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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정기독자] ‘폭력 경찰’ 없어지는 날까지

등록 2006-08-19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2001년 대학 새내기 정보미(24)씨는 과사무실에서 처음으로 을 손에 잡았다.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내려가던 그날의 흥분을 잊지 못한다. “아,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립니다.” 그 뒤 과사무실에서 즐겨보게 됐는데 종종 잡지가 사라지는 날이 있어 ‘속상한 나머지’ 정기구독을 시작했다. 그는 현재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다.

“제가 다니는 학원에선 을 가지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이목을 끌어요. 그만큼 과 어울리지 않는 곳입니다.” 그러나 경찰의 꿈은 에서 노동자, 농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시작됐던 게 아닌가. “무턱대고 ‘경찰이 나쁘다’고 말하기보단 제 자신이 개혁하는 경찰이 되고자 합니다.” 정기구독관도 직업관도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스물넷 청년이다. ‘폭력경찰’이란 단어를 청소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키잡이에게 물길을 아는 건 필수, 정보미씨는 을 통해 물길을 알고 세상을 헤쳐나간다. “‘한홍구의 역사이야기’를 전부 챙겨봤습니다. 제가 배운 국사 교과서가 ‘절대적 진리’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시각으로 본 하나의 해석’에 불과하다는 걸 이해하게 됐죠.” 618호 ‘사도마조히즘, 당신을 조종한다’가 제공한 자가진단의 기회도 놓칠 수 없었다. “자신을 성찰하는 좋은 기회를 가졌어요. 가학적인 사람은 반드시 피학적인 사람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주변 관계들을 공식에 대입해 맞춰보며 신기해했죠.” 얼마 전 종료된 칼럼 ‘김소희의 오마이섹스’는 지하철 옆자리 아저씨가 얼굴을 힐끔힐끔 보든 말든 정독했다. 그가 말하는 ‘나름대로 어떤 진보’이다.

“이 아니면 세상에 알려지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이 있어요. 대다수이지만 약한 사람들입니다. 사회 발전에 대한 환상에 흔들리지 마시고 잘 다뤄주세요. 기회가 되면 지금껏 어렵게 일궈온 노동운동의 역사도 특집으로 다뤄주십시오.” 노동의 가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며 노조에 대한 현재의 과도한 불신은 사라져야 한다고 그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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