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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없는 보수통합은 필패다

오세훈 2심 ‘무죄’ 선고 이후, 야권 잠룡 3인방의 합종연횡 주목받지만… 기회주의적 처신으론 유권자 신뢰 못 얻어
등록 2026-10-29 21:23수정 2026-10-31 17:37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6년 10월25일 오후 보행전용교 전환 공사를 하루 앞둔 서울 잠수교로 향하고 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6년 10월25일 오후 보행전용교 전환 공사를 하루 앞둔 서울 잠수교로 향하고 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2심 판결이 보수정치 전반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국민의힘 구주류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실망하고, 한동훈 무소속 의원에게도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 와중에 나온 이번 판결이 오 시장을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리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의원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이번 판결이 보수 진영의 논자들이 필요성을 역설해온 오세훈·한동훈·이준석 통합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 불가능한 ‘오한이’ ‘오장한’ 연합

 

오세훈 시장을 둘러싼 지형 변화의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오 시장을 활용하려는 사람들의 구상은 한동훈 의원 배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장동혁 대표와 당내 경쟁에서 겨루도록 하자는 것에 가깝다. 일단 당권파를 제쳐 당내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명확히 구축해놓고, 당 밖에서 힘이 빠진 한동훈 의원을 받아들이는 것이 상책이라고 보는 듯싶다. 오세훈 시장이 판결 직후 장동혁 대표에게 특검에 상고 포기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줘서 고맙다는 발언을 하고, 구주류로 분류되는 인사들까지 포함해 ‘식사 정치’를 이어나가는 것은 이런 구상에 동의 혹은 호응하는 것으로 비친다.

이런 계산은 장동혁 대표 쪽도 마찬가지로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동훈 의원이 복당해 오세훈 시장과 ‘반장연대’로 연합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그렇잖아도 강경파 내부의 역학 구도 역시 요동치는 상황이다. 어떤 사람들은 김태규·이진숙 의원의 상승세가 심상찮다고도 한다. 장동혁 대표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오세훈 시장이 차기 전당대회에 직접 출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친오세훈’을 자처하는 누군가가 나서는 시나리오가 될 것인데, 강경파 내부 사정만 정리된다면 당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해볼 만한 구도다. 오세훈 시장을 고리로 구주류와 역할 분담 등 관계를 정립하는 것도 해볼 만한 일이다. 이 전당대회에 공천권이 걸려 있으므로 여기서 이기는 사람은 보수정치의 주도권을 틀어쥐게 된다. 뒤집어 말하면 장동혁 대표나 오세훈 시장이 한동훈 의원에게 기회를 줄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가장 주목을 끈 발언은 이준석 의원의 입에서 나왔다. 이준석 의원은 한동훈 의원을 “천박한 법 기술자”로 부르며 오세훈·한동훈·이준석 통합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을 변호하는 ‘윤어게인’ 김계리 변호사가 얼마 전 소셜미디어에 한동훈 의원을 가리켜 ‘런종섭’ 사건과 명태균 사건을 모두 키운 당사자라며 “명태균 묻은 윤석열, 오세훈, 이준석 다 날리면 ‘내가’ 원톱이 될 줄 알았나”라고 쓴 일을 떠올리게 한다. 한동훈 의원은 과거 개혁신당이 보조금을 받은 후 새로운미래와 결별하자 ‘보조금 사기’라고 공격한 일도 있었다. 이를 들어 이준석 의원이 한동훈 의원 및 친한계 인사들에게 모종의 유감을 갖고 있고 이게 태도에 반영됐으리라는 얘기를 여의도 주변에서 하는 사람도 있다.

 

오세훈 밀착·한동훈 견제, 이준석의 속내

 

물론 이준석 의원의 발언과 행동은 정치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므로, 그것에 맞게 평가해야 한다. 그렇게 보면 이준석 의원이 하필 이 시점에 이렇게 나오는 의도는 명백하다. 앞으로 펼쳐질 ‘오세훈 정치’의 경계를 정하는 역할에 참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며, 이미 오세훈 시장 주변에 형성된 대세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이준석 의원은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때 ‘세대포위론’ 등을 내세워 오세훈 시장을 당선시켰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 흐름의 연장선에서 본인이 국민의힘 대표가 되기도 했으므로 나름대로 이 논의의 우선권을 주장할 처지가 된다고 생각할 거다. 한동훈 의원과 지지층이 겹치는 문제를 의식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향후 이준석 의원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보수정치 본류(?)의 영역과 더 가까워지는 행보를 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그가 대표직을 내려놓을 때부터 예고됐다. 개혁신당의 제3지대 실험은 실패로 귀결되는 중이다.

그렇다면 오세훈 시장이 보수정치의 중심이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당분간은 뉴스의 수혜자 위치에서 화제의 중심에 서겠지만, 이게 정치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몇 가지 선결조건이 필요한데, 첫째로 하늘이 도와야 한다. 농담 같은 얘기지만, 오세훈 시장이 지금까지 지위를 유지하는 건 천운이 작용한 결과가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신의 가호가 아니면 이렇게 될 수가 없을 텐데, 서울시장 밖의 영역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대선 플랜에 시동을 걸거나(무상급식 투표, 당권 도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종로, 광진을)할 때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수 혁신을 통한 유권자의 신뢰 회복을 이뤄낼 수 있느냐다. 오세훈 시장은 이 대목에서 태도가 늘 불분명한, 다소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버텨왔다. 가령 오세훈 시장은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 당시 즉각 계엄 해제를 요구했으나 사태 수습 직후 “탄핵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책임총리제 전환과 비상관리내각 구성 제안으로 후퇴했다. 그러다 사태가 요동치고 여러 의미로 심각해지자 결국 탄핵에 찬성했는데, 그러면서도 윤석열에 대한 공수처 수사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 와중에 2025년 3월17일 티브이(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는 ‘탄핵 찬성파가 맞느냐’는 질문에 “오해가 있다”고 했는데, 이쯤 되면 뭘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극우 안고 가겠다’는 오세훈·한동훈 한계

 

2026년 5월12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감사의 정원’ 준공식에서 참전용사들과 석재 조형물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6년 5월12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감사의 정원’ 준공식에서 참전용사들과 석재 조형물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도 이미지의 소유자지만 정책 지향이 실제 중도가 맞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도 평가 대상이 될 것이다.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는 100m짜리 대형 태극기를 광화문광장에 설치하려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윽고 이 사업은 ‘감사의 정원’으로 바뀌었고 이후에는 다들 아는 대로다. 이 사업들은 우파적 이념이나 세계관을 재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극우세력의 지지를 노린다는 의심을 받을 만한 내용이다.

사실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일관하기는 당 밖의 한동훈 의원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는 배우가 특정 영화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며 흥분한 극우 유튜버들을 설득하거나 막을 책임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가만히 있거나, 느닷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 신화에 도전하기’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퇴행적 모습을 보였다.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한 선거 관리를 문제 삼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과정에서 “부정선거는 아니다”라는 말을 하지 못한 것은, 독재 권력을 그리워하는 극우 지지층이라도 선거에서 ‘내 편’이 될 수 있다면 안고 가겠다는 태도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이끄는 보수혁신이라는 게 과연 가능할까? 쉽지 않아 보인다. 혁신이 동반되지 않는 보수정치 내의 이런저런 합종연횡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들은 알고 있을까?

 

김민하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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