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쌓여 있는 것들은 얼핏 책더미 같지만 실은 내 일기장들이다.
그간 세월이 흐르면서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지켜온 것이 있다면 바로 ‘일기쓰기’다. 내가 본격적으로 일기를 쓴 건 중학교 때부터니까 벌써 얼추 18년 정도의 기록 역사를 가진 셈이고 그 분량만 해도 20권은 족히 될 것이다. 최근 간만에 이 일기장들을 다시 읽어보았다. 내 머리 속 기억과 일기장 속 기억이 항상 같지만은 않은 걸 보면서 인간의 기억이 얼마나 부정확하고 왜곡될 수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래서 ‘모든 역사는 기록되어야 한다’고 하나 보다.
일기를 오래 쓰다 보면 몇 가지 재미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먼저 학창 시절엔 아무래도 아기자기하고 예쁜 그림이 담긴 일기장을 골라 사서 쓰는데 이것이 한살 두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스프링이 달린 밋밋한 노트로 바뀐다. 그러니까 비주얼적 측면보다 실용주의 노선을 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일기장과 배우자 선택의 기준이 닮았다.
또 학창 시절엔 무에 그리 할 말이 많았는지 한해에 3권 정도 쏟아내던 일기장이 점차 해가 거듭될수록 1년에 2권으로 굳어지게 된다. 그만큼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어졌다는 방증일 게다. 그리고 오랫동안 일기를 쓰다 보면 그날그날의 날씨만큼이나 글씨체도 많이 변하는데 정성스럽게 써내려가던 또박체가 일기장의 권수가 늘어날수록 흘림체로 둔갑, 때론 나도 해독이 불가능한 악필이 되어간다. 젊음과 열정에 불타던 삶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글씨에 반영되기라도 한 듯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 기세가 꺾여간 것일까?
봄여름가을겨울의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가 나왔을 당시 그 노랠 들으며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 읽는 기분은 어떨까 참 궁금했는데 어느덧 내게도 그만큼의 세월이 지나 내 삶의 기록들이 화석처럼 고스란히 일기장에 남았다. 앞으로 10년 더 일기를 쓴다면 또 어떤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나의 다이어리 집필은 계속될 것이다. 쭈우욱~.
라소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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