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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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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캠페인] 신자를 없애는 것, 그것이 해결책

등록 2007-07-13 00:00 수정 2020-05-03 04:25

다카하시 데쓰야 교수 “야스쿠니신사는 고통을 기쁨으로 바꾸는 감정의 연금술”

▣ 인터뷰 스나미 게스케 프리랜서 기자 yorogadi@hotmail.com
▣ 정리·사진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는 그동안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천착해온 일본의 대표적인 양심적 지식인이다. 야스쿠니신사에 대한 그의 고민은 2005년 우리나라에 번역돼 소개된 라는 저서 속에 집약돼 있다. 그는 “야스쿠니신사의 가장 큰 문제는 전쟁터에 나가 숨진 사람들의 슬픔을 국가와 천왕에 대한 기쁨으로 바꿔버리는 ‘감정의 연금술’에 있다”고 지적해왔다. 그는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신사를 물리적으로 없애는 게 아니라 신사를 존경하고 숭배하는 신자들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와 군대가 연결되는 나라는 일본밖에

최근 몇 년 전부터 야스쿠니신사 문제가 한·중·일 세 나라의 외교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강행 이후 그런 흐름이 두드러졌다. 그렇지만 야스쿠니신사의 문제는 좀더 본질적이다. 야스쿠니신사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일본 군국주의의 ‘심볼’(상징)이기 때문이다. 메이지 시대부터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패전할 때까지, 일본의 천황과 총리는 침략전쟁에 나가 숨진 병사들을 위해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해왔다. 일본 군인들은 죽은 뒤 천황이 야스쿠니신사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해줄 것이라 생각하며 죽어갔고, 유족들도 그런 생각을 하며 가족의 전사라는 슬픔을 받아들였다. 야스쿠니신사에 모셔지는 것은 일본군 병사의 이상이자 모범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 야스쿠니신사는 국가에서 분리돼 민간 종교법인의 하나로 존속해왔다. 그래도 (고이즈미 총리의 경우에서 보듯) 총리의 참배나, 후생노동성과의 관계는 계속돼왔다. 최근 들어 전쟁을 금지한 일본 헌법 9조 개정과 같은 일본 사회의 보수화 흐름 속에서 야스쿠니신사는 다시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한국이나 중국에 국립묘지가 있는 것처럼 일본도 나라를 위해 죽은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야스쿠니신사 같은 시설이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 나도 한국이나 중국에서 야스쿠니신사 문제에 대해 강연한 적이 있다. 그런 문제 제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에서 야스쿠니신사의 문제를 논할 때는 아주 신중하게 말해야 한다. 모든 나라에 그런 시설이 있지만 ‘종교’와 ‘군대’가 연결되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 둘의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야스쿠니신사다.

국가가 전쟁이라는 정책에 국민을 동원했는데, 그것을 어떻게 평가하고 보는지가 그런 시설에 나타난다. 야스쿠니신사에서는 태평양전쟁을 침략전쟁이 아닌 자위전쟁으로 가르친다. 전쟁을 먼저 일으키면서 ‘나는 침략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없다. 야스쿠니신사가 미화하는 일본의 지난 전쟁들은 침략전쟁이었기 때문에 외국의 추도 시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야스쿠니신사가 일본인들의 마음에 끼치는 영향은 뭔가.

= 나는 그것을 ‘감정의 연금술’이라는 말로 표현한 적이 있다. 전쟁에 나가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마음은 고통스러운 것이겠지만, 아들이 야스쿠니신사에 모셔지는 종교적 행위를 통해 고통은 기쁨으로 바뀐다. ‘천황이 우리 아이를 위해 제사를 지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위안을 얻는 것이다. 전쟁터에서 싸우다 죽은 병사들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야스쿠니신사 같은 시설을 만들 때 노리는 것은 그런 ‘감정의 연금술’이다. 야스쿠니신사에서 유족들이 위안을 얻고 아들이나 남편의 전사를 받아들인다. 그런 마음을 갖게 되면 또 다음 전쟁을 받아들이게 되고, 악순환은 계속된다. 만약 그런 시설이 없다면 남편이나 아들이 죽은 것에 대한 노여움은 국가로 향하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전쟁에 반대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A급 전범의 합사’가 야스쿠니신사의 가장 큰 문제라고 보는 흐름이 있다.

= A급 전범 합사는 본질이 아니다. 야스쿠니신사 문제는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고 미화한다는 데 있다. 1978년에 A급 전범 14명이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됐다. 그렇지만 ‘A급 전범’이 합사되지 않은 1978년 이전에 야스쿠니신사의 문제가 없었는가? 야스쿠니신사는 일본군의 전쟁을 긍정해 미화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A급 전범은 전쟁을 긍정해 미화한 결과 중 하나다.

자민당과 유족회와 신사의 공생

일본 정부와 일본 우익을 연결하는 고리가 야스쿠니신사라는 지적이 있다.

= 중요한 문제 제기다. 야스쿠니신사의 존재를 받쳐온 것은 일본 유족회다. 자민당에게는 유족회가 표밭이다. 그래도 자민당은 일본유족회에 돈을 낼 수 없다. 그러니까 자민당은 세금으로 연금이나 일시적인 조의금을 만들어 일본 유족회에 지급했고 지지를 받았다. 일본 유족회는 야스쿠니신사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한다. 하지만 점점 유족 수가 줄어들고 있다. 2~3세 유족들이 유족회원에 가입하고 있지만 규모는 작아지고 있다. 그래서 야스쿠니신사의 재정 형편도 나빠지는 중이다.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 야스쿠니신사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사실적으로 어렵다. 누가 없앨지, 어느 관청이 해산 명령을 내릴지,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 20조의 위반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대단히 복잡한 문제다.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니까 신앙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나와 야스쿠니신사는 역사관이 다르지만, 역사관이 다르다고 금지해서는 안 된다. 야스쿠니신사가 언제 없어질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야스쿠니신사가 가르치는 전쟁관을 믿는 야스쿠니 신자가 없어질 때다. 야스쿠니신사를 존경하는 사람이 없어지면 야스쿠니신사는 붕괴된다. 야스쿠니신사의 신자를 없애는 것, 그것이 유일한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야스쿠니신사 합사 피해자 돕기]
야스쿠니와 대결합시다

14,075,000원

7월6일 현재 모금액 1407만5천원
야스쿠니신사는 평화를 생각하는 동아시아 시민들에게 결코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이 더 이상 서로 으르렁대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선 결국 이 문제와 대결해야 합니다. 일본 우익들의 거센 비난을 감당하면서도 씩씩하게 양심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다카하시 데쓰야 교수는 야스쿠니신사를 ‘감정의 연금술’이라 말합니다. 전쟁의 고통을 국가와 천황에 대한 충성의 기쁨으로 바꾸는 기막힌 기술입니다. 언제까지 국가와 종교의 위험한 동침을 보고만 있어야 할까요. 독자 여러분, 동북아 평화에 초석을 놓으려는 작은 노력에 여러분의 커다란 정성을 모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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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 민족문제연구소, ‘노합사(NO 合祀)’,
문의 민족문제연구소(02-969-0226), 홈페이지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www.anti-yasukuni.org),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동 38-29 금은빌딩 3층(우편번호 130-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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