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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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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도 ‘로봇’ 있다?

등록 2007-02-02 00:00 수정 2020-05-03 04:24

2007년을 연 ‘IMF 10년’ 화두에 불안해지고 감정상실증 표지에 우울해지다…교회와 정치권이 똑같이 시끄러우니 긴장 풀지 말고 지속적인 감시 해주길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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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2일 월요일 밤, 2007년 첫 독자편집위원회 회의가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렸다. 이번이 벌써 13기 위원들의 네 번째 회의. 이제 좀 익숙해져가는데 활동이 끝나간다고 벌써부터 아쉬워하며 641~644호 을 꺼내들었다.

IMF 10년, 진지한 성찰을 건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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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웅: 해가 바뀌면 언론에서는 ‘다가오는 새해의 희망’을 이야기하기 일쑤다. 자기 성찰은 뒷전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년호였던 641호의 표지이야기 ‘누구도 나를 보호해줄 수 없다’는 새롭고 반가웠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10년을 맞아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양희준: 자영업자·비정규직·정규직 3인의 사례와 은행에서 생긴 일, 신광영 교수의 기고문까지는 2007년을 맞아 잘 기획된 기사라 생각하지만 IMF의 원인을 둘러싼 기사들은 옛날 얘기일 뿐이다. 이제 어떻게 갈 것인가 하는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신기수: 달력의 사회학과 역사에 관한 특집 기사는 연초 기획으로 적절하고도 재미있었다. 덕분에 달력을 새롭게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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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웅: 641호 문화 기사 중 ‘불편한 세상에 디자인을 건네다’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주로 정책적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이전의 장애인 관련 기사에서 벗어나 생활 속의 발견을 한 듯해 새로웠다.

장일호: 국회에 관한 성추행 기사 또한 놀라웠다. 충격이었다. 국회가 이렇다면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 않나. 이런 사람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하니 논의가 되겠나 싶었다.

김영경: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공론화해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할 텐데 그냥 덮어질까봐 걱정이다. 지속적인 보도를 바란다.

양희준: 641호 도전 인터뷰 ‘교사들의 실천운동을 지켜보라’에 가장 관심이 갔다. 그 앞 집행부들이 국민으로부터 곱지 않는 시선을 받았기에 다음 전교조 집행부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에 관심이 높은 때에 적절한 인터뷰였다. 하지만 분량이 너무 짧아 위원장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새 집행부의 노선에 대한 내용이 다 드러나지 못했다.

홍선표: 642호 표지이야기 ‘당신은 로봇을 키우고 있다’와 같은 주제는 에서 제기하지 않으면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다. 미래에 문제가 될 게 분명한 주제를 꺼내놓는 기획이 좋다.

조성웅: 평소엔 감정 표현을 않다가 어느 순간 쌓인 감정을 분출하곤 했던 내 모습을 말하는 것 같아서 뜨끔했다.

장일호: 하지만 도입부에 언급한 것처럼 어떤 초등학교 2학년생이 슬픔, 외로움 등의 단어에 대해 정확히 설명할 수 있겠는가? 앞뒤 설명 없이 문답만을 예로 들며 감정상실증으로 몰아가는 것이 거북했다.

손은영: ‘아기의 뇌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에서 피곤하다고 젖병을 물려주지 않고 자는 엄마를 질책하는 듯한 표현에 화가 났다. 엄마에게만 육아의 책임을 묻는 사회적 편견이 반영된 것 아닌가.

조성웅: 사진에 관심이 많아서 642호 특집인 ‘매그넘 KOREA’는 기대 가득한 기획이었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다양한 모습과 사진가의 열정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홍선표: 하지만 매그넘에 관한 사전 정보가 없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기사였지 않나 싶다. 사진 도입부에 좀더 친절한 설명을 곁들였더라면.

‘이 무사할까’ 하는 걱정도

손은영: 643호 표지이야기 ‘주여 제가 빨갱이 목사입니까’를 통해 정진권 목사가 빨갱이 목사로 지목된 사연에 이어 보수 기독교계 내부의 모습을 상세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 기독교가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된 역사적 배경을 덧붙여주는 배려가 조금 부족했다.

장일호: 나 역시 모태신앙으로 ‘우리 교회’를 위해 특정 방송 안보기 운동, 친미·반공 기도회 등에 동참했다. 머리가 커가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개인적인 경험들과 겹쳐 기사를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한국 교회의 총체적인 문제들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기에 ‘이 무사할까’ 하는 걱정까지 했다.

조성웅: 기독교계의 전반적인 ‘좌경 색출’ 분위기와 정치적인 발언 등을 보며 참 안타까웠다. 설교가 아닌 선동을 걱정하는 기독교계 내부 인사들의 목소리도 많이 보도해주길 바란다.

신기수: : 643호 기자가 뛰어든 세상 ‘기자 때려치고 목수 할까’를 재밌게 봤다. 맞춤화된 상품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 가정이 DIY를 통해 삶의 양식을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규격화를 탈피한 삶에 대한 소개가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

손은영: 요즘 ‘기자가 뛰어든 세상’이 좀 럭셔리해지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재밌고 반짝이는 것도 좋지만 뭔가 사회 밑바닥의 울림을 원하는 것은 나만의 욕심일까.

신기수: 너무 무거운 책임감이나 당위성에 짓눌린 채 비슷한 소재로 나가는 것보다 한 번씩 이렇게 유용한 정보도 되고 삶의 재미도 주는 내용이 좋다고 본다.

조성웅: 정치·경제·사회 문제는 심각하게 다루더라도 문화나 생활정보 등과 관련된 기사는 다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홍선표: 643호 ‘감동이 필요한 당신, 광고를 보라’ 기사는 기업 이미지를 쌓아나가는 광고에 대한 포착이 좋았다. 상자기사를 통해 공익광고의 발전을 짚어본 것도 재미있었다.

손은영: 과거의 광고랑 좀더 비교해서 실었으면 최근의 변화를 더 쉽게 감지했겠다.

조성웅: 643호 움직이는 세계 ‘검은 대륙의 외로운 싸움’과 앗살람 이슬람 ‘쿠란에 선서하다’는 모두 다른 매체에서 보기 힘든 세계 구석구석의 이야기였다.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참신한 소재다.

김영경:636호에서 미아리 포주에 관해 다룬 이후 관련 소식이 궁금했던 터라 643호 ‘보도 그 뒤’ 기사가 반가웠다. 부당하게 이득만 얻거나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도록 지속적인 감시를 부탁한다.

새로운 관점의 디자인 기사 계속되길

장일호: 644호는 우선 표지의 디자인과 레이아웃이 좋았다. 박근혜 씨의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말을 잘 활용한 제목이란 생각도 했다.

조성웅: 644호 표지이야기 ‘노무현의 ‘백성’은 움직일 것인가’의 마지막 기사인 ‘지금 헌법부터 제대로 지켜라’는 차라리 개헌 찬반토론 기사로 엮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찬반토론식의 기사를 실어 양쪽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듣고 판단할 수 있는 기사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

조성웅: 644호 특집 ‘짝퉁 의 탄생’은 가슴아픈 소식이었다. 앞으로 편집위원들이 만드는 짝퉁의 내용 자체에 대한 태클도 부탁한다.

장일호: 짝퉁 사태에 나 역시 분노하고 있지만 기사에서 너무 추측성 표현을 빈번하게 쓴 것은 아닌가 싶다. 한발짝 물러나 기사를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조성웅: 644호 보도 그 뒤 ‘예수도 말을 빼앗긴 시대’는 교회 내부 인사가 자성하는 글이었다. 643호의 표지이야기가 비로소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불쾌해” vs “통쾌해”

‘무면허 인간해부’와 ‘노 땡큐!’에서 촉발된 독편위의 논쟁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솔직히 이해가 안 가지 않아요?” 조성웅씨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644호 ‘새언니’와 643호 ‘마초가 기센녀를 만났을 때’ 두 칼럼에 대한 설전에서는 ‘솔직히’란 표현이 난무했다.

조성웅:권김현영씨의 ‘새언니’를 보면 ‘며느리’의 어원인 ‘며늘’이 ‘기생’(寄生)이란 뜻이라지만 지금 누가 그 의미를 떠올리는가. ‘올케’가 남편과의 관계에서 파생됐다지만 ‘언니·누나의 남편’이라는 뜻의 ‘형부’ ‘매형’도 있다. 요즘 대학가에도 여성주의에 관한 글에 수긍하지 못하면 ‘마초’로 폄훼하는 경우가 많다.

장일호: 난 권김현영씨의 글에 매우 공감한다. 그리 강한 어조의 글이 아닌데도 이 칼럼을 불편해하는 것은 아직도 여성주의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그만큼 편협하다는 뜻 아닐까.

신기수: 임경선씨의 ‘마초가 기센녀를 만났을 때’는 너무 세게 쓰려다 보니 여자로서, 혹은 ‘기센녀’로서의 피해의식이 묻어나는 듯 전투적이었다. 남자들도 공감하도록 쓸 순 없을까.

손은영: 임경선씨의 칼럼은 ‘도대체 이런 걸 어떻게 간파했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재밌다. 직장생활을 해본 여성들은 동감할 만한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통쾌했다.

홍선표: 두 칼럼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많이 배운다. 여성주의 글로서 급진적이진 않다. 솔직히 대학에 마초가 많고 남자 복학생, 고학번 중심의 문화가 지배적인 것도 사실 아닌가.

이윤주: 여성의 입장에서 권김현영씨의 생각은 전혀 파격적이지 않다. 그러나 남성의 눈에 ‘새로운 발상’이거나, ‘너무 진보적’이거나, ‘오버한’ 글로 보일 게다. 권력관계의 부당함을 느끼는 것은 오롯이 약자의 몫이다. 타인이 겪는 차별과 고통에 대해 이해 못하고 있음을 쿨하게 인정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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