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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에서 혹하는 마음을 붙잡고

대선을 사이에 두고 쌓인 938~945호, 24기 독자편집위원회 마지막 회의… 대선 관련 기사를 돌아보고, 대선 이후 ‘마흔’과 ‘세습’에 대해 논하다
등록 2013-02-01 13:13 수정 2020-05-02 19:27

“다들 힐링 좀 되셨나? 대선 이후로.” 충청도에서 올라온 의사 백대현 독자편집위원이 1월22일 회의실에 들어서며 ‘힐링 덕담’을 건넸다. 선착순 1번 황소연 독편위원이 그저 웃는 가운데, 그가 “문재인 된다고 ‘5만원빵’ 했다가 여기저기 술 샀네”라고 말하며 앉았다. 기다리는 사이, 백 위원은 진도에도 없는 946호 표지이야기 ‘3살 벌써 학생’을 칭찬했고, 황 위원은 “X기자 팬이 진짜 많아요. 사람들을 막 홀린대요”라고 개편을 앞둔 ‘주객전도’를 칭송했다. 그렇게 대선을 중심에 두고, 938호부터 945호까지 평가할 이 쌓여 있었다. 제24기 독자편집위원회 마지막 회의였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한겨레 김명진 기자

사회 평가할 책이 너무 많다. 대선 이후 표지를 중심으로 하자.

백대현 기획 연재 ‘탈핵 로드맵을 그리다’가 좋았다. 한국이 원전을 폐쇄해본 경험이 없어서 더 두려움을 느낀다는 지적이 와닿았다. 원전 관련자도 폭탄 돌리기하는 느낌일 것이다. 4대강도 이렇게 시리즈로 다루면 좋겠다.

사회 족집게 의사다. 이번주에 만드는 표지가 4대강이다.

J씨 945호 ‘혹하는 마흔살’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대선 때문에 계속 정치가 표지이야기로 등장하니 피로감이 있었다. 기사를 통해 40대가 경험하는 압박과 막막함을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황소연 940호 ‘박근혜 비선 리더십’도 좋았고, 944호 ‘부끄러워? 부러워!’도 신선했다. 특히 세습에 대한 내용을 Q&A로 정리한 ‘남이 하면 상속, 내가 하면 선물’이 재미도 정보도 있어 좋았다.

장슬기 좀 다른 얘긴데, 945호 기획 연재 ‘레트로 2012 대선’에서 사람들의 말을 ‘노랗게’ 색칠한 편집이 좋았다. 핵심 문장이 눈에 쏙 들어왔다. 다른 것도 이렇게 하면 안 되나?

J씨 943호 ‘더 이상 죽이지 마라’의 표지 제목과 영정 사진은 좀 거부감이 들었다. 심하게 말하면, 운동권 구호 느낌이었다. 박근혜가 당선됐으니 당연히 더 많은 노동자가 죽어나갈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체념한 것 같았다. 같은 좋은 잡지를 더 많은 이들이 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쉬웠다.

이정주 나는 그 표지가 좋았다. 대선은 끝나도 노동자들의 투쟁은 현재진행형인데, 대선 이슈에 매몰된 다른 매체와 대비할 때 다운 본질을 잃지 않고 있었다.

기억에 남는 ‘중원을 차지한 자 승리한다’

947호 독자편집위원회

947호 독자편집위원회

사회 정치의 계절이 지나갔다. 정치 기사가 대선 이후 평가를 제대로 하고 있나.

장슬기 세대 얘기를 많이 하는데, 여전한 지역 문제는 잘 안 다루는 것 같다.

J씨 942호 표지이야기 ‘잿더미에서’는 날카로운데, 왜 이런 분석은 항상 사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지 안타깝다. 인상 깊게 읽은 기사 중 하나가 939호 ‘크로스- 이주의 트윗’에서 이재훈 기자가 쓴 글이다. ‘무엇을 위한 정권 교체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민주당을 비판한 칼럼인데, 이런 문제 제기를 대선 전에 무게감 있게 다뤘으면 좋았겠다.

사회 대선 전 기사를 지금 돌아보면?

장슬기 939호 표지이야기 ‘중원을 차지한 자 승리한다’를 보고, 민주당이 질 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황소연 나도 그 기사를 읽고 불안을 느꼈다.

장슬기 박근혜의 장점도 잘 나왔고, 938호 ‘대선 캠핑’의 유제두씨 이야기를 읽으며 이런 사람도 있겠구나 싶었다. 시야를 열어줘서 좋았다.

J씨 대선 이후에는 인수위원회의 실망스러운 인사 등에 대해 문제 제기를 잘하고 있다고 본다.

사회 대선 이후, ‘마흔’이나 ‘세습’ 같은 기획 기사는 어땠나.

황소연 마흔 기사는 의외여서 더 좋았다. 특히 마흔에 대한 관습적 설명을 넘어 비혼 얘기가 만화와 함께 나온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정주 세습 기사는 아이디어는 좋은데 포인트가 아쉬웠다. 박근혜 당선인을 삼성 이재용이나 북한 김정은과 동일 선상에 놓는 건 무리 가 있다고 본다. 김정은은 명백한 세습인 데 비해 박근혜는 엄연히 민주적 절차와 선거를 거쳐 당선된 사람이다. 아버지의 후광을 입긴 했지만 말이다. 어느 정도 분리가 필요했다.

김도연 노동 탄압의 수단으로 손해배상 청구, 가압류를 남발한다는 얘기가 좋았는데, 지금 시대의 노동자를 탄압하는 방식을 더 크게 정면으로 다뤘으면 좋았겠다.

백대현 에너지 자립을 꿈꾸는 공동체를 소 개한 942호 기획 연재 ‘탈핵 로드맵을 그리 다’는 몇 년 뒤 집 지을 생각을 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도움이 됐다. 건설비는 얼마 들지, 태양전지의 수명은 어떤지 궁금한 정보를 얻 을 수 있었다.

J씨 이주민을 다룬 ‘경계에 선 사람들’ 기획 기사도 잘 읽었다. 이주노동자 문제는 이제 식상하다는 이유로 소재 선택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은 변함이 없다. 꾸준히 다루면 좋겠다.

김도연 아, 진보정당 이야기가 궁금한데 대 선 이후 매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연애편지를 기다리는 것 같았던

사회 독편위원을 마치는 소감을 들어보자.

이정주 지난 임기를 더해 1년간 활동했다. 독편위 활동을 한다는 건 내겐 늘 이런 기분 이었다. 연애 초기에 연애편지를 기다리는 기분? 시도 때도 없이 편지함이나 휴대전화 를 쳐다보며 가슴 설레는 그런 것 말이다. 독 편위에 기고할 때면 다음주를 내심 기다리 곤 했다.

황소연 처음 독편위를 시작하며 결심한 것 들을 잘 지켰는지 모르겠다. 기사 한 줄마다 새롭게 생각하고 싶었는데, 지루한 말만 늘어 놓은 건 아닌지 아쉽다. 결심과 행동이 행복 하게 만나기 어렵다는 것을 또 한 번 배웠다. 그렇지만 독편위에서 나눈 이야기를 통해 하나의 지혜라도 더 배울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

김도연 독편위 활동 중에 에 입사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비평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더 심혈을 기울이지 못해 아쉽다. 기자로 살기에 쉽지 않은 시대다. 기자들과 그들 이 고민하는 기사들이 불후했으면 좋겠다.

장슬기 경쟁지에서 전화가 왔다. 24기 독편위 마지막 모임을 어떻게 알았는지, 하하하. 대선이 끝난 뒤 멘붕을 정기구독으로 이겨내자는 식의 유혹(?)이었다. 전화를 매몰차게 끊으며 에 대한 내 애정을 확인하게 되었다.

사회·정리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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