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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세상, 공정하게 사는 법

<한겨레21> 745~748호 모니터링 회의… 더러운 커넥션과 착한 초콜릿 사이
등록 2009-03-05 15:50 수정 2020-05-03 04:25
2월24일 저녁, 17기 독자편집위원회 다섯 번째 모니터링 회의를 위해 둘러앉은 자리는 풍성했다. 지난번 회의에서 “직접 만든 선물을 건네겠다”고 다짐했던 한 위원은 머리핀을 만들어 선물로 돌렸다. 직장을 그만둔 한 위원은 “첫 실업수당으로 사왔다”며 떡 꾸러미를 꺼냈다. 745~748호를 꺼내들고 마주한 현실은 용산의 비열한 커넥션과 이제 막 움트는 착한 소비의 싹이었다.
<한겨레21> 745~748호 모니터링 회의… 더러운 커넥션과 착한 초콜릿 사이

<한겨레21> 745~748호 모니터링 회의… 더러운 커넥션과 착한 초콜릿 사이

비열한 거리, 참담한 용산

이수택: 분노와 울분으로 기사를 읽었다.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와 이후 정부와 정치권, 사법기관이 보인 행태는 실망을 넘어 절망감을 느끼게 했다.

홍경희: 746호 표지이야기 ‘죽은 자, 살아남은 자, 떠난 자’의 경우 인물이 너무 많이 등장해 혼란스러웠다. 당시 많은 언론이 폭력의 주체가 철거민이다, 아니다로만 몰고 나가는 상황에서 촬영팀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현장을 재구성해 좋았다.

최우리: 전직 용역 직원, 경찰, 전철련 의장 등 다양한 주체가 등장했다는 점에 의미를 둔다. 얼마 전 버스에서 한 할머니를 만났는데 집회로 차가 밀리자 집회 참가자들을 욕했다. “할머니, 용산에서 사람이 너무 많이 죽었잖아요” 했더니 그 사람들이 폭력배라서 죽은 거라고 말씀하셨다. 화염병과 폭력 시위로만 너무 시각이 굳어졌더라. 연쇄살인으로 용산을 덮으려는 세상이다. 비열한 커넥션, 계속 추적해달라.

조성완: 국민들은 자꾸 잊어버린다. 철거민은 20년 전에도 죽었고 내년에도 죽지 말란 법이 없다. 미국산 쇠고기도 벌써 잊은 듯한 분위기다. 이렇게 생각하면 참 무기력해진다.

유재영: 748호 ‘단독 확인 용산 커넥션’은 폭력적인 권력구조을 깨고 큰 판을 흔들기 위해 계속 보도돼야 한다.

홍경희: 자본의 묵인하에 폭력이 활개치고, 폭력의 비호하에 자본이 춤춘다. 영화 같은 이야기를 현실에서 만나면 두려워진다. 폭력조직과 관이 촘촘히 연결된 모습을 확인하며,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또 의심한다. 재개발 과정의 문제점을 깊게 다룬 기사가 독자를 차분하게 한다. 현상에 매몰되지 않고 심연을 보는 힘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현정: 단독 확인이니만큼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이었다. 지속적으로 취재해 재개발 지역에서 끊임없이 반복된 부조리, 개발 방식의 문제 등을 성찰하게 해주면 좋겠다.

최고라: ‘용산 커넥션’을 밝혀도 ‘그럴 줄 알았어’, 충격적 홍보지침도 ‘그런가 보다’…. 사람들의 이런 반응이 더 참담하다. 자영업자 몰락 문제에 계속 집중해야 한다.

이수택: 강호순 얼굴은 보고 싶어하면서 용산엔 입을 다물고 있다. 천박한 의식 수준이다.

진보경: 1학년 때 도덕책의 한 구절이 ‘가치 전도가 일어나고 있다’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난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야’ ‘돈 벌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어’ 라고 할 거다. 맙소사. 커서 그렇게 살지 않도록 이 일을 꼭 기억하자고 다짐할 뿐이다.

17기 독자편집위원회

17기 독자편집위원회

착하게 소비한다는데 ‘Why Not’ 은 745호 ‘초콜릿은 천국의 맛이겠죠’를 시작으로 ‘지구를 바꾸는 행복한 상상-Why Not’을 진행한다. 2009년 한 해 동안 계속될 이 캠페인은 4개의 시즌(공정, 사회적 기업, 녹색기술, 공동체)으로 구성된다. ‘Why Not’을 위한 제언을 들어봤다.

홍경희: ‘착한 초콜릿’의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 김현중과 김준을 섭외한 것은 탁월했다. 주변을 보니 어린 친구들이 이들을 계기로 공정무역을 알게 된 거 같더라.

유재영: ‘착한 초콜릿’이 뜨자 이후에 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의 기사들이 이어졌다. ‘지구를 바꾸는 행복한 상상-Why Not’이 시작된 뒤 4호 모두 초콜릿 관련 기사가 실렸더라. 좀 과한 측면이 있지 않나.

최우리: 요즘 경제가 어렵고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 ‘공정’이란 말을 쓰기가 어려운데 그만큼 반향이 있었다는 게 뿌듯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공정’이라고 하면 여유 있는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는 무언가로 여겨진다. 주변 사람들도 당장 먹고살기 힘드니까 싼 거 사게 되고 ‘착한 소비’를 실천하기 어렵다더라.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주고 산다’는 의식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홍경희: 영국 사례를 보며 유통구조를 지적한 것에 공감했는데 하나 의문이 들었다. 대기업이 공정무역 상품 생산에 참여할 경우 폐해가 있진 않을까 하는 점이다. 기존의 아름다운가게나 비영리 유통망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공정무역의 취지에 가까운 게 아닐까 싶다.

이수택: 대기업이 만든 공정무역 상품은 결국 대기업의 배만 불려주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최우리: 유전자변형식품(GMO)의 경우를 보면, 환경단체는 사용하지 말자고 주장했고 대기업들은 자연스럽게 GMO를 써왔다. 그러던 것이 의식이 전환돼 소비자가 GMO를 안 먹겠다고 나서니까 이젠 대기업이 먼저 ‘우린 GMO 안 쓴다’고 나온다. 소비자가 공정무역 상품을 원하면 대기업도 나설 수밖에 없다.

진보경: 공정무역을 학교 친구들이 잘 모르더라. 나도 기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학생들에게 이런 내용의 교육이 필요하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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