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해야 될 것만 같은 의 ‘추천’… 더운데 열받네, 민자고속도로·아워홈·동남아 여행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딱 서늘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어제는 여름, 오늘은 가을’ 하는 때의 여름날, 14기 다섯 번째 독편위 모임을 가졌다. 허겁지겁 이마의 땀을 닦으며 달려온 기자를 여유롭게 맞아준 위원님들은, 회의 내내 기자를 땀나게 만들었다.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건과 남북 정상회담, 논쟁, 한나라당 경선 투표 등 뜨거웠던 8월 여름 한철을 지나온 669호에서 673호까지를 정리했다. 은 그만큼 뜨거웠는가.
공처가인가, 페미니스트인가
김휘관: 669호 표지이야기 ‘야스쿠니 조선 영령에 감사한다’에서 인터뷰한 도조 유코는 상징적인 존재다. 하이라이트적인 성격, 숨겨뒀던 것을 내놓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민이 소송 걸고, 사법부가 잘못했다고 판단을 내리는 게 대단하다. 소수지만 용기 있는 시민들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김수지: 인터뷰가 재밌었다.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우리의 합리성과 그들의 합리성이 어긋나는 것을 각인시켜주고,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을 알려주었다.
정선미: 그동안 이념이나 전쟁으로 이야기해왔다. ‘야스쿠니를 지키는 삼각동맹’ 기사에서는 그것보다는 야스쿠니가 돈의 문제고 표의 문제고 선거의 문제임을 보여주었다. 깨지기 어려운 이유를 보여준다.
황자인: 종교인 과세 문제를 다룬 특집에서 “얼마 안 받는다는 걸 보이라”는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개척교회 목사가 기초수급자 신청하러 오는 경우가 있다. 소득을 신고하라고 하면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말을 하더라.
김휘관: 종교를 신성시해서 소득세를 내지 않는 것은, 선생님이 노동자냐는 문제와 비슷한 것 같다.
정선미: 더 이상 논리가 없다. 대형교회에서 이익을 크게 하겠다는 것으로밖에 안 비친다. 당연히 내야 한다.
김휘관: 먹고 놀자식의, 전국에서 하루 세 개씩 열리는 축제가 마음에 안 든다. 그래서 사람과 사회 ‘가야전사 허황옥, 모르면 억울하대이’도 마음에 걸렸다. 허황옥에 대한 전설 수준의 기록을 따와 축제를 하는 것이다. 주최 쪽의 논리가 너무 강조된 것은 아닌가. 시의회에서 예산을 삭감하는 것도 이유가 있을 듯한데 객관적으로 다뤄지지 못한 것 같다.
정선미: 여성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재밌게 읽었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여성을 피해자로만 이야기하는데, 진취적이라고 말하는 점도 특이하고 좋았다.
유진아: 그런데 상자기사를 읽어보면 김수로왕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공처가던데….
김승현: 670호 표지이야기 ‘귀농 10년’은 우선 디자인이 좋았다. 눈이 편해서 보기 좋았다.
유진아: “땅이나 파먹지” 하는 게 편한 것라고만 생각했는데, 귀농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유선의: 영농조합, 친환경, 사회복지 등 특별한 귀농만 다룬 것이 아닌가. 농사만 짓는 분들도 계실 텐데 말이다. 주류의 귀농도 그런 모습은 아닐 듯하다.
김수지: 누가 막연하게 “농사만 짓고 살지”라고 말하면 짜증이 났던지라 귀농에 대한 환상은 없었다. 주위에 귀농하신 분들이 있는데 뚜렷하게 큰 결심을 하고 내려가더라. 차분히 정리하고 내려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건강한 기획이었다.
김휘관: 670호는 문화면의 ‘겸재’나 라이프 & 트렌드 ‘창문’ 이야기는 휴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야스쿠니 이야기는 그림 때문에 생생했다. 고이즈미가 어디를 걸어갔는지, 어디서 우익이 확성기를 틀었는지 눈에 그려졌다.
유선의: 특집 ‘믿습니까, 이명박의 유능한 CEO 신화’는 신화를 깨뜨리려 한 기사다. 그가 비도덕적인 사람이긴 하지만 경제를 살려줄 것 같으니까 신화를 믿고 싶어한다. 애써 밝은 면만 보려는 사람이 많다.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그의 신화가 대통령 이후에도 이어질 것인지 회의가 든다.
김승현: 제목에서처럼 믿고 안 믿고의 문제인 것 같다. BBK도 그렇고 점점 진실이 밝혀지는데 ‘신화’를 벗기는 것 같아 좋다. 등 드라마로 만들어졌듯이 이명박 신화는 언론이 만들어주었다는 점도 함께 지적하고 싶다.
사랑의 신화를 재확인하는 통계자료
유진아: ‘정재승의 사랑학 실험실’은 남성/여성의 명확한 구분 내에서 말을 하고 있어서 불편하다. 남성은 이렇다, 여성은 이렇다라고 이야기한다.
김수지: 수치로 계량화되는 것이 거북하다. 사랑에 대한 풍부한 통계자료지만 사실은 사랑에 대한 신화를 재확인시키기만 하는 것 같다.
김휘관: 671호 네오 탈레반에 관한 표지이야기는 ‘괴물’ ‘센 놈’ 등 단어가 부정적이라 부담스럽다. 사진도 그렇다.
유진아: 피랍 당시 담론 중 하나가 폭력적인 선교 방식이었다. 기사 내용이 인터넷에서 떠돌던 과격한 여론의 논리가 될 수 있겠다 싶어 우려스러웠다. 이 사태에서 국가가 진정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었다.
김수지: 선교의 정복주의 방식은 결정적 이유라고 생각했다. 대담에서 현지 상황을 알려주기 때문에 개신교 이야기가 나오기 전 균형추 역할을 해주었다.
김휘관: 특집 ‘민자고속도로’는 이쪽 분야에서 일해봐서 특히 공감이 갔다. 건설만 해놓으면 앉아서 돈을 번다. 아파트 공화국, 도로 공화국의 비애다.
유선의: 함형욱씨의 경춘고속도로 투쟁의 시작이 ‘진실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와닿더라. 힘없어 저항을 못해도 진실을 알고 싶은 사람을 정부와 자본은 어떻게 다루었는가.
672호의 표지로 나온 위키백과 해보셨나? 있는 것을 몰랐는데 가보게 되었다. 네이버 지식인에 중독됐던 적이 있는데 위키백과 사람들을 보면서 그때 생각이 났다.
김휘관: 생소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표지 이야기에 나올 정도의 깊이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특집 영남 민심 탐방은 부산 사람이라 걱정이 앞섰다. ‘영남이 민심을 주도한다’ ‘동남풍’ 등의 표현은 다른 지역 사람이 보면 거북하지 않을까 싶었다.
유진아: 원래 영남은 한나라당의 표밭이다. 이곳 사람들의 지지도가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거지, 지역 차별이라고 보지 않았다.
유선의: 민심은 박근혜라고 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한 말이 그대로 민심이 되는 것인지는 의심이 갔다.
정선미: 옆에서 구경한다는 기분으로 봤다. 다른 정치 이야기보다 재밌게 읽히더라. 대결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판도가 읽혔다.
황자인: ‘동남아 여행’에 대한 기획에서 여행 일정을 유심히 보고는 한참이나 웃었다. 3일의 일정이 다 똑같지 않나.
김승현: 책임여행은 가야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론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하는 여행이 책임여행이라고 정리해줘서 안 가도 될 것 같긴 했지만. 부담도 덜어주는, 깔끔한 결론이었다.
김휘관: 이슈추적에서 다룬 아워홈에 화가 났다. 상상 속의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 어떻게 날짜 없는 계약서가 있을 수 있나.
황자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머리가 너무 잘 돌아간다. 노동자 착취하는 쪽으로는.
‘기업 사회공헌 현장’ 어리둥절
김휘관: 673호 ‘김정일의 머리 속으로’는 자칫 무거운 주제를 쉽게 그 입장이 되어서 쓴 방식 때문에 가볍게 읽었다. 그러면서도 이슈가 빠진 게 하나도 없다. 세계 ‘독일 뮌헨 여성 공동체’는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 후속 보도를 해주면 좋겠다. 마지막 부분에 언급한 할머니 문제가 어떻게 해결됐는지 궁금하다.
정선미: 이명박 관련 기사를 보면서 벽 보고 이야기하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특집 김경준 인터뷰를 보면서는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몰라 갑갑했다. 김경준씨가 오기 전까지는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진실의 종아 울려라’가 내 마음 같다.
유진아: ‘기업 사회공헌 현장’ 기획은 어리둥절하다. 1회에 다뤄진 KT의 ‘IT 서포터즈’에게 강좌를 들은 적이 있다. 강의를 하는 분이 첫날 정신지체 장애인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당신도 할 수 있다”고 말해 황당했다. 그 기억이 얽혀서인지 곱게 보이지 않았다. 지금 연재는 KT에서 내보내는 광고와 비슷하기도 하다. 현장을 취재했다는 느낌보다는 대기업이 하는 이야기의 스피커가 된 듯하다. 674호에서 다룬 포스코도 비슷한 내용으로 광고하고 있지 않나.
김승현: 내가 아는 기업의 사회공헌은 여기 나오는 방식이 아니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다. 직원이 하는 활동을 사회공헌이라고 할 수 있나. 많이 보급되면 기업에 이익이 돌아오는 방식을 가지고. 거기다 KT의 경우 반은 공기업이다. 포스코도 직원 한 사람이 열심히 하는 것에 자신의 기업 이미지를 덮어씌우려고 하는 혐의가 있다.
김휘관: 스포츠에 관심이 많다. 지금까지 스포츠ON에 나온 기사는 거의 다 아는 내용과 사람들이었다. 이번 축구 선생님은 처음 보는 분이었다. 꼭 장애인이라서는 아니다. 실력이 좋은 분이 학교를 돌면서 지도하는 내용을 발굴해 알려주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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