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시절 내가 가장 사랑했던 책은 바로 ‘국어사전’이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적거나 말해야 하는 기회가 생기면 항상 국어사전이라고 대답했다. 그런 나를 조금은 신기하게 보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는 ‘나의 국어사전’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국어사전은 낱말의 뜻뿐만 아니라 속담, 어원, 역사, 외국어까지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보물창고 같은 존재였다. 신문이나 책을 읽다가, 라디오를 듣다가 또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가 무엇이든 모르는 것이 있으면 국어사전을 찾았다. 정말 그 안에는 세상의 모든 진리가 숨어 있는 것 같았다. 또 나는 사전의 여백이나 앞뒤 장에 주변에서 본 글귀를 옮기기도 하고, 가을이면 은행잎을 끼워두었다가 친구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픈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을 때면 가슴을 토닥이며 그때그때의 기분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렇게 국어사전은 암흑 같았던 나의 십대 시절을 견딜 수 있게 해주었다. 갈기갈기 찢어지고 새까맣게 변해버린 낡은 사전 한권은 그 시절의 고통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이제는 국어사전을 찾을 일도 별로 없거니와 인터넷을 이용하기 때문에 만질 일도 거의 없지만 사전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죽을 것만 같았던 시절, 국어사전 한권이 생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줄 수도 있다고.
주이정은/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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