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의 정부청사 지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이재명 정부가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 위원회 등 44곳, 9929명을 2031년까지 세종시로 옮긴다. 노무현 정부 때 계획돼 2012~2014년 실행된 1차 중앙행정기관 이전에 이은 2차 이전이다. 2차 이전이 끝나는 2031년엔 거의 모든 중앙행정기관이 세종에서 일하게 된다. 서울엔 국회와 청와대, 대법원, 헌법재판소 정도만 남게 된다. 만약 2031년 이전에 헌법이 개정된다면 이들 기관도 모두 세종과 지방으로 옮겨질 것이다.
2026년 들어 이재명 정부는 행정부-공공기관-기업-대학으로 이뤄진 균형발전 정책 꾸러미를 모두 발표했다. △2029년 8월 세종시 대통령실 완성(1월) △3대 메가프로젝트(6월) △서울대 10개 만들기(9월)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10월) 등이다. 12월까지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검토 대상 350여 개, 9만여 명) 계획도 발표한다. 역사상 노무현 정부에 비교할 만한 가장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균형발전 정책이다. 과연 이 정책들이 제대로 실행될지, 효과를 거둘지 관심이 쏠린다.
2026년 10월13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2031년까지 세종시로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 위원회 등 44개 기관, 9929명을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별도 청사가 필요하지 않은 27개 기관, 2995명은 2027년 민간 건물을 빌려 즉시 옮긴다. 2027년 상반기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 등 6개 기관이 세종시로 간다. 하반기엔 금융위원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19개 기관도 세종시로 간다.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의 관련 조항이 개정되면 바로 이전 시기를 정한다. 이 법 16조는 세종시로의 이전 제외 기관으로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성평등가족부 5개 기관을 명시해 개정이 필요하다.

2031년까지 세종시로 옮겨질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연합뉴스
독립 청사와 특수 시설이 필요한 17개 기관, 6934명은 청사가 완성되는 대로 2031년까지 순차적으로 옮긴다. 여기엔 외교·안보 기관인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와 형사·사법·감사 기관인 감사원,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경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이 포함됐다. 44개 중앙행정기관의 청사를 모두 마련하는 데는 3조1천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2027년 27개 기관의 이전엔 897억원, 새 청사 설계엔 286억원이 든다.
이번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의 규모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 계획돼 2012년부터 실행된 1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규모에 맞먹는다. 1차 이전은 43곳, 1만4731명이었다. 기관 수는 2차 이전이 하나 더 많고, 인원은 2차 이전이 1차 이전의 67.4% 정도다.
이번 발표에 대해 이민원 혁신도시정책연구원장(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은 세종시를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만드는 일이다. 그동안 서울이 본사, 지방이 지사였던 대한민국 상황이 대역전되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번 정책은 3대 메가프로젝트나 서울대 10개 만들기, 2차 공공기관 이전에도 힘을 실을 것이다. 국회가 ‘행정수도 특별법안’까지 통과시키면 균형발전 정책은 강한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종시 행정수도 건설의 위헌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세종시로의 수도 이전을 ‘관습헌법’ 위반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려면 헌법을 개정해 수도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하지만 2026년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이 “현직 대통령 연임은 국민 여론과 선택의 문제”라는 ‘실언’을 하면서 국민의힘과의 협의를 통한 개헌은 매우 어려워졌다.

세종시의 정부청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의원들은 개헌을 우회할 수 있는 5건의 ‘행정수도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주당 간사이자 국토법안심사 소위원장인 복기왕 민주당 의원(충남 아산갑)은 “제출된 행정수도 특별법안들을 28일부터 소위에서 심사해 올해 안으로 통과시키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특별법안이 다시 위헌 논란을 일으킬 우려에 대해 복 의원은 “현재 세종시가 사실상의 행정수도로 기능하므로 관습헌법 논리로도 이 법안을 위헌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누군가 헌법소원을 내더라도 합헌 결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안보 기관 이전과 관련해 고려해야 할 요소도 있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전 외교부 차관) “세종으로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가 모두 가고 헌법 문제로 청와대가 세종으로 가지 못하면 그동안 광화문의 청와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외교·안보 생태계가 깨질 위험이 있다. 긴급히 대응해야 하는 일이 많은 외교·안보에 위험이 생길 수 있다. 이 문제를 잘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발표에 이어 2026년 12월까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발표할 방침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검토 대상 기관은 모두 350여 개, 9만여 명이다. 이 가운데 다수가 이전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1차 공공기관 이전 규모가 153개 기관, 5만1106명이었으므로 2차 규모가 더 클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9월3일 사전 발표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의 5대 원칙으로 △수도권에 남는 기관 최소화 △기존 혁신도시 중심 배치 △지역 대학·산업과 연계 △교통·교육·의료·문화 등 인프라 개선 △민간 건물 빌려 2027년부터 빠르게 이전을 제시했다. 5대 원칙은 1차 공공기관 이전이 산업-대학-연구소와의 클러스터(복합산단) 조성과 거주 인프라 조성이 부족해 수도권 집중의 흐름을 뒤집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나왔다.

대구혁신도시의 모습. 국토교통부 제공
그런데 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쟁점이 하나 있다. 이전 공공기관을 기존 혁신도시 안으로 옮길지, 아니면 혁신도시를 옆에 있는 대도시로 옮길지다. 1차 공공기관 이전 때는 기존 대도시 옆에 혁신도시를 신도시로 만들어 옮겼다. 이것이 기존 대도시의 인구 유출과 혁신도시의 인프라 부족이라는 양대 문제를 낳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테면 광주 옆에 나주 혁신도시를 만든 식이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전 국토교통부 장관)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은 혁신도시보다는 광역권의 거점 대도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지방의 경쟁 상대는 수도권이므로 3만~5만 명의 혁신도시로는 경쟁할 수 없다. 공공기관 임직원들도 1천만 명 도시에서 살다가 5만 명 도시에서 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수 중부대 교수(전 국토연구원장)는 “혁신도시로 인구가 유출돼 기존 대도시가 약화했다는 의견과 여전히 혁신도시가 작고 활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함께 나온다. 모두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각 지역의 상황을 고려해 지방정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세우는 국토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의 김영한 부단장은 “현재 혁신도시로 간다는 큰 원칙이 정해져 어느 기관을 어느 혁신도시로 보낼지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기관별 이전 계획이나 발전 계획은 각 지역과 협의해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대통령실의 설계안 당선작.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세종시 국회의 설계안 당선작. 국회 사무처 제공
2026년 이재명 정부는 균형발전을 위한 거의 모든 정책을 내놓았다. 1월엔 2029년 8월까지 세종시 대통령실을 완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애초 2030년께 완공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재명 대통령이 “퇴임식을 세종시에서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완공 시기가 당겨졌다.
이에 따라 7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정도시청)은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의 세종시 대통령실 설계안 당선작을 발표했다. 세종시 대통령실은 2027년 중 실시설계를 마치고 공사에 착수한다. 이에 맞춰 국회 사무처도 5월 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 등의 세종시 국회 마스터플랜 당선작을 발표했다. 세종시 국회는 2033년 완공된다.
그런데 세종시의 상징 시설인 대통령실과 국회는 같은 구역에 있음에도 조화로운 모습을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국회 사무처와, 청와대의 지시를 받는 행정도시청이 각각 추진해 통합 설계가 안 되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실과 국회가 들어서는 국가상징구역이 시민의 접근성이 매우 나쁜 점이나, 국가상징구역의 면적이 210만㎡(서울 여의도의 약 71%)로 너무 넓은 점도 한계로 지적받는다.

2026년 6월30일 이재명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전남광주 반도체 산단 예정지인 광주 군공항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2차 중앙행정기관·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균형발전 정책의 삼각축을 이루는 산업과 대학 정책도 2026년 발표됐다. 정부는 6월 반도체, 피지컬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러나 가장 구체적이라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반도체 산업단지조차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더욱이 데이터센터는 각 지역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많이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10개 공장을 추진 중인 경기도 용인 반도체 산단을 축소하지 않으면 전남광주 반도체 산단조차 불확실성이 크다. 또 군공항과 전력, 물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전남광주 반도체 산단에 이어 영남권 반도체 산단 계획이 나와야 지방 여론을 통해 문제점투성이인 용인 산단을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정책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이 정책은 9개 지방 거점 국립대마다 한 해 3천억~4천억원을 추가 투자함으로써 연구 역량을 높이고 지역 인재를 흡수하며 지역 산업과 연계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9월 교육부는 9개 거점 국립대 중 3개 대학만 선정했다. 3개 대학에도 한 해 1천억원 정도만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투입되는 전체 예산 규모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더 큰 문제는 이번에 제외된 6개 거점 국립대를 언제, 어떻게 추가 선정할지 아무 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제안자인 김종영 경희대 교수는 “이재명 정부의 가장 중요한 대학 정책인데, 출발이 좋지 않다. 나머지 6개 대학의 지원 일정을 빨리 밝혀야 한다. 또 서울대를 뺀 9개 거점 국립대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면 특별법을 제정해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년 9월1일 교육부의 집중 지원을 받는 3개 거점 국립대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충남대. 충남대 제공
2026년 이재명 정부는 노무현 정부에 맞먹는 균형발전 정책을 쏟아냈다. 이를 성공시키려면 각 정책의 내용을 강화하고 서로 연계해야 한다. 정대화 전 상지대 총장(전 국가교육위원회 상임위원)은 “정책의 강도로 보면, 이재명 정부가 균형발전에 큰 힘을 싣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들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충분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또 교육, 문화, 의료 등에 대한 종합적 지원도 필요하다. 길게 보고 꾸준히 노력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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