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표지이야기’가 부족했던 8월… 딸키우기 특집에 호평 · 서세원 인터뷰 의견 분분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올림픽은 독자편집위원들마저 ‘잠식’해버렸다. 게다가 강력한 무더위까지 기승을 부리니 우울한 뉴스를 외면하고픈 마음이 들더란다. 도 올림픽의 승부사들처럼 시원한 장면을 보여주고 싶어 나름대로 몇 가지 기획을 했지만, 위원들은 긍정적인 평을 아꼈다. 표지이야기에 대한 관심도 다른 달에 미치지 못했다.
김형진: 여름특집 독자공모 ‘방콕비법’은 내용이 부실했다. 두줄이면 설명할 수 있는 걸 길게 서술한 게 대부분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함께 받았더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비주얼 시대에 맞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김종옥: 그리고 이 기획물은 1, 2주 전에 나와야 했다.
김우석: 엽기공포콩트 페스티벌은 의도는 좋았지만 지나친 섬뜩함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지나친 엽기였다.
김형진: 내용이 너무 길었다. 게다가 예측 가능한 상황을 풀어놓아서 읽는 재미가 덜했다.
김우석: 522호에서 ‘아테네여, 빼앗긴 축제여’는 미국의 무기 강요 등의 부작용들을 지적해서 신선했다. 하지만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를 거시적 안목에서 검토하지 않은 채 그리스 국민들의 세금 부담만을 지적하는 건 부적절했다. 그리고 ‘잠들지 말라, 그들이 온다’에서 관람 포인트를 잘 설명해줬지만 색다른 느낌은 부족했다. 이라크 선수단처럼 화려한 조명은 못 받아도 큰 의미를 지닌 ‘마이너리티’ 선수단을 다뤘더라면 차별화가 가능했을 것이다.
박진희: 을 패러디한 521호 제목 ‘화씨 11/2’는 제목이 얼른 각인되지 않았다. 또 가판대에서 을 만나는 게 좋아 매주 직접 사보지만 522호 ‘김재규가 헛갈린다’는 표지가 무거워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산뜻한 표지가 흥미를 끈다.
김종옥: 김재규와 관련한 기사는 이슈화되기엔 약한 소재였다. 이 나섰지만 분위기 조성이 안 된 거 같다. 또 이해찬·정동영·김근태 3인의 각축전을 다룬 표지이야기도 각자 행정적 업무를 익히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지 실제 대권을 겨냥한 직접적 행보는 없는 상황이다 보니 기사가 두루뭉술했다.
박진희: 정치 분야에선 박근혜와 신기남이 8월의 주요 인물이었는데, 표지에 올라오지 않았다. 그리고 아르빌의 한국군 상황도 궁금했지만 간헐적 소식만 있었다. 기사들이 주변 상황의 묘사와 신변안전 주의로 마무리되는데, 이보단 서희·제마부대의 역할과 이라크의 반응이 궁금하다.
김종옥: 경제 문제도 속시원하게 얘기해주길 기대했다. 산발적인 기사로 이해하자니 어렵다. 한국 경제에 대한 폭넓은 검토와 심층적 전망을 듣고 싶다.
독자편집위원들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인쇄매체 시장의 변화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며 각자 의견을 활발히 내놓았다. 또 여러 인터뷰 기사들과 동아시아 담론 릴레이 기획에 대한 평을 내놨다.
김형진: ‘신문이 점점 공짜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잡아낸 건 탁월했다. 그런데 스포츠지는 일간지와 다르다. 스포츠지 기자들은 음반시장의 불황과 영화 홍보 촌지 파동으로 따로 몫을 챙기기 힘들어진 탓이 크다.
박진희: 무가지도 신문사에서 만드는 거라는 사실을 더 공격적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다.
김혁: 한국일보 사례로 문제제기 했지만 결론을 못 냈다. 해결법을 찾는다는 건 결국 몫을 찾는 일일 텐데 말이다. 사실 텔레비전의 9시 뉴스만 봐도 주요 뉴스를 다 챙길 수 있다. 신문의 열세를 무가지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백정필: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이야기는 왜 없나. 자신들 이야기는 외면했다.
정서린: 억지로 안기는 무가지 운영 실태나 기대에 못 미치는 콘텐츠를 비판하는 기사를 다시 준비해볼 필요가 있다.
김형진: 서세원씨 인터뷰 기사는 의 실수라 생각한다. 그의 영화는 기본적인 완성도가 결여된 걸로 알고 있다. 쌍권총 든 안중근을 그려놓은 걸 지적하지 못하고 제작자의 해명 위주로 얘기를 풀었다.
김우석: 오히려 서세원의 직설적인 발언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기사를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김종옥: 에서 다루면 인터뷰 대상이 가치 있게 느껴진다. 긍정적인 측면이 있어 기사화된 거라 여기게 되니 더 신중해야 한다. 대마초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을 다룬 기사가 있었는데, 내용은 재미있었지만 과연 기자가 그 사람의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썼는지 잘 모르겠다.
김혁: 꼭 취재원과 기자가 동일한 판단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김형진: 나도 대마초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다. 자본주의 미국이 금지시킨 사연을 밝힌 점은 가슴에 와 닿았다.
김종옥: 하지만 “담배보다 중독성이 약하다. 대체 가능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데, 이에 대해선 다시 고려해봐야 한다.
김혁: 동아시아 담론을 얘기하는 대학교수들의 글이 어렵다. 이 나서서 릴레이 글의 사슬을 정리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목소리로 동아시아론을 검토할 때가 됐다.
김종옥: 반론이 이어져야 쟁점이 명확해지는데 비슷한 의견들이 이어져 논지 파악이 어렵다.
박용신: ‘왜 동아시아인가’라는 주제가 요즘의 고구려사 문제 중심으로만 다뤄지면서 동아시아를 둘러싼 힘의 역학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첫 물음으로 돌아가 왜 동아시아라는 이름으로 한·중·일을 묶으려는지 생각해야 한다. 한반도 통일 문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변되는 세계화 수용 문제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게 낫지 않을까.
정서린: 학술적 접근으로 정치적 의도를 지닌 동북공정을 무력화할 수 있을까. 임지현 교수의 글에서 느낀 비현실성이나 이상주의보단 522호 초점의 ‘패권국가의 기선제압용 도발’ 같은 기사가 현실적으로 와 닿았다.
김종옥: 아시아 네트워크에서 보인 그들의 과감한 역사 인식이 놀라웠다. 동북공정을 둘러싼 우리의 태도를 돌이켜볼 수 있게 해줬다.
정서린: 아시아 네트워크는 ‘뉴스가치’가 뭔지 생각하게 해준다.
익살맞은 ‘파병반대 노래방’, 장애인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담은 ‘창’, 유용한 정보를 주는 ‘지방의 누명을 벗겨라’, 딸 키우기를 고민한 ‘엄마는 딸의 미래다’에 후한 점수를 줬다. 그 외에도 좋은 기사를 위한 다양한 제언을 덧붙였다.
김종옥: 시사SF의 감각이 무뎌지고 있다. 논단은 논지의 총정리나 복습이 되어서 안정감은 있지만 재미가 반감된다.
박진희: 논단 ‘연애의 꿈’은 시원했다. 편안하게 읽으면서 답답한 마음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감성도 함께 호응할 수 있는 논단이 필요하다.
백정필: 신문만평의 질과 인터넷 패러디물의 질은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큰 차이가 있다. 인신공격적인 면이 두드러진다. ‘첫비의 상상은 자유’도 조마조마할 때가 적지 않다. ‘지방의 누명을 벗겨라’는 좋은 기사다. 건강 관련 기사에 좀더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독자들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김혁: 프리유어북 기사에 인터넷 주소 병기하는 걸 잊고 있는 거 같다. 523호 ‘베트남의 성교육을 지원합시다’에서도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의 홈페이지 주소가 들어갔다면 유용한 정보가 됐을 거다.
김무늬: ‘엄마는 딸의 미래다’를 읽으니 마음이 착잡해졌다. 사회는 차별 철폐를 말하는 듯하면서 이미 남녀를 구분지어 대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앞으로 여러 문제들을 많이 다뤄달라. 잠재적 부모세대에게도 필요한 이야기다.
박진희: 경제 문제를 다룰 땐 꼭 고용과 연관지어 생각해야 한다. 비정규직이 늘면서 소득이 감소하고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해외시장, 경제수치만으로 경제 문제를 다루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무늬: 521호 ‘중국, 한국공장 쓸어간다’에서 공장 이전에 따른 부작용과 제조업 공동화를 지적했는데,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왜 여전히 중국을 찾는지 원인 분석도 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김우석: 520호 ‘경제성장의 비상구, 소득재분배’ 기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근로소득 보전세제(EITC)에 관한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그러나 막대한 재정 부담의 해결책이나 일자리조차 없는 이들은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맹점을 살펴서 제도 앞뒤를 얘기하여 경제 기사의 균형감각을 갖췄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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