는 음식 솜씨도 좋고 살림 솜씨도 깔끔하기 이를 데 없었다. 도시락까지 싸주셨으니 동료 선생님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심지어 옆자리 국어 선생님은 자리 나면 우리 하숙집으로 옮긴다고 별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난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주말부부로 신혼을 보내고 싶지 않아 결국 학교에 사표를 썼다. 하숙집에서도 나가려고 짐을 챙기는데 아주머니께서 내게 가만히 다리미 하나를 내미셨다. “결혼 선물이에요. 좋은 건 아니지만 내 마음이에요. 이렇게 헤어지게 돼 참 서운하다우.” 아주머니 눈가에 살짝 이슬이 맺혔다.
그 다리미로 18년째 남편의 와이셔츠와 아들 녀석 교복을 다리고 있다. 이제는 스팀 나오는 것도 신통치 않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버리고 새것을 사지는 못하겠다. 이 다리미를 볼 때면 철없던 새내기 교사를 응원하며 챙겨주시던 하숙집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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