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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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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캠페인] 예, 불법 행위 맞습니다

등록 2006-03-30 00:00 수정 2020-05-03 04:24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에 나선 인권활동가 박래군씨의 옥중 기고… 미군 침략전쟁을 돕고 주민들의 생존권을 빼앗는 실정법과 끝까지 싸우겠다

▣ 용인경찰서 유치장=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3월18일 법원은 결국 우리를 구속시키고 말았다. 개인적으로는 20년 만의 구속이다. 늘 미행과 감시, 구속과 고문의 공포를 달고 살았던 1980년대 긴장의 연속을 벗어난 것은 인권운동을 하면서부터였다. 아무래도 합법 영역의 활동이 많고, 기껏 벌금이나 물을 정도의 불법 행위에 머물렀기 때문인지 모른다.

인권은 종종 실정법을 뛰어넘는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달랐는가 보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은 그 자체로 불법일 것이다. 국회가 정한 법 절차에 따라 미군기지로 수용될 대추리 앞 들판이나 주민들이 사는 집과 대추분교를 강제 수용하는 것은 분명 ‘합법’일 것이다. 대추분교를 점유하고, 마을을 떠나지 않고 올해에도 농사짓겠다고 버티는 것은 분명 불법이다. 더욱이 법원이 국방부가 대추분교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는데 이를 집행하는 것을 막은 일은 불법이고, 국방부가 농지에 포클레인을 동원해 도랑을 파는 작업을 막은 것도 분명 불법이다.

이렇듯 불법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3월6일에는 대추분교 앞에서 법원 집행을 저지했고, 3월16일에는 농지 절단 작업을 하던 포클레인 위에 올라가 작업을 못하도록 했다. 그런 행위로 대추분교를 지켜냈고, 대추리 앞 들을 70만 평이나 갈고 올봄 농사지을 준비에 착수할 수 있었다. 물론 나 혼자가 아니라 인권활동가와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시민사회 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불법 행위를 한 것이다.

인권은 종종 실정법을 뛰어넘는다. 실정법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인권의 원칙과는 동떨어지게 제정되고 시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실정법은 인권활동가들에게는 불복종, 저항의 대상이 된다. 평택 미군기지를 확장하겠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미국의 세계 침략전쟁의 전초기지를 내주겠다는 것이다. 북한·중국에 대한 공격기지가 되고, ‘전략적 유연성’을 획득한 미 공군기는 신속기동군의 개념에 맞게 미국의 이익을 위한 곳이라면 언제든지 이곳에서 이륙해 공격을 감행한다. 그로 인해 평택은 세계 여러 나라의 공격 대상이 되며 한반도는 전쟁의 참화를 입을 게 너무 뻔하다.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미군의 침략전쟁 기지를 반대하는 것은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일이다.

또 이런 미군기지 확장을 위해 일방적인 토지 강제 수용을 위한 절차만 서둘러 밟았지, 이곳 주민들의 생존권을 존중하고 보장할 방안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이전에 일제와 미군에 의해 땅과 집을 빼앗기고 버려진 갯벌을 몸뚱이 하나로 몇십 년의 노력을 들여 옥토를 일궈놓은 농민들의 노고와 농토에 대한 애정에 대해서, 그들의 문화의 소중함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국가는 국제인권조약과 헌법이 보장하라는 ‘평화적 생존권’을 위해하는 인권침해 행위를 법이라는 이름으로,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인권규약과 헌법을 지키기 위한 활동

그러므로 지금 나의 행동은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국제인권규약과 헌법에서 규정한 평화적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인권옹호 활동이다. 인권활동가가 인권 현장을 외면하고 인권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으면 인권활동가가 아니다. 평택에서 나는, 아니 우리 인권활동가들은 평화적 생존권을 염원하는 주민과 시민사회 활동가와 함께 어깨를 걸 수밖에 없었다.

나는 종종 대추리 너른 들에 서보라고 말한다. K-6(캠프 험프리) 미군기지 위로 떴다가 지평선 너머로 지는 유난히 큰 해와 달을 보라. 그 너른 들에서 농민들은 볍씨를 뿌리고, 한여름 내내 벼를 키운다. 가을이면 황금빛 벼 이삭이 바람에 출렁이고 어느새 오리떼가 찾아와 춤을 춘다. 그 들에서 난 쌀을 먹고, 그 쌀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해왔던 평화의 땅이 미군기지로 뒤덮이는 걸 난 용납할 수 없다. 지금도 K-6 미군기지 안에서는 공격형 헬기가 뜨고 내리며 죽음의 소음을 낸다. 그 죽음의 미군기지를 왜 280만 평 황금 들판까지 강제로 수용하며 내준단 말인가.

‘대한민국’은 이제라도 미국의 침략전쟁을 위한 꼭두각시 놀음을 거두어야 한다. 나를 비롯한 인권활동가들을 구속함으로써 이 투쟁을 멈출 수 있다고 믿는다면 큰 착각이다. 정부가 미군기지 확장 계획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난 이 투쟁을 멈출 생각이 전혀 없다.



[들이 운다] 큰 머슴애 죽은 것이 뼈에 사무쳐

그렇게 고생해서 장만한 땅, 파서 먹고살 테니까 그냥 놔둬

▣ 원정옥(62) 평택시 팽성읍 도두2리 89

두 주먹을 쥐고 산다는데 우린 네 주먹을 쥐었어요. 남편 두 주먹, 나 두 주먹. 나는 생각하면 눈물밖에 안 나와. 너무나도 한이 맺혀가지고. 아 미군기지 들어온다던 작년 그러께부터는 내 논을 가서 쳐다보면은, 내가 장만한 논을 이렇게 뺏기는구나 생각하면은 땅만 쳐다봐도 눈물이 나와.
이 집이나 나나 고생을 많이 했지만 나는 깊은 사연이 하나 더 있어. 더 눈물이 나와. 우리 집 아빠가 돈 벌어서 사남매를 키울라고 사우디라는 데를 갔어. 내가 그것 넷을 데리고 홀어머니하고 너무나도 배고프게 살다가 우리 큰 머슴애가 열 살 먹어서 죽었어. 벌써 그게 23년 됐구만. 그런데 즈 동생하고 나하고 있는디 우리 죽은 애가 한단 소리가 청바지 입고 끈 달린 운동화 한번 신어봤으면 소원이 없겄디야. 그래서 그랬어. “우영아, 귀영아. 4월2일날 아버지 귀국할 때는 엄마가 세상없어도 느네들 둘 청바지 사입고 끈 달린 운동화 사신고 엄마 손잡고 아버지 김포공항에 마중 가자이.” 그래서 그렇게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는디 그것이 저 아버지 얼굴 보지도 못하고 3월14일날 병이 나가지고 3월29일날 갖다 버렸거든. 그것만 여즉까지 살아 있어도 내가 덜 분하고 덜 억울한데 먼여 보낸 아들 그것이 아직도 뼈에 사무쳐.
나는 솔직히 말해서 테레비 딱 틀어서 노 대통령 나오면은 원망스러울 때가 많았어. 그래도 우리 대한민국을 짊어지고 갈 나라 대통령님이 이 한 부락에서 지금 몇천 명이 죽어가는디 한 번쯤이라도 여기 농민 사정 말 한마디 해주는 것이 없드라고. 이 좋은 땅을 국방부에서 미군한테 준다고 그래갖고 농민이 어떻게 고통당하는가 요만큼도 모르시는 것처럼 말해요.
우리는 그저 여기다 놓으면 두더지마냥 땅만 파서 먹고살 테니께 여기다 그냥 놔둬. 놔두라고. 땅 파먹고 살게 놔둬.

*인터뷰 평화바람 활동가 반지, 인터넷신문 <참소리> 김효정
사진 평화바람 활동가 밥




4천만원을 향하여

주민들은 기자의 손을 잡고 “‘땅 한 평 지키기’ 운동에 동참해준 독자들께 고맙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평화의 트랙터는 평택의 너른 들을 거침없이 내달렸습니다. 모금액은 어느새 3천만원을 넘어 4천만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19만원을 모아 보내주신 외국인 노동자들과, ‘힘내라’는 구호로 예금주명을 대신하신 독자님들. 여러분이 평택 농민들의 희망입니다.
주민들은 이제 모내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조그만 참여로 우리 땅을 짓밟는 미군들의 캐터필러 소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성금이 한두 푼 쌓일 때마다 “올해도 농사짓자”는 농민들의 꿈은 현실이 됩니다. 독자 여러분, 봄이 왔습니다. 논갈이가 끝났으니 이제부터는 논에 물을 대고 모를 심어야 합니다.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계좌이체 농협 205021-56-034281, 예금주 문정현
주관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한겨레21>
문의 평택 범대위(031-657-8111), 홈페이지 www.antigizi.or.kr,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59-2 마을회관 2층(우편번호 45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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