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8일 풀려나 구속 209일 만에 대추리 주민들의 품으로평택 싸움은 대화 국면으로 가는가…마을총회에서 결정될 듯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2006년 12월29일 아침,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홈페이지(www.antigizi.or.kr) 공지사항에는 다급한 목소리의 ‘속보’ 하나가 올라왔다. “어제 28일 저녁 5시10분경 안양교도소에 수감되었던 팽성대책위 김지태 위원장이 보석으로 석방되었습니다.” 김지태 대추리 이장은 지난해 6월5일 경찰에 자진 출두해 구속된 지 209일 만에 마을 주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투쟁 방향, 마을의 뜻에 따르겠다”
김 이장이 교도소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12월28일 오후 5시30분께다. 교도소 문을 나선 김 이장은 “별안간 나오라고 하더니 같은 방에 있던 사람들과 인사할 겨를도 없이 내보냈다”고 말했다. 옥 밖으로 나온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담배 한 대를 빌려 불을 붙였다.
담뱃불이 꺼져갈 정도로 시간이 지나자 저만치에서 김 이장의 어머니 황필순(77)씨와 고모 김영녀(81)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달려와 김 이장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옷을 갈아입으라”며 옷가지를 내밀었고, 차가운 두부 한 모를 건넸다.
마을 사람들은 웃는 얼굴로 김 이장을 맞았다. 사람들은 이장을 둘러싸고 “이장님 어서와요” “형님! 고생하셨소” 등의 인사를 건네며 부둥켜안았다. 대추리 마을회관 앞에는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주민들과 인사를 마친 김 이장은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 김석경(78)씨 앞에서 큰절을 올렸다. 그는 아버지 앞에서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김지태 이장의 석방은 “대추리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 말해온 대추리 주민들의 첫 번째 요구사항이었다. 김 이장의 변호를 맡아온 이덕우 변호사는 12월22일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서 재판부 쪽에 각계각층의 탄원서와 김 이장을 양심수로 선정한 국제앰네스티 쪽의 자료 등을 제출했고, 만성 B형간염 등으로 치료가 필요한 점을 들어 보석을 신청했다.
앞으로 평택 싸움은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오랜 투쟁으로 주민들은 지쳤고, 정부도 대추리·도두리의 반대 운동이 해를 넘겨 이어지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김 이장은 “언제나 그랬듯 마을 사람들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머잖아 마을총회를 열어 앞으로의 투쟁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주민들이 근본적인 요구를 들고 나오거나 정부가 성의 없는 태도로 일관할 경우 대화는 이제까지 그랬듯 성과 없이 끝날 수 있다. 이장이 석방된 날 849일째 촛불집회를 진행한 대추리의 고민은 이전보다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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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9일 현재 1억1706만4376원 이 평택 캠페인, ‘대추리를 평화촌으로!’를 시작한 지 벌써 1년째가 되어갑니다. 캠페인의 문을 연 첫 기사는 593호( 2006년 1월17일치) ‘장갑차를 막는 트랙터들의 대행진’이라는 기사였습니다. 2006년 1월3일 오전 9시 평택의 농민들은 이제는 허물어지고 없는 대추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전국의 농부들과 ‘평화’를 얘기하기 위해 트랙터를 타고 전국 순례를 떠났습니다. 그 뒤 1년 동안 은 평택 대추리를 기록하며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웃고, 울고, 분노하고, 좌절했습니다. 물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2월28일 김지태 이장의 석방 소식을 끝으로 평택 캠페인은 매주 평택의 사연을 전하지 않고 호흡을 길게 가져갈 예정입니다. 평택 대추리·도두리와 관련해 독자들께 전해야 할 중요한 일이 생기면 자세한 사정을 전하겠습니다. 평택 캠페인은 끝난 게 아닙니다. 모금도 예전처럼 계속됩니다.
계좌이체 농협 205021-56-034281, 예금주 문정현
주관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문의 평택 범대위(031-657-8111), 홈페이지 www.antigizi.or.kr,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59-2 마을회관 2층 (우편번호 451-802)
모금자명단 류기환(10만원) 풀무학교(8만310원) 김섹시 이경무(12만원) 평택모금(5만원) 평택모금(5만원) 박종남(5만원) 손가영(2만원) 들꽃성가대(10만원) 들꽃어린이회(10만원) 들꽃교회가족(10만원) 목수현(6만3천원) 김영환 이인호(5만원) 서종원(2만원) 송범종(5만원) 오정익(5만원) 한공순(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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