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구/ 전북 익산시 영등동
내가 결혼할 때에 나의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다. 물려받은 재산은 아버님의 순수하심과 어머님의 근면함뿐이었다. 하나 세상 현실이 어디 순수함과 근면함만으로 시작한 사람에게 호락호락하리오. 내 신혼의 시작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월세방으로 시작한 나의 결혼생활은 참으로 궁핍 그 자체였다. 단칸 셋방이니 친구가 찾아와도 변변한 밥상 하나 없어 종이상자를 놓고 그 위에 문짝을 떼어 만든 임시 밥상으로 대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장만한 것이 바로 이 동그란 모양의 밥상이다. 우리는 이 초라하기 그지없는 밥상에 밥을 놓아 먹으며 성실히 살았다.
아들딸 하나씩 낳고 그 밥상에 도란도란 모여앉아 이야기하며 오늘을 살고 있다. 비록 풍족하다고 할 순 없지만 일하지 않고 얻으려 함을 멀리하고 일한 만큼만 가지려 애썼다. 나에게 이 상은 어려웠던 시절과 그 시절을 헤쳐나온 경험을 교훈으로 안겨주고 있다. 아들딸에게도 이야기해주면서 근면과 성실을 가르치고 있다. 누구나 내 집에 오면 밥상을 보고 그것부터 바꾸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 밥상 위에 지나온 20년의 추억을 놓고 먹는다. 아무리 좋은 식탁을 보아도 내 20년의 추억이 담긴 밥상만 하겠는가. 앞으로 언제가 될지 모르나 내가 아들딸들을 잘 키워 남부럽지 않게 사는 날이 올지라도 나는 이 밥상을 곁에 두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추억과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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