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박훈규(35)씨와 얘기를 시작한 지 3분이 경과됐을 때, 그에게 왜 정기구독하는지를 따로 물어볼 필요가 없음을 알았다. “과월호를 담아둔 상자가 20개 있는데, 옛날 기사를 찾아보려 해도 쉽지 않아요.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버리기도 아깝잖아요.” 구독의 시작이 96년이었냐, 97년이었냐를 묻는 일을 접고, 우린 정기독자의 ‘난센스’에 대한 얘기로 바로 들어갔다. “제가 연재물을 즐겨 보거든요. 필자의 개성이 드러나서 재미있어요. 예전에 연재됐던 김학민씨의 음식이야기를 다 스크랩해놓고 생각날 때마다 펼쳐봐요. 그런데 회사생활에 바쁘다 보니 점점 스크랩하기가 만만치 않더라고요. 요즘은 김경씨, 한홍구씨 칼럼을 즐겨 보는데 엄두가 안 나네요. 가끔, 인터넷에 올려진 기사를 긁어서 따로 모으기도 한다니까요.” 잡지를 PDF 파일로 변환해서 1년치씩 CD에 담아 정기독자에게 선물로 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다. “정기구독자 선물도 자주 받다 보니 똑같은 가방이 여러 개예요. 한겨레신문사에서 낸 책은 종종 사보기 때문에 책 선물도 애매하고요.” 난센스다. 그래도 말썽을 피우던 배달이 꼬박꼬박 화요일에 이뤄진다니, 기자는 조용히 가슴을 쓸어내릴 뿐이다.
‘특별히 즐겨 읽는 분야가 뭐냐’는 질문에 “전 첫장부터 끝까지 다 보는데요”라는 답변으로 기자를 제압해버린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다. 요즘은 서울시 건설안전본부에서 주문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마치고, 프로그램 사후 관리를 하고 있다. “참, 한 가지 더요. 차 안이나 전철에서 읽다 보면 가운데 장이 잘 떨어져나가거든요. <이코노미21>처럼 좀더 구부려서 박아주실 수 없을까요.” <한겨레21>의 산뜻한 봄단장을 위해 독자의 유지·보수 주문에 귀기울여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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