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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그곳에 가지 말아야 했을까

등록 2008-03-28 00:00 수정 2020-05-03 04:25

‘집중 모니터링’ 방식 도입된 첫 회의이자 15기 마지막 모임… 넓고 깊게 분석하는 정치 기사를…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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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집위원회의 반란. 그들은 독편위 지면에도 메스를 들었다. 회의 결과가 단편적으로 노출된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새로운 방식을 고안하려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가 ‘호수별 집중 모니터링’이다. 회의 전 위원들이 분담해 한 호를 전체적으로 평가한 보고서를 올리고, 회의에서 이를 토대로 논의를 발전시켰다. 6개월째 이뤄진 그들의 반란은 다음 기수가 이어받는다.

698호 “특집과 초점이 힘이 있었다. 숭례문이 잿더미가 된 건 2월10일, TV는 이 사건을 생중계했고, 일간지에서는 바로 다음날 숭례문 화재 사건이 1면을 장식했다. 주간지로서 ‘뒷북’을 칠 수밖에 없는데다 이미 나올 법한 정보들은 모두 나온 상황이다. 의 숭례문 특집 기사는 정보 대신 ‘정서’를 선택했고 이것이 효과적이었다. 현대건축가 황두진씨는 숭례문이 타는 현장에서 향긋한 냄새가 났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안타까움 이상의 정서다. 그는 이처럼 독자의 정서를 파고듦으로써 생방송으로 화재 현장을 지켜보는 것과는 또 다른 현장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폴리널리스트’를 다룬 정치 기사를 인상적으로 봤다. 언론인이 정치에 진출하는 것이 왜 나쁜지 질문을 던질 수 있는데, 이에 대해 날카롭게, 설득력 있게 대답을 해줬다. 사이드 기사의 ‘이승만이 첫 번째 폴리널리스트다’라는 도입도 재치 있다. 노 땡큐! ‘숭례문의 자살’은 최고의 칼럼이었다. 숭례문을 노인에 비유한 것이 신선했다.”(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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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각: 표지 사진이 좋다. 수도꼭지에서 돈이 튀어나오는 게 민영화 이후 물이 돈이 되는 상징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물이라는 한 가지 문제에 집중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대대적인 민영화와 관련한 문제도 부각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승현: ‘민간위탁’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공사’인 한국수자원공사에 의뢰하는 것이 왜 ‘민간’인지 아리송함이 풀리지 않았다.

이미지: 스포츠 ON의 ‘당예서의 태극마크를 응원하라’ 기사는 스포츠에서 만연한 혈통주의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기획 ‘기이한 나라 구경가볼까’는 미시적인 느낌을 잘 살려서 좋았다. 북한과 중국이 우호적인 관계로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중국은 북한 사람을 멸시하고, 북한은 중국인이 지저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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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9호 “주 요리는 손이 많이 간 것이었지만 내 입맛엔 맞지 않았다. 대신 다양하고 맛깔스러운 반찬이 일품이었다. 표지이야기는 시의적으로 기대했던 기사다. 2002년부터 7년에 걸친 이 대통령의 모임 참석 일지와 새 정부 내각 내정자들의 면면을 정리한 자료는 실로 놀라웠다. 하지만 외람되게도 난 그 모든 자료에 앞서 기자님들께 “과연 대선 주자가 표심을 잡기 위해 동문회를 돌고 지인 모임에 참석한 게 잘못인가?” “인구의 5분의 1이 기독교를 믿는 나라에서 청와대·내각 인사 4분의 1이 기독교도라는 게 대수인가?”라는 질문이 생겨났다. 천편일률적인 검증을 넘어서지 못했다.
허기진 배를 채워준 것이 다른 기사들이었다. 등록금에 묻어가는 동문회비, 휙 그려지지 않은 세한도, 새콤달콤한 피클과 그 이름도 생소한 미스터리쇼퍼 탐험까지. 특히 ‘스타워즈 에피소드4: 아시아의 습격’이 재밌었다. 민관 합동으로 놀라운 발전을 이룩한 일본의 항공우주산업 이야기는 무척 고무적이었다. 미국이나 러시아 같은 경우는 극비산업으로 분류해 군사적인 목적인데 여기서는 산업적인 면으로 잘 활용하는 것 같다. 한데 팬으로서 제목에 대해서 한 말씀만…. 스타워즈 에피소드는 이미 6편까지 나왔다는 거~~!”(이미지)

김민: ‘고·소·영’이 실질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나를 짚어줘야 했다.

김승현: 다음호 표지도 이명박 정부에 관한 이야기다. 좀더 기다려 탄탄하게 했으면 좋았을 것을 성급하게 다루지 않았나 한다.

유진아: 지역주의나 학벌주의의 문제가 될 텐데, 수치나 통계에 집착하다 보니 사적 영역의 관계가 공적 영역으로 넘어갈 때의 문제점을 심도 있게 다뤄주지 못했다. 표지이야기 ‘소망교회를 대신할 곳은 어디인가’ 기사는 주제가 헷갈렸다. 대통령의 종교의 자유 이야기인지 부적절하다는 건지 모르겠다.

윤형각: 특집 ‘한·중·일 우주전쟁’은 국가 간의 경쟁력을 부추기고 국가주의를 강화하는 느낌이어서 약간 불만이었다.

유진아: 기자가 뛰어든 세상 ‘미스터리쇼퍼’는 사용자 입장을 강조해 불편했다. 서비스직 아르바이트를 할 때 ‘미스터리쇼퍼’에게 당한 적이 있다. 본사에서 내려보낸 사람들이었는데, 손님이 없을 때 직원들끼리 웃고 떠든다고 지적을 했더라. 모니터링 내용이 일하는 내내 로봇화되기를 강요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일하는 사람들의 최저조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손님은 왕이다’라는 논리만 강요한다.

김승현: 삼성전자, 한국타이어 기사가 공감이 갔다. 건강하게 일할 권리는 중요하다. 어디든 직업병이 있는데, 몸이 망가지면 노동자에게는 치명적이지 않은가. 지속적으로 보도해주길 바란다.

이미지: 삼성전자 쪽에서는 작업장 내 백혈병 유병률이 일반 유병률보다 더 낮다고 이야기한다고 들었다. 일반인들은 그걸 판단할 수단도 없는 셈인데, 언론이 추적해주었으면 좋겠다. 다음호에 나온 ‘보도 그 뒤’는 너무 이르게 기사를 쓴 느낌이다. 더 깊은 추적이 필요하다. 드디어 BBK 문제가 결론이 났다(초점). 그런데 제목대로 그렇게 공들였던 기획이 ‘사뿐히 가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윤형각: 문화 ‘절실한 그리움으로 숭례문 성찰해야’가 좋았다. 유기적이고 장기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관점이 좋았다. 마음과 정신을 되살리려는 노력부터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700호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 가장 답답했던 것 중 하나는 경제 가치가 너무 중요시되어서 다른 가치들은 모두 뒤로 밀리는 것이었다. 이번 인사 파동을 보면 ‘능력’이라는 가치도 그와 유사한 최우선의 배타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답답했다. 그런데 이런 대통령의 ‘능력 지상주의’ 철학은 선거 때부터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제는 좀더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질문, ‘그래서 정말 그 사람들이 능력이 있나’와 ‘그 능력이란 무얼 말하는가’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능력을 실용과 혼동해서 쓰는 위험, 능력과 도덕성을 배타적·대립적으로 보는 청와대의 인식, (도덕성을 포함하는) 능력의 범위 등에 대해 언급한 것은 꼭 필요했다. 똑같은 이분법적 사고 틀 안에서 도덕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 파동과 같은 일은 얼마든지 더 생길 것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관점에서 좀더 자세하고 넓게 분석해줬으면 좋겠다.”(김지환)

윤형각: 표지이야기는 한나라당 의원이 “아니 제정신이냐!” 하는 구절로 시작되는데, ‘개인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도입부 사진 설명도 ‘국민도 이명박 대통령의 마음도 까맣게 타들어갔다’라는 개인적인 감상을 적고 있다. ‘능력 안에 도덕성도 포함된다’는 주제를 더 강조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유진아: 여성 장관의 문제를 다룬 기사는 공감이 갔다. 여성 인사 두 명이 낙마하면서 여성 장관 내정자가 한 명밖에 없는 형편이다. 여성 인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지적해준 점이 신선했다. 이슈추적 ‘성폭력 피해자 전담의료기관’ 기사는 전혀 몰랐던 이야기라 신선했다. 성폭력의 경우 가해자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피해자는 오히려 미묘한 비난을 받는다. 이런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이라는 문제의식이 좋았다.

김승현: 경제의 유전자조작농산물(GMO) 이야기를 주의 깊게 봤다. 한국·일본만 콩을 식용으로 먹는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부터 내용이 탄탄하다.

701호 “이번 표지는 가족에게서 독립 준비를 하는 나에게 더욱 와닿는 기사였다. 대담에 나오는 ‘가족은 누구에게나 의지인 동시에 부담’이라는 말에 크게 공감을 하며, 세금 공제가 가족에게 주는 혜택이라는 걸 새롭게 알 수 있었다.
결혼이 점차 늦춰지고 가족제도의 변화로 비혼 가구가 늘어난다는 전제는 비혼 가구에 관심을 가져야 할 충분조건이 될 것이다. 비혼 가구를 또 하나의 삶의 존재 방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울림이 있었다. 생동감 있는 대담과 비혼 가구가 부딪치는 첫 번째 문제인 주거 문제의 해결 방안을 보여주는 일본의 사례에도 눈길이 갔다. 비혼 가구에 대한 심적 차별을 먼저 걷어낼 ‘동반자 등록법’이라는 제도에도 관심을 가져 구조를 점검한 것까지 알찬 구성이었다. 현재의 법률은 가족 이외를 적으로 보는 관념에 기초한다며 ‘신뢰 문제’까지 언급하는 등 여러 시각을 보여주려 했다. 비혼 가구 차별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더라면 이해에 도움이 되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김승현)

김지환: 정치 기사가 아니어서 신선했다. 좋은 말이 많아 줄도 많이 쳤다. 외국의 경우 일본 말고 다른 나라의 사례도 알려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김민: 배운다는 느낌으로 봤다. 그런데 마지막 ‘동성애 동거’ 이야기는 비혼 문제와 엮일 수 있는 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관계를 정상적인 혼인 관계로 인정해주면 되는 것으로, 아예 혼인을 하지 않는 비혼자들의 문제와는 다르지 않나.

유진아: 비혼을 다루면서 동성애 커플을 꼭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결혼을 해도 법적 테두리 안에 들어갈 수 없는 관계가 아닌가. 가부장 중심의 가족을 제외한 여러 가족 형태를 보여줘 공감하면서 봤다.

김민: 특집 기사는 물가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시점이라 좋았다. 세계무역기구(WTO)와 곡물 메이저 등 구조적인 문제를 여러 가지로, 그리고 알기 쉽게 이야기해주었다.



15기 독편위를 마치며

회사에서도 독편위 해주세요~

내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하나의 몸짓이 된다고 했던가. 허물 없이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눈으로 대할 때보다는 비판하고 평가해야 하는 대상으로 대할 때, 부담스러움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다. 역설적으로, 덕분에 거리감이 사라졌고 배우고 성숙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또 하나의 세계관으로 만날 이 새삼 반가울 듯하다.김승현

독편위는 나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극이 되었다. 회사 내 팀원 한 명은 을 구독하기 시작했고, 선물로 받은 을 팀 과장님께 선물했는데,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가치들을 다시 생각하게 해줘서 고맙다며 두번이나 정독했다고 감사 인사를 하기도 했다. 관심 있는 몇 명과 함께 3월부터 독서토론회도 시작한다. 기존 회사 독서토론회와는 달리 사회·정치 관련 책을 읽을 예정이다.김지환

이 독자와 호흡하려고 얼마나 진지하게 애쓰는지 확인했다. 무늬만 독편위가 아니고, 시늉만 내는 것이 아니고, 독자의 반응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반영하려는 것을 보고 신뢰가 생겼다. 나는 언제나 독편위 기사를 재밌게 읽은 편인데, 이번 독편위 기사들도 독자들이 찾아 읽으셨는지 궁금하다. 다른 독자들이 공감하지 못할 평가가 안 되도록 보편타당하게, 상식에 맞게 하려고 했는데, 그게 오히려 무겁고 재미없는 평가가 되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전수경

글을 읽다 보면 눈은 즐거운데 입은 영 심심하고 답답하다. 당장 하고 싶은 이야기, 묻고 싶은 질문은 많지만 글에다 대고 물을 순 없으니 나 같은 ‘발산형’ 인간에게는 그것이 큰 고역이다. 처음엔 기사로만 볼 수밖에 없는 기자들을 직접 만나 피드백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좋았는데, 한두 달 지나고 보니 가장 즐거운 건 독편위원들과의 토론 그 자체였다. 나이·직업·성격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날을 세우기도 했고, 기발하게 한 방 먹이기도 하고, 엉뚱한 이야기에 웃음이 폭발하기도 했다. 우리의 토론은 늘 3시간을 꼬박 넘겼다. 지루할 새 한 번 없이.이미지

어느새 또 6개월이 훌쩍 지나버렸다. 개인적으론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한 달에 한 번 보는 얼굴들이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처음 다짐만큼 열의를 다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산더미같이 쌓였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련다. 앞으로는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을 만날 수 있어서 그것 또한 기쁘다.유진아

비교적 나와 관점이 비슷하고 나보다 뛰어난 기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쓴 기사들에 대해 독자로서 ‘좋네·나쁘네’와는 다른 구체적인 의견을 매주 제시해야 한다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러한 고통(!)을 무릅쓰고 올린 모니터링과 매주 회의를 통해 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이 더욱 가까운 친구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윤형각

첫 모임에 참석하고 집으로 가면서 다음 모임이 한 달 뒤라는 사실이 아쉬워졌다. 반년이라는 짧지 않은 활동 기간에 서로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기회는 단 6번! 아, 역시 아쉽다. 독편위 활동을 하면서 내가 에 도움을 줬다기보다는 내가 에서 얻어간 것이 많았던 것 같다.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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