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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국기 경례 거부’ 영예의 대상!

등록 2006-12-22 00:00 수정 2020-05-03 04:24

2006년을 마감하며 선정한 ‘올해의 표지’와 애정어린 쓴소리…‘서른다섯 살’기획이2위,채식·대추리·트랜스젠더 등도 호응 높아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독자편집위원회 13기 위원들의 한 해 정리는 집이나 사무실 구석구석에 쌓여 있는 1년치 을 모아 보는 일로 시작됐다. 도대체 615호는 어디로 간 건지, 622호는 누구를 빌려주고 못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아 괴로웠던 시간이었단다. 그들이 2006년 1월3일 발행된 591호부터 최근호인 639호까지 49권의 을 찾아 헤맨 이유는 바로 ‘올해의 표지’를 뽑아보기 위해서다. 날카로운 독편위원들의 눈과 마음을 한순간에 사로잡았던 ‘그때 그 표지들’은 무엇일까. 각자 10개의 표지를 선정한 뒤 그 결과를 취합해 보았다.

영예의 대상(6명 선택)

제592호 ‘국기에 대한 맹세’ 없애자

“몸과 마음까지 바친다는 섬뜩한 맹세를 하면서도 그것을 비판 불가침의 영역으로 인식해오던 내게 새로운 생각을 심어주었다. ‘역시 ’이라는 감탄을 자아낸다.”(조성웅)

“아직까지도 전체주의적인 집단 무의식에 빠져 있는 현실에 대한 지적이 적절했다. 다양성의 시대에 어릴 때부터 전체주의가 ‘삶의 양식’으로 자리잡게 되는 위험성을 잘 지적했다.”(신기수)

“권력의 민주화가 진행 중임은 느껴지되 사상과 문화의 민주화는 아직 멀리 있음을 ‘피부로’ 느끼는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이야기. 현재 사용 중인 국기에 대한 맹세의 근원을 파헤친 것이 매우 효과적인 기획이었다.”(양희준)

“빨간색 배경 위에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변형시킨 글이 어울려 인상적이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유치원 때부터 시작해서 초·중·고에 이르기까지 매주 해왔던 국기에 대한 맹세가 갖는 국가주의적 성격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시했다.”(홍선표)

아슬아슬 금상(5명 선택)

제624호 서른 다섯, 물음표에 서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남들도 그렇더라’는 중요한 깨달음을 준 기사였다. 현대, 도시를 살아가는 인간의 외로움은 남들에 대한 궁금증과 비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런 표지이야기는 독자의 외로움을 효과적으로 덜어준다.”(양희준)

“매일매일 사춘기를 다시 겪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서른 살이 되면, 그보다 더 나이를 먹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친구들끼리 농담처럼 우리가 요즘 ‘오춘기’ ‘육춘기’를 겪는다고도 했다. 그런데 ‘서른다섯의 사춘기’라니. 표지는 충격과 불안이었고, 표지이야기는 공감투성이였다.”(장일호)

“서른다섯의 피터팬 표지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손은영)

엎치락뒤치락 은상(5개, 각 4명 선택)

제604호 채식은 나의 라이프스타일

“604호의 표지이야기를 읽고 처음으로 채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단순히 채식을 웰빙이나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좀더 확산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제시한 내용이 좋았다.”(홍선표)

“표지 모델이 채식해서 행복한 사람의 표정을 잘 표현했다. 다양한 채식의 종류와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기획이었다.”(장일호)

“채식을 권했다기보다는 고기 먹는 삶의 양식을 고발했다는 점에서 ‘몸 생각’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했을 표지이야기다. 문제 제기에 더해 구체적인 실천 전략까지 실어준 ‘센스’가 돋보인다.”(양희준)

제609호 영원히 돌이킬 수 없으리 작전명 ‘여명의 황새울’

“대추리에서 경찰서 유치장으로 연행됐을 때 면회 온 선배가 609호를 사다줬던 기억이 난다. 국가 공권력의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행정대집행’에 대해 비판하는 기사 내용을 얼마나 열심히 읽었던지. 대추분교에 들어갈 때 인상 깊게 봤던 창문에 그려진 마을 주민들의 그림이 훼손된 채로 실린 표지도 마음에 와 닿았다.”(홍선표)

“대추리의 위기감과 우울한 현실을 잘 표현해준 표지다. 이 ‘진실’ 보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던 기획이었다.”(장일호)

제610호 열아홉, 너희 능력을 보여줘!

“법 개정을 통해 새롭게 유권자가 된 10대들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다룬 기사가 참신했다. 지역주의와 학벌 등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을 답습하지 않은 10대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달라질 선거 문화와 사회 변화를 짐작게 하는 이야기였다. 20대 독일 국회의원의 편지와 미국에서 시장으로 선출된 고등학생의 이야기는 10대들에게 충분히 귀감이 될 만한 이야기였다.”(조성웅)

“5·31 지방선거의 여러 변화 중 가장 신선했던 것이 19살에게 투표권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시의적절한 기사와 도전적인 표지 제목, 권투 글러브를 낀 소년·소녀가 인상적이었다.”(장일호)

제626호 시련은 중학교부터 시작된다

“섹시한 오동구의 자태가 잘 보이도록 들고 다니고 싶었던 표지.샅바가 저렇게 예쁜 색이었나?!”(손은영)

“차별은 구조적인 폭력이다. 학벌과 지연 등 권력을 가진 자가 자기네 권력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둘째 치고서라도 성소수자, 신체장애우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고정관념은 ‘권력’이라는 배부른 이야기를 떠나 생존을 좌우하는 폭력이다. 법 개정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성적 정체성을 위해 용기를 낸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구속 기제가 남아 있다. 사람들이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목숨만큼 중요한 이야기들을 다룬 표지 기사가 인상 깊었다.”(조성웅)

제633호 진보는 판문점에서 멈춘다

“이번 표지는 북한 핵실험에 명확한 반대의 뜻을 표명하지 못하고 심지어 찬성의 뜻까지 비치려 했던 진보세력에 대한 비판과 함께 북한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일부 진보세력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던 기사였다.”(홍선표)

“이전 ‘보수의 오르가슴’과 비교가 되면서 간단하지만 뚜렷한 색상 대비로 눈에 잘 들어왔다.”(김영경)

“어느 시사주간지가 인공기를 표지로 쓸 수 있을까? 단순하지만 눈에 띄고 대담한 구성이 좋았다. 물론 가려운 곳을 긁어준 표지이야기의 기획도 좋았다.”(장일호)

아하! 동상(5개, 각 3명 선택)

제594호 네이버 제국은 영원할 것인가

“일개 포털 회사의 사이트가 '너무 깊게 들어온다'는 느낌이 들 때쯤 등장한 표지. ‘다양성’이 발전의 원천인 인터넷 세상을 한 포털이 어떻게 잠식해 들어가는지 ‘자본’의 생리와 힘을 실감케 해준 표지 이야기. 네이버 검색이 ‘손으로 이루어지는 통합 검색’임을 세상에 알린 것도 개가.”(양희준)

“‘제국’이란 표현이 네이버에 이렇게 잘 어울리는 단어인 줄을 이 표지를 보면서 깨달았다.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사용해왔던 것들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장일호)

제606호 "나를 처벌하는 마음으로 반대한다"

“정태인 비서관의 자백과도 같은 뉘앙스로 기사를 다뤘는데, 충분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폐단을 환기할 수 있는 표지이야기였다. 담배를 피우며 고민하고 있는 정 전 비서관의 고뇌에 찬 표정이 현 정부의 한-미 FTA 급속 추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잘 나타내고 있다. 한-미 FTA 비판의 시작이었던 기사에서 정태인이라는, 누구보다도 현 정부의 FTA 추진 배경과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던 점이 기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조성웅)

“한눈에 들어오는 표지 속 인물이 시선을 끌었다.”(손은영)

제615호 대한민국, 이마트에서 길을 잃다

“표지를 처음 집어들었을 때, 이마트에 대해서 무슨 문제를 제기했을지 궁금했다. 표지색만큼이나 표지이야기를 읽으며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장일호)

“절약하고 절약해도 만날 돈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렸을 표지이야기. 중산층 판타지를 충족하는 소비 행각을 가능하게 해주는 대가로 마트가 잡아먹은 것이 무엇인지를 까발려준 기사였다. ‘나 하나 잘살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고나 할까.”(양희준)

제620호 한-미 FTA, 넌 누구냐

“눈에 띄는 기획이었다. 한-미 FTA 뉴스로 통권으로 만드는 것이 로서는 모험일 수 있었겠다. 그 열의와 성의에 한 표.”(이윤주)

“지면의 모든 내용을 한-미 FTA와 연관된 내용으로 채운 620호 한-미 FTA 특대호는 한-미 FTA를 반대하지만 그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한-미 FTA라는 중대한 사안을 획기적이며 시의적절하게 다뤘다.”(홍선표)


629호 북극에서 보낸 으스스한 여름

“입가에 고깃점을 묻히고 처연히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 환경을 돌아보는 기사 내용과도 어울렸다. 북극곰은 얼짱 각도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손은영)

“잘 찍은 달력 사진 같았던 표지다. 사진을 가로로 배치한 ‘나름대로 파격적인 시도’도 좋았다. 명절 한가위에 환경 이슈를 다룬 것도 파격이었다.”(이윤주)

그나저나, 앞서 독편위원들이 잃어버렸다던 615호, 622호의 표지는 어떻게 찾아볼 수 있었던 걸까? 해법은 바로 착실히 콘텐츠를 쌓아온 ‘온라인’에 있었다. 온라인 을 방문하면 ‘지난호 보기’를 통해 1년치 표지를 일목요연하게 감상할 수 있다. 오늘, 온라인을 방문해 손쉽게 2006년산 을 돌아보며 ‘나만의 베스트 표지’를 뽑아보는 것은 어떨까.



더 따뜻하게, 더 여유롭게

에 던진 독자편집위원 8 명의 ‘쓴소리’


13기 독편위원들이 작심하고 ‘쓴소리’를 준비했다. 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그들이 꺼내놓은 날카로운 주문 속에는 더 따뜻하고 여유로운 매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손은영
인터넷을 찾아보니 개인 블로그에 많이 스크랩된 기사는 ‘기자가 뛰어든 세상’의 ‘등대 체험‘ ‘연탄공장’ ‘리어카 할머니’와 같은 것들이었다. 바로 내 이웃의 모습에서 가장 큰 감동을 느끼기 때문 아닐까? 앞으로도 국제 정세를 보기 전에 서민들의 굶주림을 먼저 알고, 수도권 중심이 아니라 지방의 풀뿌리 민중을 먼저 생각하길 바란다.

신기수
만의 장점은 꼭 필요한 발언을 시의적절하게 한다는 데 있다. 캠페인성 기획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이슈를 제기하고, 의제를 끌고 가는 기획력도 돋보인다. 하지만 ‘당위론’과 ‘의무감’에 치우쳐 ‘따뜻함’과 ‘여유로움’이 부족해 아쉽다. 언론의 사명과 잡지의 재미, 이율배반적일 수도 있는 양면의 가치를 함께 녹여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일호
은 늘 다른 언론들이 잘 다루지 않는(아니 다루려 하지 않는) 주제들을 던진다. 지면을 통해 소개되는 여러 사회적 쟁점들이 ‘역효과‘를 가져오지 않도록, 다양한 ‘사실’과 ‘입장’을 전달하는 데 좀더 예민하고 신중하게 접근하기를. 좀더 무거운 책임감으로 무장해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고 품어나가는 이 되길 바란다.

양희준
부수 생각한답시고 ‘색깔’이 옅어지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유의를 부탁한다. 색깔이 곧 부수!(10여 년 독자의 말씀)

이윤주
얼마 전부터 표지 디자인이 재미가 없다. 표지이야기와 특집의 포맷도 좀더 유연하게 변주하길. 또 자칫 지겨울 수 있는 기고보다는 기사 중심으로 재미있는 뉴스를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노 땡큐’는 박민규씨 때가 제일 재미있었다. 요즘 들어서는 글 표현이나 메시지가 평이하다. 새롭고 참신한 글쟁이를 적극 발굴하길 바란다.

홍선표
채식, 자동차와 이혼하기, 남성들의 의식 변화, 재혼 가정 문제 등 우리 사회가 변화해가는 모습을 포착하고 이슈화하는 것은 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다만 그런 주제들이 산발적으로 다뤄지는 것 같아 아쉽다. 그리고 아시아 네트워크를 비롯해 국제 문제를 다루는 기사가 양적·질적으로 늘어났으면 좋겠다.

조성웅
지속적인 후속 보도를 부탁한다. 정치나 사회 섹션과는 달리 문화 섹션에서 다루어지는 소재나 그 내용은 다른 매체들과의 차별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 현재 대중매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필진의 기고도 좋지만, 블로그·웹진 등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논객들의 목소리를 찾아 싣는 등 다양한 시도를 기대한다.

김영경
중요한 기사임에도 너무 빽빽하게 들어간 글씨들과 산란한 편집 때문에 그냥 안 읽고 넘어갈 때가 있다. 레이아웃이나 글씨체를 한번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 소수인권자 관련 기사를 더 자주 접할 수 있길 바란다. 동성애자에 관한 다양한 기사들이 그러했듯이, 장애인에 대한 밝은 기사를 많이 쓴다면 그들에 대한 편견도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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