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 전북 군산경찰서 수사과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내가 경찰에 임용됐을 때는 비상금을 소지하고 다니도록 하는 규정이 있었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현금을 한 푼도 지니지 않은 경찰관들이 많았기에 업무 수행시 긴요할 때 쓸 수 있도록 강제한 것이다. 이 규정은 1990년까지 이어졌다.
얼마 전 서랍을 정리하다 전에 쓰던 경찰수첩을 발견하고 ‘이제는 경찰수첩도 골동품이 되었구나’ 하는 마음에 열어보니 바로 이 비상금 봉투가 있었다. 예전에 넣어두었던 5천원 지폐도 그대로였다. 비상금 봉투는 계급별로 금액이 달랐는데 주로 5천원 이상의 지폐 1장을 접어서 넣고 상사의 도장 봉인을 받아 소지했다.

비상금 봉투에는 구멍이 있어 비상금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매주 토요일 직무검열 때 상사들이 재차 확인을 했다. 때문에 혹 비상금이 필요해 돈을 써버린 경찰관들은 부랴부랴 채워놓기 위해 법석을 떨어야 했다.
발로 뛰어 도둑을 잡던 그 시절, 이제 옛일이 되어버린 추억을 떠올리니 그때가 정도 많았고 즐거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모처럼 향수에 젖었다. 이 경찰수첩과 비상금이 경찰 역사의 기록이 될 수 있도록 오래 보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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