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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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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는 좋으나 시는 어렵다?

등록 2012-08-30 15:43 수정 2020-05-03 04:26

24기 독자편집위원회 첫 회의였다. 23기 구관인 이정주·장슬기 위원에 새 멤버 J군·황소연·김도연·백대현 위원이 더해졌다. 백 위원은 10년 전에 독편위원을 한 적이 있다. 시작하자마자 이정주·장슬기 위원이 독편위 ‘마담 초짜’인 기자에게 마구 건의한다. “호별로 정리하는 게 어떨까요?” 어리바리, 위원님들 의견에 따라 평가를 진행했다. 패기만만한 새 멤버를 포함해 날카로운 비판이 이어졌다.

거의 만장일치 최고, ‘흡연자 추방 공화국’

사회: 그러면 919호부터 평가하자.

장슬기: 표지이야기에서 보수 정치인 박근혜를 다뤘지만, 색안경 끼고 보는 식이 아니어서 좋았다. 오히려 박근혜를 ‘까면’ 뻔하잖나. 하지만 까는 이미지를 안 주려다 보니 약간 애매한 기사가 되었다.

이정주: 박근혜의 논리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박근혜 지지자들을 이해하게 됐다.

백대현: 다룰 수도 있지만 다루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지지율 일등이지만 그냥 무시 전략으로 가면 안 되나.

황소연: 표지 사진이 심령 사진 같아서 무섭다는 사람도 있었다.

장슬기: ‘대통령 될 만한 이유’를 쓴 고성국 평론가는 진보매체 편집위원으로 편집자주에 소개돼 있다. 독자들은 진보적인 사람인데 저렇게 보는구나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를 ‘친박’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편집자주를 굳이 달았으면 다른 정보도 줘야 하지 않았을까.

황소연: 어떤 ‘편’에 치우치지 않고 박근혜 비판론과 지지론이 나란히 나와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표지이야기에서 고성국 글이 가장 좋았다.

J군: 제목을 보고 ‘사라진 18년’이 궁금했다. 정작 기사엔 그가 뭘 했는지는 별로 없고, 썼던 글만 있어서 아쉬웠다.

이정주: 의산복합체를 다룬 기획연재 ‘병원 OTL- 의료 상업화 보고서’가 좋았다. 의료 민영화를 의사와 환자의 문제를 넘어 자본의 이해관계로 보는 관점이 신선했다.

백대현: 이명박과 재벌 생명보험회사들이 머릿속으로 그리는 의료 체계를 기사를 통해 잘 보여줬다. 칭찬할 만한 기사다.

사회: 920호 ‘흡연자 추방공화국’으로 넘어가자.

백대현: 최고의 표지였다. 관점이 명확하고 정확했다. 요즘 담배가 가장 만만하다. 정치인도 할 일 없으면 담배 관련 법을 만든다. 낙인찍기 효과가 크다. 세상에는 담배 연기보다 더 나쁜 것이 많다. (벽을 가리키며) 여기 내장제가 더 나쁠 수도 있다. 담배 냄새에 몸서리치는 것도 학습된 것일 수 있다.

장슬기: 흡연자가 ‘가해자’ 소수자가 돼버렸다.

이정주: 초과 납세자들이 과태료까지 내야 하나 싶다. 그들도 권리가 있는 시민이란 것을 잘 보여줬다.

J군: 다만 흡연을 권장해온 역사가 궁금했는데 없어서 아쉬웠다.

샤나나 구스망, 알거나 모르거나

사회: 921호 표지이야기 ‘날치기당한 동티모르 공화국 10년’은 어렵지 않았나.

백대현: 10년 전, 독편위원을 할 때 구스망은 독립 영웅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니 이제는 아니더라. 옛날 생각이 나서 좋았다. 의 긴 애프터서비스 같다. 근데 20대는 잘 모를 수도 있겠다.

J군: 표지 제목을 보고 ‘또 박정희야? 지겨워’ 했다. 그래도 표지이야기를 끝까지 읽어야지 했는데 결국 못 그랬다.

김도연: 나도 잘 모르겠더라.

황소연: ‘그분을 찍어야 편하게 살 수 있다’는 문장을 보곤 비관을 체화한 것 같아 슬펐다.

김도연: 특집 기사는 ‘피임’으로만 묶었나 싶었다. 세태, 사후 피임약 문제, 다시 피임법으로 이어진 구성이 좀 산만했다.

장슬기: 여성지를 제외하고 피임에 대해 이렇게 전면으로 진지하게 다룬 적이 있나. 그런 면에서 높이 평가한다.

사회: 돌아온 시의 시대를 다룬 922호는 어땠나.

김도연: 당시 송경동의 책을 보고 있었던 처지에서는 좋았다. 다른 데서 보기 힘든 기사인데, 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서 좀 어려웠다.

장슬기: 정권이 바뀌며 문학과 사회의 관계가 바뀌었다는 것에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문학 자체에 대한 얘기로 들어가면서 난해했다.

J군: 가장 먼저 든 의문이 사회에 참여하는 예술가가 시인뿐인가 하는 것이었다. 굳이 왜 시인을 내세웠는지 마지막 기사의 중간쯤 가서야 답이 나온다. 시에 대해 다뤘는데, 정작 중요한 시는 한 편도 안 나왔다. 대표적인 사회 참여 시를 독자가 스스로 읽고 느끼게 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이정주: 시는 다양한 미디어가 없을 때 나타난 저항 매체인데, 요즘 그런 역할을 하는 팟캐스트와 같이 다뤘으면 좋았겠다.

백대현: 라면 기사는 라면 국물이 아니라 음식 조미료가 문제라고 끝난다. 적절한 지적이라 생각한다. 짠 것보다 담배가 더 나쁘다. 표지급 기사다.

이정주: 이 기사 보고 갈비탕 국물 안 마신다.

J군: 더 파고들어서 총체적 국물 문화를 다뤘으면 어땠을까.

표지나 독편위나 대담은 끊기기 마련

사회: 적정기술 이야기를 다룬 923호는 좋았나.

백대현: 표지 보고 옛날의 ‘스카이 콩콩’ 타나 했다.

J군: 나는 이 표지이야기가 제일 좋았다. 적정기술은 처음 들어보는 개념인데, 공짜 원조가 망친 저개발국 경제를 진정으로 살리는 방법을 이해하게 됐다.

사회: 쌍용차 해고자 이야기를 다룬 924호로 넘어가자.

이정주: 공지영씨 같은 인기 작가가 뛰어드니 이슈가 되나, 조금 씁쓸했다.

J군: 이성형 교수 이야기가 더 표지스럽지 않았나.

김도연: 대담이 좀 분절적 느낌이 들었다. 대담을 정리하다 보면 생기는 문제일 텐데, 솔직히 문단 연결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장슬기: 해봐서 아는데, 우리가 한 말도 다 끊겨서 나간다. 대담으로 표지이야기 메인 기사를 구성한 시도는 신선했다.

이정주: 프랑스 텔레콤 기사가 재미있었다. 노동탄압이 없을 것 같은 선진국에서도 정신적 괴롭힘 조항을 고민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와닿았다.

장슬기: 특집에는 ‘전국 커피 지도’가 들어갔는데, 숫자를 그래프로 표시했으면 좋았겠다.

J군: 커피의 원가를 따지는 방식은 새롭지 않다.

백대현: 레드로 넘겨서 커피를 직접 볶는 로스터 카페를 다뤘으면 어땠을까.

장슬기: 기사에 ‘흔남흔녀’라는 말이 나오듯, 이제 커피를 마실 수밖에 없는 시대에 우리의 돈을 그들이 어떻게 끌어가느냐를 봤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비판이 너무 많아 칭찬으로 물타기

사회 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서 평가해달라.

J군: 경쟁지에 비해 어렵다. 문체도 그렇다. 그러나 쉬워진다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닌 듯하다.

이정주: 다른 시사주간지는 표지나 특집을 읽고 나면, ‘더 다룰 수 있었는데 안 다뤘네’ 하고 끝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은 집요하게 파고든다. 더불어 독자들이 좀 어려워해도 나는 이걸 써야겠어, 하는 고집이 느껴진다. 다만 ‘이 정도는 알고 있겠지’ 하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경우가 있어서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백대현: 동티모르 기사에서도 보이지만 만의 스타일이 있다. 숨은 이야기를 끌어내려는 노력이다. 분위기도 기자들의 기를 살려주는 것 같아서 좋다.

황소연: 다들 서두를 쉽게 시작한다. 소재는 어렵지만 관심 가게 시작하니 읽게 된다. 일기 쓰듯이 쓰는 김남일 기자의 기사가 좋다.

#그 밖의 기억할 만한 평가를 사회자 마음대로 정리했다.

장슬기: 정인환 기자가 혼자 국제면을 맡아 기사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놀랍다. 요즘 국제관계를 공부하는데 정인환 기자의 기사를 읽으면 정말 도움이 된다. 소재는 좀 뻔해도, 우리가 놓치는 것과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관점이 있어서 좋다.

이정주: 이세영 기자는 기사만 봐도 학구파같이 느껴진다. 남들이 잘 모르는 사건과 인물의 연결 고리를 찾아내는 솜씨가 남다르다. 버스에서 읽기는 어려운 기사지만, 읽고 나면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든다.

J군: 서울대 순혈주의를 비판한 이성형 선생 기사가 참 좋았다. 박권일씨가 ‘크로스’에서 런던올림픽을 분석하며 무능력한 국가와 자력갱생하는 국민을 대비시킨 글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몇 가지 당부가 있었다.

황소연: 음악 칼럼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이정주: 잔지식을 보강해주는 순수한 의미의 경제 칼럼이 있으면 어떨까.

장슬기: 이전에 독편위를 담당했던 신소윤 기자의 기사도 참 좋다고 꼭 전해주세요.

사회·정리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24기 독자편집위원 자기소개서
처음처럼, 10년 전처럼

백대현(36·의사)충남 아산 배방읍에서 내과 겸 검진센터를 하고 있는 현직 개원의다. 10년 전 4기 독편위원을 하며 기사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이 상당히 의미 있었다. 그동안 군대를 갔다오고 수련의 생활을 하느라 여유가 없었는데 개업한 지금,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 다시 한번 참여하고 싶었는데 다행히 뽑아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J씨(22·학생)2년 전쯤 편집국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첫날, 집으로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왔다. 아들을 납치했다는 협박에 어머니는 범인에게 400만원을 그대로 송금하고 말았다. 에서 일하지 않고 집에 있었더라면 보이스피싱도 안 당했을 거라는 생각에 에 대한 엉뚱한 분노가 피어올랐다. 드디어 내가 독편위 활동을 통해 을 제대로 벗겨 먹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 지금도 충분히 참신하고 밀도 높은 이라고 생각하지만 날카로운 비판과 제안으로 더 나은 을 만드는 과정에 내 영향력을 강하게 행사해보겠다.

황소연(22·학생)애정을 갖고 읽어온 에 일조할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 사실 독자들을 대표해서 지면 모니터링을 할 정도로 을 오랜 시간 읽어왔는지, 게다가 견문이 깊은지 생각하면 망설여진다. 첫 회의를 하며 든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보다 더 예민하게, 더 꼼꼼하게 읽는 것만이 독편위에 임하는 나의 유일하고도 확실한 자세인 것 같다. 애매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잔소리도 칭찬도 아끼지 않으려 한다. 앞으로 6개월, 열심히 듣고 새롭게 생각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겠다.

김도연(28·대안 미디어 기자)자기소개를 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떠돌이 글쟁이’가 되고 싶은 김도연이다. 현재는 3인 미디어 ‘프로젝트 모아(MoA)’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을 비평할 기회를 갖게 돼 기쁘면서도 떨린다. 그래도 솔직하게, 신랄하게 비평하겠다. 곧 있으면 대선이다. 정치 이슈가 범람할 시기다. 비평뿐 아니라 쏟아지는 기사에 대해 신명나게 토론하며 한바탕 놀아보고 싶다.

장슬기(25·학생)23기 독편위 때 을 너무 무겁게 접근한 듯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기사조차 너무 의미를 부여해서 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4기에선 욕심(?)을 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해보려 한다. 모임 때마다 항상 즐거웠던 독편위를 한 번 더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새 독편위원들의 참신한 지적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도 모두 기대된다.

이정주(29·취업 준비생)우여곡절 끝에 23기에 이어 24기 독편위에서도 함께하게 되었다. 한번 해보는 것도 모자라 연임(?)까지…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다. 두 배 더 뛰겠다. 얼마 전 주간지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쇠퇴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그중 유일하게 성장한 주간지가 하나 있는데 그게 라고 하더라.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대세를 거스르는 예외는 늘 존재한다. 자타 공인 국내 최고 주간지 이 더욱 힘차게 대세를 거슬러 나아가 뛰어넘는 데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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