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정신을 담은 DVD와 위안부 관련 광고…일본 우익의 맨얼굴을 찾아서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일본 도쿄 치요다구 야스쿠니신사 입구에 서면, 앞길이 시원하게 뚫린 너른 회랑으로 들어서는 듯한 느낌이 난다. 길 양쪽엔 오래된 은행나무들이 둔중한 위용을 뽐내고, 그 한가운데는 일본 육군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무라 마스지로의 동상이 우뚝 버티고 서 있다. 첫 번째 도리이(신사 안과 밖을 구별하는 문)를 지나 두 번째 도리이 앞에서 신사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야스쿠니신사의 전쟁관을 한눈에 보여주는 전쟁박물관 류슈칸과 맞닥뜨린다. 이곳에는 일본이 태평양전쟁 때 사용했던 전쟁 도구와 그 도구를 이끌고 싸움터에 나갔다 숨진 사람들의 기록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문제는 그 전쟁 도구와 기록이 아닌, 그것들을 바라보는 류슈칸의 메마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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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2005년 6월25일 류슈칸의 한쪽 구석에 전쟁을 일으킨 일본인들을 단죄한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서 일본인 전범들의 ‘무죄’를 주장한 인도인 라다비노드 팔 판사의 ‘업적’을 기리는 비석을 세우고 제막식을 가졌다. 팔 판사는 각국 대표로 파견된 11명의 재판관 가운데 유일하게 소수 의견으로 ‘무죄’ 의견을 낸 것으로 유명하다. 비석 건립을 지원한 ‘이상을 생각하는 모임’은 “이 비석이 야스쿠니신사에 설치된 의의는 크다”며 “역사에 대한 자학적 풍조의 뿌리는 도쿄재판에 있는 만큼 재판의 문제점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고, 일본 사회의 우경화는 날이 갈수록 진척되고 있다. 일본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한 국민투표법이 개정됐고, 애국심 교육을 강화한 교육기본법도 개정됐다. 그 흐름의 연장선상이었을까. 5월 말 일본 정부가 과거 침략전쟁과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애니메이션 DVD(사진)를 학교 교재로 채택한 사실이 알려졌다.
‘긍지’라는 제목의 이 DVD를 만든 것은 일본청년회의소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 교재를 올해의 ‘신교육시스템 개발프로그램’으로 채택했다. 일본청년회의소는 각급 학교를 직접 방문해 이 DVD를 틀어줄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 사업을 위해 일본청년회의소 쪽에 약 130만엔(우리 돈 1천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영상 교재는 앞으로 일본의 93개 중·고등학교에서 상영될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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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는 지난 역사에 별 관심이 없는 일본 청소년들이 알기 쉽게 제작됐다. 한 여고생이 과거에서 날아온 청년을 만나고, 같이 야스쿠니신사를 찾는 과정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교재의 역사 인식은 지난 침략전쟁을 아시아를 위한 성전으로 인식하는 야스쿠니신사와 류슈칸의 인식과 맞닿아 있다. 이 청년은 “(전쟁은) 사랑하는 국가를 지키고, 아시아인을 백인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고 말하고, A급 전범을 단죄한 도쿄재판에 대해서는 “승전국이 패전국을 일방적으로 심판한 복수 재판이었다”고 결론 내린다. 야스쿠니신사는 A급 전범과 자살자들을 ‘쇼와순난자’(昭和殉難者)라고 부른다.
교재가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에 대해 그냥 넘어갈 리 없다. “근대화를 위해 도로를 만들고 학교를 세웠다”라고만 말할 뿐, 창씨개명과 종군위안부의 강제 연행 등 가해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일본 공산당은 이에 대해 “야스쿠니신사의 전쟁관을 주입하기 위한 교육이며 과거 전쟁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1995년 ‘무라야마 담화’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6월14일 일본 의원 45명은 미국 24면에 의견 광고를 내 위안부 동원에 일본 정부의 강압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일본 자민당, 민주당, 무소속 의원 45명은 교수, 정치평론가, 언론인 등과 공동으로 낸 ‘사실’(THE FACTS)이라는 제목의 광고에 일제 당시 일본 정부나 군이 위안부 동원에 개입했다는 문서를 찾아볼 수 없다며 “일본군이 젊은 여성들을 성노예로 내몰았다”는 마이크 혼다 의원의 결의안 내용은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는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와 비슷한 입장을 여러 차례 내비친 적이 있다. 태평양전쟁 때 종군위안부를 동원하는 과정에서 일본군과 일본 관리들이 관여했음을 인정하고 사과를 표시한 1993년 ‘고노 담화’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7월께 일본 우익 인터뷰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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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화돼가는 일본과 이에 대해 맹렬한 비난을 퍼붓고 있는 한국인, 중국인들 사이에 화해의 길은 없는 것일까? 한국 언론에 단편적으로 소개되는 기사에서 드러나는 일본 우익들은 좋게 말하면 심각한 국수주의자이고, 나쁘게 말하면 이성적 사고를 포기한 미치광이들로 보인다.
은 그 갑갑함을 풀어보기로 했다. 7월께 일본의 대표적 우익 인사들을 직접 인터뷰해 그들 마음속 깊은 곳의 생각을 들어볼 계획이다. 과 함께 야스쿠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스나미 게스케 기자는 “일본 우익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사람들이 일본 우익들의 본질에 대해 좀더 명확히 이해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로의 맨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이 때때로 괴롭고 성가신 일이다. 은 그것이 좀더 성숙한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한 성장통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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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스쿠니신사 합사 피해자 돕기] 뮤지컬 의 특별공연 |
6월15일 현재 모금액 1279만5천원
뮤지컬 를 아십니까? 2006년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에서 매진 기록을 세운 바로 그 뮤지컬 말입니다. 2002년 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뒤 매년 관객의 열렬한 반응 속에 동남아 순회공연뿐 아니라 유럽 무대에서도 격찬을 받은 뮤지컬이기도 합니다. 는 태권도와 태껸의 고수인 한 가족이 와이어나 카메라 연출 없이 놀라운 점프와 발차기 동작을 선보이는, 에 이은 우리 연극계의 대표 상품입니다.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어워드 위너’상뿐 아니라 2006년 올해의 프로듀서상 등 국내외 유명한 상을 모조리 휩쓸었습니다. 그 가 야스쿠니신사에 갇힌 우리 할아버지들을 위한 특별 공연을 연다고 합니다. 8월12일치 공연의 수익금은 야스쿠니신사를 상대로 할아버지들의 원혼을 빼내오기 위한 고된 소송에 쓰일 예정입니다. 지갑 빵빵하게 채워 전용관이 있는 서울 종로구 시네코아극장으로 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계좌이체 우리은행 1006-401-235747, 예금주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ARS 060-707-1945·한 통화 3천원
주관 민족문제연구소, ‘노합사(NO 合祀)’,
문의 민족문제연구소(02-969-0226), 홈페이지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www.anti-yasukuni.org),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동 38-29 금은빌딩 3층(우편번호 130-866)
모금자 명단
이현주(5만원) 홍성여(1만원) 한수란(1만원) 이구홍(15만원)
*그 밖에 ARS로 30명이 동참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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