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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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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캠페인] 한-일 협정… 숨이 턱턱 막힌다

등록 2007-05-11 00:00 수정 2020-05-03 04:24

2년전 야스쿠니 합사 취하 결의안 통과시킨 김원웅 의원…미래 협력적 한-일 관계의 시금석

▣ 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 사진 이종찬 기자rhee@hani.co.kr

정확히 2년 전이다. 2005년 5월4일 대한민국 국회는 일본 정부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흥미로운 결의안을 채택해 통과시켰다. 결의안의 이름은 ‘야스쿠니신사의 한국인 합사 취하 및 일본 각료 등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중단 촉구 결의안’이다.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현재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 등 79명의 서명을 받아 2004년 12월7일 발의됐다.

그 뒤로 많은 일이 있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계속했고, 도쿄 지방재판소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합사 취하’를 요구한 한국 유족들의 소를 기각했다. 김원웅 위원장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미국 하원의 결의안 채택 움직임에 일본 정부가 벌벌 떠는 모습을 보며 착잡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야스쿠니신사 문제 해결은 미래 협력적 한-일 관계가 가능한지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라고 강조했다.

정교분리란 “하기 싫다”는 말

2005년 결의안 이후 2년이 지났다.

=그 무렵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2001년 취임 이후 계속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문제가 논란이 됐다. 국회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를 “일본이 침략 전쟁에 대한 반성 없이 전후 세대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한 행동”으로 이해했다. 또 야스쿠니신사에 강제 합사된 조선인이 2만1천여 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결의안은 일본 총리와 각료들에게는 참배를 중단해줄 것을, 정부 쪽에는 조선인 합사 취하에 적극 나서줄 것을 각각 촉구했다. 조선인들을 야스쿠니신사에 합사한 것은 조선인에게 신사참배와 궁성요배를 강요하고, 참배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고문하고 투옥했던 일제 황민화 정책의 일환이 아닌가. 조선인들을 여전히 일본 천황의 신하로 보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야말로 문제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이 한-일 간의 미래 협력관계다. 그러나 지나간 역사에 대한 정리 없이 미래 관계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본 정부는 종교 법인인 야스쿠니신사의 문제에 간섭할 수 없다는 태도다.

=걸리는 것은 좁은 국수주의적 국익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 정부와 법원이다. 그들에게 야스쿠니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2005년 야스쿠니신사 경내에 있던 북관대첩비를 반환받을 때의 일이다. 2001년 3월1일에 맞춰 일본 외무성에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담판하러 갈 계획을 잡았다. 외무성 쪽에서 장관과 차관이 “바빠 만날 수 없다”고 했지만 그날 오전 11시에 차관과 약속이 잡혔다. 그때 외무성 차관이 “그것은 정부가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야스쿠니신사에 있는 것”이라며 “국가가 줘라, 주지 말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3시간 뒤인 오후 2시에 야스쿠니신사를 찾아갔다. 그쪽 궁사는 “이 물건은 우리 것이 아니기 때문에 되돌려주고 싶지만 정부의 허락 없이 되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주장하는 정교분리란 사실 “하기 싫다”는 말을 돌려 하는 방어용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일본 정부의 방침이다. 한-일 양국 간의 협력, 협력 하지만, 이렇게 해놓고 무슨 협력이 가능하겠나.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미 하원의 결의안 채택을 두고 일본 정부가 긴장하고 있는데.

=씁쓸한 현실이다. 우리가 뭐라고 할 때는 못 들은 척하고, 미 의회에서 군 위안부 결의한다고 하니까 발칵 뒤집힌다. 부끄러운 일이다. 사실 피해자인 우리에게 사과해야 하는데, 미국에 사과한다.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고민하면서도 그런 부분까지 생각해야 한다.

일반 국민은 이 문제에 독도나 교과서 왜곡 문제처럼 반응하지 않는다.

=강제합사를 개인적인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 조상들의 문제가 아니냐는 것인데,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이것은 민족 공동체의 수모에 대한 문제다. 태평양전쟁에 강제동원된 조선인들을 유족들에게 통보도 없이 A급 전범들과 함께 합사한 것인데, 우리의 전통적인 종교관념과 민족정신에 비춰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은 우리의 실수 되풀이하지 않기를

앞으로의 한-일 관계에서 중요한 문제는 뭐라고 보나.

=일본 정부와 과거사 문제를 놓고 논의를 진행할 때마다 턱턱 막히는 곳이 “그것은 한-일 협정으로 끝났다”는 대답을 들을 때다. 그런 반응이 나올 때마다 솔직히 할 말이 없어진다. 최근에 북-미 관계가 급진전하면서 북-일 관계 정상화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입장은 지난 36년 동안 이어진 일제의 조선 침략에 대해 진상을 규명해 사죄하고 그에 따라 배상하라는 것이다. 일본은 한-일 협정과 비슷한 협정을 맺자는 입장이다. 우리와 관계 정상화를 할 때는 사죄가 없었고, 따라서 진상 규명이나 배상도 없었다. 우리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셈인데, 그게 북-일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앞으로 “1965년 체결된 한-일 협정이 북-일 수교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의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북한은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 때 남쪽이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야스쿠니신사 합사 피해자 돕기]
우리 힘으로 야스쿠니 소송을

7,724,000

5월3일 현재 모금액 772만4천원
모금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자동응답(ARS) 전화도 개통됐습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일본의 침략전쟁에 강제로 끌려가 목숨을 잃어야 했던 2만1천여 명의 할아버지들의 원혼이 억눌려 있습니다. 김원웅 의원은 야스쿠니신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래 협조적인 한-일 관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여전히 조선인들을 일왕의 신민으로 보고 있다는 뜻 아닙니까?” 김원웅 의원은 묻습니다.
그동안 일본 정부에 전쟁 책임을 묻기 위한 소송은 일본 시민단체들의 자발적인 모금에 의존해왔습니다. 이제는 우리 힘으로 야스쿠니신사에 갇혀 있는 할아버지들의 원혼을 모셔와야 합니다. 과 민족문제연구소는 우리가 모아낸 작은 정성들이 하루가 다르게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 사회에 둔중하고 의미 있는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독자 여러분,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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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 민족문제연구소, ‘노합사(NO 合祀)’,
문의 민족문제연구소(02-969-0226), 홈페이지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www.anti-yasukuni.org),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동 38-29 금은빌딩 3층(우편번호 130-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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