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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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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4호를 보고

등록 2004-04-15 00:00 수정 2020-05-03 04:23

민주당의 재기에 필요한 건

표지이야기 ‘정통야당의 비극적 침몰!’을 읽고 해방 이후 우리나라 정통야당의 맥을 이어온 민주당이 민심을 잘못 파악하고 정체성을 상실하면서 소수당으로 전락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물론 이는 민주당의 자업자득이겠지만 시대의 흐름과 대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가라앉는 것은 비운이 아닐 수 없다. 여태까지 이 나라의 독재를 막고 민주화를 이루는 데 노력해온 개혁과 변화의 정통야당이 지나친 반노 감정을 지니면서 비리의원들의 체포동의안 가결에 일조하고 대통령 탄핵에서도 한나라당과 공조했으니 제 눈을 스스로 찌른 꼴이 되고 말았다.
또한 민주당에서 일부 세력이 분당한 이후 노선이 애매모호해지면서 개혁파가 소외되고 기득권 세력들이 다시 주도하여 한나라당의 기득권 세력과 공조해버렸으니 정체성이 짓밟히게 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비록 좋지 않은 결과를 얻더라도 다시 일어선다는 각오로 분골쇄신하고 개혁에 다시 앞장서 여론과 민심을 잘 읽어 정책에 반영한다면 국민들은 결코 정통야당을 잊지 않을 것이다. 당권경쟁을 벌이면서 매사 감정적으로 대처하여 반역사적이고 반민주적인 행보를 보인다면 민주당은 영원히 재기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최남이/ 경남 창녕군 영산면 죽사리

휴대전화를 거부하는 사람들

‘라이프 & 트렌드-휴대전화를 휴대하지 않는 사람들’ 기사를 읽었다.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어느 새 일상생활의 패턴은 송두리째 바뀌었고 우리는 즉응즉답형의 사회구조 안에서 살게 되었다. 기동성과 편리함으로 인해 실생활에서 휴대전화를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지만 그것이 순기능만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어 그저 전화 버튼을 누른 다음엔 얘기할 주제를 찾게 된다. 그리고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생각없는 답변을 늘어놓는다. 이동통신 가입자 3400만명이라는 수치 앞에서 얼마나 많은 대화가 주제 없이 공중을 떠돌고 다니는지 상상해본다.
이런 휴대전화의 홍수 속에서 과감히 전화기를 버리고 새로운 생활을 발견하려는 이들이 늘어간다고 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건 휴대전화 없이도 얼마든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거다. 삐삐나 이메일로 의사전달을 하는 이들은 경제적이기도 하거니와 여유로운 생활을 지향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 사회와 유리되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여유로움을 통해 더 인간적인 삶을 추구한다. 휴대전화를 쓰지 않아도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으로 인식하고 취향의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황호민/ 충남 논산시 취암동

한국은 러시아가 될 수 없나

‘석유만 먹고살 순 없다!’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정치 장악력과 경제개혁 의지를 확인하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소련의 붕괴 이후 러시아는 힘든 시간들을 겪어왔지만, 대국이 지녔던 과거의 저력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세계의 중심으로 진입하기 위해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렇게 큰 나라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푸틴의 카리스마에 경의를 표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지금 어떠한가. 러시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나라지만 곳곳에서 분열의 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이 나라에 통합은 없는가. 그리고 정말 우리는 훌륭한 리더를 한명조차 가질 수 없는 민족인가. 국가의 저력은 하나됨에서 시작한다고 확신한다. 남북통일의 길이 멀어만 보이니 안타깝다. -허진성/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EBS 방송으로 학습 부담 늘어

몇십조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활성화한다는 명분 아래 지난 4월1일부터 교육방송(EBS)을 통해 무료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EBS에서 수능문제가 얼마나 나오는지 수능시험 끝나고 보십시오”라는 교육부 장관의 무시무시한 발언은 전국의 고3들을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다.
다음날 EBS 교재를 구입하기 위해 서점을 찾았더니 벌써 품절이 된 교재도 있었다. 교재를 가득 사서 집에 와 펼쳐놓으니 이걸 언제 다 풀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과목별로 초·중·고급 편으로 나눠져 있을 뿐 아니라 언어영역은 문학과 비문학으로, 외국어 영역은 독해1과 독해2로 나뉘어 있다. 또 오답노트와 단어장이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교재들이 있어서 수험생들의 부담은 더욱 는다.
인터넷 강의를 듣지 않자니 교육부 장관의 철퇴와 같은 발표가 귀에서 맴돌고, 그렇다고 다 듣자니 학교수업과 자율학습만으로도 벅찬 일과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여러 권의 교재를 함께 사다보니 재정적인 부담도 적지 않다. 이미 3월 초에 EBS 교재를 제외한 웬만한 문제집은 샀고 1년 단위로 계약하는 학습지까지 신청했기에 부담이 더 크다. 교육부가 발표를 조금만 빨리 했다면 이런 문제점들은 나오지 않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교육방송의 강의가 초기의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목표를 얼마나 달성할지 모르겠다. 잦은 교육 정책의 변경과 학벌 중심의 사회구조 속에서 한국 교육의 문제는 결코 쉽게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정나래/ 경남 밀양시 삼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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