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남다른 구두가 있다. 7년 전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로 취직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다니던 시절, 이 구두를 신기 시작했다. 낡은 구두를 보고 회사 동료가 한 소리 하지만 난 여전히 강력 본드로 붙이고 꿋꿋하게 다닌다. 버리기 아깝기도 하지만, 그동안 쌓인 정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올해 들어 출장이 잦아졌는데, 최근엔 섭씨 38도가 넘는 날씨에 대구와 포항에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바깥은 사우나를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웠는데, 아스팔트 위를 밑창이 떨어진 구두를 신고 다니려니 그 열기가 발 전체에 와 닿아 곤혹스러웠다. 출장 가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대구의 열기에 구두의 본드가 녹아버린 건지 출장 이틀 만에 밑창이 절반 정도 떨어지고 만 것이다. 대리점 판매사원 교육 중 잠시 짬이 난 틈을 타 사진 찍기를 즐기는 회사 상사가 기념으로 이 사진을 찍어줬다.
지난해 겨울엔 겨울바다를 구경하겠다고 강원도 동해에 갔다. 눈 쌓인 백사장이 낭만적으로 보여 나도 모르게 어린아이처럼 뛰어다녔다. 그런데 그만 뛰는 도중 밑창이 떨어지는 바람에 신발에 눈과 모래가 들어가 넘어졌다. 그러자 같이 있던 직장 동료가 막 웃으면서 구두를 집어들고 내 얼굴에 내밀고는 ‘이게 뭐냐’며 ‘이제 그만 구두 사시지’라고 말했다. 나는 그저 멋쩍어했을 뿐이고.
인내의 시간은 차근차근 쌓였지만, 곧 한계가 보일 듯하다. 주변에선 오늘도 새 구두를 사라고 부추기지만 그럴 때마다 미소로 넘기고, 미련은 남아 있지만 언젠가는 잊혀지겠지. 사용하는 동안만이라도 관리를 잘해서 조금 더 오래 신고 싶다.
박지용/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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