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다큐 감독들…빈집에 터전을 잡고 상처받는 상황을 담는 이들에게 연대의 손을 내밀어주길…
▣ 평택=글·사진 두시간 대추리 이주자
대추리에 들어와 벌써 세 번째 눈 덮인 들판을 보고 있다. 첫 번째 겨울의 끝자락에서 토박이 젊은 농사꾼 신종원씨는 “모든 걸 잃더라도 이 싸움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만은 잃고 싶지 않다”고 내게 말했다. 그때 이미 그는 무도한 권력자들에게 농사꾼으로서 삶과 꿈, 현재 만들어가고 미래에 달콤하게 회고하고 싶어하던 가족의 추억마저 압류당할 위기에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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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잔을 나누며 그에게서 그 이야기를 듣던 자리에 지금은 나와 동거인이 되어 있는 기록영화작가 정일건 감독(푸른영상)이 있었다. 당시에는 기대를 품지도 않았겠지만 그는 대추리 사태를 다룬 으로 지금은 이름난 기록영화작가의 대열에 올라 있다.
이수정 감독의 꿈, 대추리 결혼식
5월4일의 강제철거 뒤 언론 보도는 대추리 문제를 하나같이 폭력시위와 보상 문제로 일관했다. 그가 보기에 국방부가 어떤 절차를 통해 기지 확장을 추진해왔는지,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고 눈물을 흘렸는지, 도대체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올바른 선택인지 등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가 서둘러 촬영본을 정리하고 을 발표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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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에게 힘든 점은 “항상 상처받는 상황을 기록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는 최근 생활고에 시달리다 도두리에서 이사 나간 한 주민이 이삿짐을 싣고 떠나면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치는 걸 봤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대추리에서 주민들과 지킴이들의 마음을 배우고 어떻게 살 것이냐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의 조연출 김준호 감독(푸른영상)과 함께 빈집에 터전을 잡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작업도 작업이지만 그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지키는 일도 실천적인 과제다.
역시 기록영화작가인 이수정 감독은 지난 5월 인권운동사랑방이 주최한 제10회 인권영화제에 을 출품했다. 그에게도 대추리는 배움의 장소가 되었다. 2년 전 여름 대추리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뒤 대추리는 그에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공간이 되었고 미국이라는 거대한 힘이 대추리와 도두리 뒤에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올해 초부터 기록하고 현재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영상에서 그는 미국의 한반도 전략과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의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다.
그는 대추리가 영영 사라져버릴지 모른다는 것을 상상하기가 싫다. 아닌 게 아니라 문정현 신부의 주례와 김지태 이장의 사회로 대추리 평화예술동산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 게 그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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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영화작가 16명이 지난 5월에 만든 속에 이수정, 정일건 두 감독의 단편이 들어 있다. 작품 속에서 머리에 쓴 작업모자의 챙을 30도 각도로 밀어올린 김지태 이장의 서글서글한 모습이 반갑다. “이건 생존권이니 농업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많지만 국가가 원천적으로 잘못된 거야. 정작 당사자들에게는 이전의 이유를 설명해줄 사람도 없고 의견을 묻지도 않았잖아. 그러면서 무슨 이전을 하겠다고. 그러고도 이게 국가여? 아니지!” 용산CGV 극장에서 열리는 서울독립영화제2006(www.siff.or.kr, 12월7~15일)에서 11일과 14일 밤에 그들의 작품이 상영된다.
이 영화제에 대추리 주민들이 전세버스를 얻어 올라간다. 영화제에서 상영될 또 다른 작품 를 보기 위해서다. 지난주 대추리 농협창고에서 열린 촛불행사에서 감상했지만 2004년 겨울 이래 대추리를 꾸준히 다녀가면서 여러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 김지혜씨가 고마워서다. 영화는 2005년 12월 이후 법적으로 국방부 소유의 땅이 되어버린 대추리에 하나둘씩 생겨나는 빈 공간들을 채우기 위해 들어온 지킴이들을 보여준다. 한 가지 색깔로 규정할 수 없는 이들은 빈집을 가꾸고 빈 땅에 곡물들을 공동 경작하면서 자신들의 고향을 지키고자 하는 마을 주민들과 살아가고 있다. 작가가 ‘나비’에 비유하는 이 지킴이들은 작품 속에서 “1. 빈집을 우리 집으로 만들기 위해 2. 희망을 지키기 위해 3. 땅을 일구는 평화를 위해 4.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담기 위해 5. 우리 삶을 지키기 위해” 대추리에서 살아간다고 말한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아라
그의 화두는 삶과 정치, 아니 오히려 삶 속의 정치다. 영화에서 지킴이들, 그중에서도 소속 단체 없는 ‘개털들’은 주민들과 함께하며 살아가는 느낌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 목소리 안에서 주민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작가는 이들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정치적인 행동을 삶과 더 가깝게 하려고 하는 감성과 이성이 함께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대추리 ‘개털들’을 최초로 소개한 이 영화가 영화제에서 입상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들의 삶에서 대안적인 운동방식 혹은 삶의 방식의 단면을 본 작가의 진지함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대추리, 도두리를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이곳 주민들, 그리고 주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킴이들, 나아가 우리 모두의 나아져야 할 미래를 위해 소중한 작가들에게 연대의 손을 내밀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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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이 운다] 선불로 줘도 이 추운데 어디로 가 |
국방부가 아직까지 ‘농업손실보상금’을 찾지 않은 주민들에게 보낸 ‘안내문’의 보상금 신청기한은 12월8일이었다. 이번에는 이사가 완료되지 않아도 주거이전비 및 이사비를 ‘선지급’한다고 했다.
이제 별짓을 다 한다니께. 오늘까지 신청하면 이사 비용을 선불로 준다고 하데. 이사 안 가더라도 돈이라도 찾아가라는 겨. 아휴, 뭐 이런 게 한두 번인가. 이제 지겨워. 지난번에 전화 왔을 때는 이장 가둬놓고 누구 도장 맡아서 나가냐고 막 소리 질렀더니 전화를 딱 끊더라고. 몰러, 선불로 줘도 이 추운데 어디로 가.
요새는 태연해. 하도 지쳐서 그런지 태연하게 살아. 날이 추우니께 나가란 소리 안 하겠지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있는 거여. 처음에 구덩이 파고 그럴 때 우리 집에서는 바로 이렇게 보이니께 불안해서 평택 딸네 집 가서 살다 왔어. 무서워서 살 수가 있어야지. 혼자 사니께 얼마나 무서워. 그런데 사람들이 집 사갖고 이사 간다고 그랬어.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니께 서운해서 나가고 싶었지. 그런데 그 마음은 잠깐이고 난 여기가 좋아. 혼자 살아도 여기가 좋아.
난 몸이 아파서 촛불행사도 잘 못 가. 촛불 냄새 맡으면 골이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서 잠을 못 자. 추워도 맨날 가생이에 앉고 하우스에서 할 때도 끄트머리에 앉고 그랬잖아. 지난번 농민대회도 가다 중간에 돌아왔잖아. 웬만하면 가는데 몸이 이러니. 아휴.
우리 애들은 엄마 공기 좋은 데서 살아야 한다고 여기서 계속 살라고 해여. 지금까지 한 번도 엄마 돈 찾아갖고 나오란 소리 안 했어. 어느 집이고 자식들 충동방아 찧어서 나가는 경우가 많거든. 우리 애들은 엄마가 계속 여기서 살면 좋겠대. 자식들이 생활비 보태줘서 살고 있어. 당뇨 환자니까 병원비, 약값이 많이 들어가. 오늘은 세금 내라고 뭐 날아왔데. 우리가 이렇게 세금 내야 되는 거여? 내가 땅을 팔아달라고 하는 거여? 강제수용하는 거잖아. 이렇게 만들어놓고 세금 내라고 하니까 내가 돈이 어딨어. 논 2500평도 다 철조망 안에 들어가 있는데.
우리 고향은 안중인데 난리 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4남매 데리고 동창리로 이사왔어. 거기서 스물세 살 때 시집왔어. 시집와서 고생이라는 건 싸 짊어지고 살았으니께 말할 것도 없어. 내 손 좀 봐. 손이 다 문드러지고 망가지고. 옛날 대추리에 시집온 사람 중에 고생 안 한 사람 없어. 일로 성공한 거여. 그래서 다 허깨비들만 사는 거여. 정신적으로 다 곯아빠져서. 너무 힘들어서 그런 거지. 여름에 모 심으러 한 달 반씩 댕기는 사람도 있었어. 찬밥 싸가지고 그렇게 다니면 사람이 견뎌내겄어. 가을에는 벼 베러 두 달씩 댕겨. 그 넓은 뜰을 다 낫으로 베는 거여. 사흘 만에 묶고 줄가래 치고 뒤집어서 탈곡하려면 얼마나 힘들었는데. 밤을 새워가면서라도 해야 해.
나는 50명 밥해서 이고 가기도 했어. 소죽에다 아저씨 밥하고 얹어서 애 업고 가면 애 방뎅이를 한쪽 손으로 붙잡고 가. 밥을 내리려면 아저씨가 내려줘야 하는데, 아저씨가 논 갈고 올 때까지 그거 이고 서서 기다리는 거야. 어떻게 해, 때를 못 맞춰서 간 걸. 그렇게 고생해서 지금 좀 살 만하니께. 아휴. 이런 것 좀 인터넷에 띄워서 사람들이 알게 해야 해. 시골 사람들 이렇게 당하고 저렇게 당하고. 죄 없는 이장 갖다 처놓고 이게 뭐하는 거여. 다음 재판 날짜도 잡혔다는데 빨리 나와야 할 텐데. 이장을 그렇게 붙들고 뭐하는 거여. 부모들 가슴 타는 걸 어떻게 봐. 몰러, 난 대추리 사람들이랑 끝까지 같이 갈 거란 마음밖에 없어.
글·사진 진재연 사회진보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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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의 땅 한평지키기]크리스마스엔 ‘메리! 평택’ |
12월8일 현재 1억1446만2066원
평택의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은 12월8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들은 김지태 대추리 이장 석방을 위한 엽서 보내기 운동도 시작했고,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막기 위한 송년 문화제도 열기로 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크리스마스날에는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추리 주민들을 위한 성탄 예배를 드리고, 2007년 1월에는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한반도 평화 선언, 2월에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한 5차 평화대행진도 준비했습니다. 독자 여러분! 동화면세점 앞에서 “메리 평택!” 하고 즐겁게 노래 불러볼까요?
계좌이체 농협 205021-56-034281, 예금주 문정현
주관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문의 평택 범대위(031-657-8111), 홈페이지 www.antigizi.or.kr,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59-2 마을회관 2층 (우편번호 451-802)
도병현(20만원) 진동원(10만원) 남현선(10만원) 남현선(3만원) 변경혜(2만원) 박미숙(4만7010원) 길쥬리아(10만원) 김선영(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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