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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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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군대’ 성적 담론에 머무나

등록 2005-09-09 00:00 수정 2020-05-03 04:24

도발적인 문제제기는 신선했지만 남북관계·군사력 차원 검토 없어 아쉬워
의원 겸직 현황 지적한 570호와 일본인 3대에게 8·15 물었던 573호 돋보여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한겨레21>의 뜨거운 제언들이 여름을 더 달궜던 건 아닐까. 8월30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 모인 독자편집위원들이 하나씩 되짚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 국회의원들의 겸직을 꼬집은 570호 ‘의원님은 알바 중!’ 기사에 위원 모두 입을 맞춰 “속시원했다”고 평한다.

의원 겸직 관련법, 대안도 모색하자

위성은: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었다. 이다지도 심각할 줄 몰랐다. 폭로성 기사를 무겁지 않게 잘 풀어나간 점이 돋보인다. 구성도 짜임새 있고.

이만석: 흥미진진하고 화끈한 적발이었다. 현행 법률로 규제할 수 없다면 언론이라도 나서야 한다. 그런데 외부 기고문은 글쓴이의 신분 탓인지 타 정당을 비판하며 민주노동당의 순수성을 드러내는 듯한 인상을 줘 눈에 걸렸다.

박지현: 국민의 대표이며 공무원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외국 사례와 비교하면서 겸직의 역사적 의미까지 잘 짚었다. 국회윤리위원회의 취약점을 언급하고 법조계 의견을 빌려 국회법 개정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보여줬다면 마무리가 더 발전적이었을 듯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회에 대한 불신이 매우 높고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들 말한다. 택시를 타고 국회로 가자고 말하기가 불편할 정도다. 폄하되거나 묵시되고 실상이 전달되지 않는 국회 활동도 있으니 긍정적인 면도 간과하지 않길 바란다.

박정호: 571호 표지이야기에서는 이건희 회장을 겨냥해 놀라웠다. 한편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삼성의 불법 행위가 드러났으니 <한겨레21>도 수사의 당위성을 지속적으로 밝혀 불법 행위가 다시 묻혀버리지 않도록 힘써주길 바란다.

곽동운 : 삼성을 부각시킨 의도에는 공감하나 그보다는 X파일의 생성 시점, 1997년 대선에 초점을 둬 경제 권력과 정치 권력의 뒷거래였던 이건희-이회창 커넥션을 집중 조명하는 게 급선무가 아니었을까.

이만석: ‘이건희 수사전야’라는 제목이 전체적 흐름과 동떨어져 보인다. 기사 내용에 개별적으로 동의하지만 도청 사안의 핵심인 이건희 처벌 문제에 더 집중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박지현: 그래도 기획기사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요즘, 현안에 충실했던 표지이야기였다. 디자인도 눈에 띄고 표와 상자기사를 잘 활용했다. 도청과 같은 현안이 아니더라도 일상적인 이슈에 대한 분석기사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곽동운: 571호 특집은 우리가 몰랐던 ‘일본공산당에서 활동한 조선인 공산당원’을 다룬 사료적 가치가 높은 기사다. 잊혀진 재일 조선인들의 궤적을 추적하는 일은 잃어버린 역사를 채운다는 의미가 있다.

박지현: 주제는 신선했지만, 지난번에 다룬 일본 내 총련 문제와 비슷한 느낌이 들고 <한겨레21>이 과거사에 많은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확연하게 알려주었다.

여론조사 잘했다,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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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은: 572호 표지를 보았을 때 깜짝 놀랐다. 여자도 군대 가자? 찬반을 논하기에 앞서, 이런 논의가 지면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남녀가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하는 뜨거운 대담 기사를 기획했더라면 어땠을까.

이만석: 한방의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웃음을 띠며 읽었다. 그런데 ‘여군이 늘면 왜 좋을까’라는 질문을 각계 인사들에게 던져 그들의 동의 의견을 받지 못해 아쉽다. 또 징병 외에 모병제, 현 여군 지원 문제 등이 섞여 논리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못했다.

박지현: 여론조사와 인터뷰로 공론화하는 작업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군사제도를 섹슈얼리티 차원에서만 다루고 남북관계나 국제관계 측면에서는 살펴보지 않았다. 표면적으로 군사력이 두배 증가되는 문제이고 모병제나 대체복무안과도 복합적으로 연계된다. 국방비 등 예산안도 검토해야 한다. 군 가산점과 관련한 성별 대립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면 기존 논쟁들과 여성주의자들의 의견을 묶어 흐름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곽동운: 전형적인 도발 기사라고 생각한다. 찬성자 기고문이나 찬반 공방을 게재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민감한 사안을 통상적인 여론조사에 기대어 논의점을 꿰어맞춘다면 황색언론의 오명을 들을 수 있다. 또 한국군은 전투력을 보전하면서 병력 수를 감축해야 하는 상황인데, 사병 성분의 절반을 바꾸자는 당위가 군사주의자들을 안심시키기엔 미약해 보인다.

이만석: 572호 특집 ‘개고기, 식탁의 윤리는 있는가?’는 생명의 존엄성 측면에서 접근하면서 위생이나 주변 문제까지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지금껏 국내외의 대립 공방이 계속돼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외국의 주장도 함께 정리했으면 좋았을 듯하다.

박지현: 근본적으론 이전과 문제인식이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개고기는 남성 연대의 상징”이라는 의견은 참신하다. 외국 여성주의자들이 동물학대 반대운영 진영과 같이한다는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박정호: 573호 표지이야기 ‘시노하라 가족에게 8·15는 무엇인가’에서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하는 일본인들의 목소리는 충격적이었다. 관점을 달리해서 8·15를 바라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욕먹을 수도 있는데 <한겨레21>이 용감하게 썼다.

위성은: 세 부자의 시각으로 기술된 점이 좋았으나, 좀더 평범한 일본인 가정에서는 8·15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비슷한 또래인 다이가 얘기에 가장 공감했다.

박지현: 개인적인 서술형 기사가 많았는데, 여론조사나 통계와 같은 일본 전반의 인식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포함됐다면 좋았을 것이다. 또 일본, 러시아, 사할린 등에서 일제의 흔적을 쫓았던 르포기사 외에도 현 시대의 8·15 의미를 국민에게 묻는 조사나 독립운동가들의 국적 미인정 문제 등도 다루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민생 경제 기사, 지역 소식 늘려달라

이만석: ‘신윤동욱의 스포츠 일러스트’는 스포츠 상식과 사적 체험이 섞여 재미있다. 한국 스포츠 현장의 부조리도 가미해달라. 570호 특집 ‘바이오디젤로 넣어주세요’는 시장점유율과 유통 현실을 기반으로 새 연료의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보여줬다. ‘대체에너지’ 관련 기사는 주제에서 좀 멀어진 감이 있다.

위성은: 생산업체인 가야에너지의 입장을 너무 대변해준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바이오디젤에 관한 의문을 말끔히 해소해준다. 570호 사람과 사회에서 다룬 청계천과 울진 기사 모두 좋았다. 대화 내용이 그대로 게재돼 현장성을 잘 살렸고, 기자들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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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꼬리치는 통계는 항상 시사적인 통계만 소개하는데 재미있는 가십성 통계도 소개해줬으면. 또 ‘움직이는 세계’처럼 ‘움직이는 지방’ 같은 지면이 있어 국내 지역의 소식도 다루면 좋겠다. 571호 사람과 사회 ‘에로가요계의 보아를 꿈꿔요’를 흥미롭게 봤는데, 독특한 직업을 소개하는 기사를 연재해도 재미있을 듯하다. 그런데 “에로가요계의 보아를 꿈꿔요”라는 말은 정희라씨가 한 말이 아님에도 큰따옴표로 인용이 됐다.

박지현: ‘움직이는 세계’ 기사들은 <한겨레21>의 큰 장점이다. 아르메니아 학살에 관한 기사는 생생했다. 그리고 여러 번 지적했지만 민생과 관련된 경제 기사가 적다. 또 김석윤 PD처럼 사회적 이슈 대상이 되는 이를 인터뷰할 때는 사건에 대한 설명도 구체적으로 해주길 바란다.



시노하라 섭외는 어떻게?

인턴기자들의 기사가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따로 선발하신 건가요.

= 6월 중순 한겨레신문사에서는 ‘제1기 인턴기자’ 20명을 뽑았습니다. 6월 말부터 9월말까지 <한겨레21>에서도 활동합니다. 박수진·이혜온·강나림·김다슬·하어영 인턴기자를 거쳐 현재 오승훈·하정민 인턴기자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573호 표지이야기에 등장한 시노하라 가족은 어떻게 섭외를 하셨습니까.

= 도쿄에 거주하는 황자혜 해외 전문위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인인 한 교사가 자신의 제자였던 시노하라 다이가군 가족을 추천해줘서 취재가 이뤄졌습니다.
전국철거민연합이나 민주노동당의 반론 보도문을 실어 다양한 입장을 수용하는 <한겨레21>의 태도가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설마 미리 계획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건 아니겠죠?

= 물론 아닙니다. 이해당사자가 기사 내용에 대해 강하게 반박해올 경우 ‘반론’ 형식을 통해 입장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종종 독자분들도 기사에 대한 반박 기고문을 보내주시는데, 이때도 내부 논의를 거쳐 따로 지면을 할애해 게재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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