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평택 캠페인]지하철로 뛰어든 평택

등록 2006-09-02 00:00 수정 2020-05-03 04:24

“이대로 앉아서 당할 순 없다” 지하철 3호선 선전전 시작한 활동가들…철거 파국이 다가온 시점, 범대위는 4차 평화대행진에 모든 역량 집중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싸움은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평택 대추리·도두리 들 285만 평을 철조망과 참호로 둘러싼 국방부는 주민들의 집을 때려부수는 날짜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경찰은 대추리와 도두리로 통하는 주요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마을에 들어가려는 시민들을 거칠게 밀어냈고, 8월 뙤약볕 아래 속수무책인 대추리는 살벌한 정적에 짓눌려 있다.

평화랑, 시민 속으로 33일째

평택 ‘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에서는 9월24일 열리는 4차 평화대행진에 평택 투쟁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평화대행진의 공식 명칭은 ‘강제철거 강행 노무현 정권 규탄! 전쟁기지 반대 한-미 FTA 강요 미국 규탄! 평택미군기지확장 전면재협상 촉구’ 4차 평화대행진이다.

투쟁은 뜻밖의 공간에서 진행 중이었다. 그곳은 서울 지하철 안이다. 평택 평화대행진을 준비하고 있는 평택중앙실천단 ‘평화랑’은 지난 7월24일 평택을 시작으로 33일째(8월25일 현재) 시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미군기지 확장의 부당성을 알리고 있다. 박영준 평화랑 단장은 “2004년 여름께 평택을 방문해 그곳의 들판을 처음 봤다”고 말했다.

5월4일 대추초등학교가 강제 철거됐고, 사람들의 관심은 평택에서 월드컵을 거쳐 ‘바다 이야기’로 옮겨간 지 오래다. 평택의 아픔을 곁에서 지켜봐온 경기 지역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이대로 앉아서 당할 순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경기민중연대가 평화랑 결성을 제안했고, 활동가 11명이 결합했다.

8월25일 오후 2시 평화랑의 오후 선전전은 지하철 3호선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시작됐다. 대화행 열차를 잡아탄 실천단의 나주철(31)씨가 힘차게 말문을 열었다. “우리 정부는 평택에서 349만 평의 땅을 빼앗아 미군에 넘겨주려 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참 기가 찹니다. 그 안에는 30만 평짜리 골프장도 들어서고, 50~100평짜리 호화 아파트도 들어섭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거기 들어가는 돈을 우리 시민의 세금으로 때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1천원 후원금 내는 준비위원 모집

박 단장은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고 말했다. “당신들은 3자가 아니냐”는 냉소와 “이미 늦은 것 아니냐”는 패배주의, “빨갱이들은 사람들을 선동하지 말라”는 뒤틀린 분노가 섞여 평화랑을 맞는다. 지하철 3호선은 대한민국의 작은 축소판이다. 물론, “수고한다”며 1만원짜리 지폐를 내미는 젊은이들도 있다.

범대위에서는 4차 평화대행진을 위해 1천원의 후원금을 내는 준비위원 10만 명을 모으고 있다. 평화랑의 목표는 하루에 준비위원 1천 명을 모으는 것이다. “사람들의 힘을 모아 주택 강제 철거를 막아냅시다.” 옆 칸으로 옮겨간 나씨의 목소리가 지하철 3호선 객차 안에서 낭랑하게 울려퍼졌다. 평화대행진 준비위원이 되고 싶은 시민들은 범대위 홈페이지(www.antigizi.or.kr)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평택 평화의 땅 지키기] 대추리는 사라질까요?

104,743,591
8월25일 1억474만3591원

625호의 마감일은 8월25일입니다. 평택 주민들은 8월30일께 국방부가 평택 대추리·도두리로 철거용역을 보낼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이번호 잡지를 받아보실 때쯤이면 대한민국 지도 위에 대추리와 도두리의 이름이 사라져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계좌이체 농협 205021-56-034281, 예금주 문정현
주관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문의 평택 범대위(031-657-8111), 홈페이지 www.antigizi.or.kr,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59-2 마을회관 2층 (우편번호 451-802)
백창욱(5만원) 한공순(5만원) 송은미(10만원) 정현기(5만원) 권혁 박재성(2만원) 한혜진(5만원) 대추리(3만원) 박명호(3만원) 김명선·이민준(10만원) 이숙미(2만원) 봉문수 김승만(50만원) 주용주·원주연(5만원)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