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뒤 다섯 번 이사를 다녀 웬만한 물건은 다 없어졌다. 이 받침은 그 와중에 용하게 살아남았다. 내가 초등학교(국민학교) 때부터 사용했으니 물경 30년이 넘은 것이다. 받침 네 귀퉁이엔 원래 철편이 있었는데 떨어져 지금은 둥글게 되었다. 멋을 부리느라 바닥엔 당시(중학교 시절) 태평양화학에서 나온 남성화장품 바이스터의 포장지를 붙였다. 이 받침에는 초·중·고 시절의 낙서가 다 들어 있어 감회가 새롭다. 왼쪽 상단의 초등학교 이름은 초등학교 때, 하단의 한자 연습은 중학교 때, 중간의 생물 공식과 수학문제 풀이는 고등학교 때 쓴 것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물자가 귀해 16절 크기의 파지들을 받침에 모아 연습장으로 사용했다. 파지들은 대개 두 번씩 사용하고 버렸다. 연필로 한 번 쓰고 그 위에 볼펜으로 한 번 더 써서. 파지를 모아 사용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종이가 흔한 요즈음에도 파지를 보면 꼭 모아둔다. 대개는 활용도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약간은 애비를 닮았는지, 우리 집 애들은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애들 방을 청소하다 나온 허접한 것들을 버려도 되냐고 애들에게 물으면 십중팔구 버리지 말라고 한다. 사실 이 받침은 애들의 이런 특성 때문에 살아남았다. 이 받침을 발견한 날 아내에게 이게 어떻게 남았는지 신기하다고 했더니, 아내가 말했다. “이사할 때 버리려고 했지. 근데 한솔이가 버리지 말고 저 달라고 해서 못 버렸어.” 그 뒤 한솔이는 받침에다 제 이름을 써놓았다. 30년 전에 쓰던 받침을 딸아이가 다시 쓰게 될 줄이야…. 딸아이가 잘만 간수하면 3대까지도 쓸 것 같다. 3대째 아이가 받침에다 제 이름을 쓴다면, 그때는 가보(?)가 될지도 모르겠다.
김동돈/ 충남 서산시 인지면 둔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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