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 유튜브 갈무리.
요즘 한국 정치 문제의 상당 부분은 유튜브화, 쇼트폼화, 밈화에서 온다고 볼 수 있다.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2026년 10월6일 국정감사 도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발언권 제한에 대해 항의한 장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영교 의원이 “유튜브 찍으려고 이러는 거예요?”라고 묻자, 김태규 의원이 “유튜브는 위원장이 잘 찍으시잖아요”라고 대꾸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유튜브를 활용한 정치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이 장면은 징후적인 데가 있다.
이날 사태는 김태규 의원이 영화 ‘암살자(들)’을 비판하며 “우리도 ‘부엉이바위의 진실’ 하나 만들자”고 말한 것에서 시작됐다. 논리적으로 따진다면 이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들의 주장은 ‘영화라고 할지라도 어떤 경우든 사실을 왜곡하면 안 된다’는 것인데, 이는 진영과 관계없이 적용하자고 할 때에야 의미가 있다. 그런데 김 의원의 발언은 ‘왜곡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정당화해야 하므로 왜곡해야 한다’는 것으로, 모순이다. 정치 현실, 이를 넘어 우리 일상에서 이런 주장은 이미 너무나 넓게 퍼져 있다. 형식논리로 보면 분명한 오류이지만, 지적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다.
최근 정치의 고약한 점은 이런 논리적 오류가 밈화를 거치며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이 지면에서도 강조한 바 있듯, 밈은 논리적 정합성이나 일관성을 따지지 않는다. 놀이의 포장지를 뒤집어쓰고 특정한 의견을 퍼뜨리는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것이다. 밈의 이런 특성을 잘 활용하는 집단 중 하나가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미국 백악관이다. 이들은 명분 없는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아이언맨’이나 ‘스타워즈’ ‘탑건’ 등 영화의 한 장면을 편집해 올리는가 하면, 비디오게임의 일부 장면을 활용해 이란 폭격을 골프 홀인원이나 볼링 스트라이크에 비유한 영상물을 자신들의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이나 특별히 제작한 사이트 등에 올린다. 이민자 단속 풍자(?) 영상을 자율감각쾌락반응(ASMR) 콘셉트로 만들어 올린 일도 있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행위인지 의심이 생기는 이 일도 진영 논리와 결합한 밈의 세계에선 얼마든지 가능하다.
물론 한국 정치가 그 수준은 아니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영화나 게임을 활용하는 일이 없지는 않지만, 정치인의 밈 활용은 쇼트폼 영상을 활용하는 정도에 그친다. 전체 장면을 보면 이해가 쉽지 않은 정치인의 주장과 행태도 세로로 긴 쇼트폼 영상의 구도 안으로 들어가면 그럴듯한 ‘사이다’로 느껴진다. 비논리적 억지는 상대방을 향한 호통과 삿대질에 묻히고, 쇼트폼에 허용된 몇 분 동안 그 장면을 보고 평가하는 지지층은 “시원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이게 쇼트폼형 정치인이 양산되는 이유다.
그러다보니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는데, 동아일보 2026년 10월10일치 기사의 최혁진 무소속 의원과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최혁진 의원이 이진숙 의원을 비판하는 내용을 ‘이진숙 참교육!’이란 제목의 영상으로 찍어 올리자, 이진숙 의원이 “쇼츠를 만들려고 내게 일부러 시비를 건 것”이라는 반박(?)을 ‘국감 연기대상, 카메라 앞에서만 나타나는 최혁진’이란 제목의 유튜브 쇼트 영상으로 올리더라는 것이다. 이게 뭔가?
여기서 형식이 영상이냐 밈이냐 하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 오늘날 밈적 세계관이 담긴 핵심 인식이 어떻게 재생산돼 정파적 동원 수단이 되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에 만연한 밈들에 담긴 메시지를 예로 들어보자. 내로남불, 이중잣대, 표리부동, 위선, ‘너는 되고 왜 난 안 돼’…. 클리셰에 자기중심적으로 기댄 구호들이 넘쳐난다.
같지 않은 것을 같다고 하면서 왜 이건 되고 저건 안 되냐고 하는 것은 이러한 주관적 관념에 편승하는 전형적 사례다. 언론에 의해 오용되는 우리 불행한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 등을 생각해보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과 그 자유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것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그러나 클리셰로 가득한 밈적 세계에서 두 개념은 양립할 수 없다. 영화에 대해 창작의 자유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 ‘그러면 왜 스타벅스 탱크데이나 배재고 학생들의 자유를 제한했는가?’라는 ‘내로남불’ 반론이 돌아오는 것을 보라. 이런 일은 인터넷 한구석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주류 언론의 지면과 주류 정치인의 입을 통해 대중적으로 퍼져나간다. 스타벅스와 배재고 학생들이 영화를 찍거나 이에 출연한 것도 아니고, 표현의 자유는 이미 지켜지고 있으며, 단지 그들이 한 일에 책임을 지우도록 하자는 논의가 있었을 뿐이라는 항변은 ‘비겁한 변명’이라는 밈적 규정에 갇힌다. 혹시 이런 항변을 하는 주체가 40대 이상이라면 ‘여윽시 영포티’라는 또 다른 밈적 이미지를 뒤집어쓰는 게 오늘날의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밈을 활용한 조롱으로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인물이지만, 그 역시 많은 사람에게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2026년 10월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주미한국대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주미한국대사관 제공. 연합뉴스
밈적 정치에 능한 또 한 사람의 정치인이 바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다. 가령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문제 제기 방식을 다시 떠올려보자. 김승원 후보자 논란에서 ‘오빠’란 단어가 나오자 곧바로 ‘새천년 NHK 사건’을 거론하고 ‘민주당 오빠들’이라는 유행어 만들기를 시도했다. ‘정의를 부르짖지만 뒤에서는 정의를 배반하는 86세대’라는 전형적 클리셰에 정치 담론을 연결하는 것이다. 최근까지 한동훈 의원이 손댄 여러 의제에 대한 문제 제기 방식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친중·친북이고, 그래서 미국에 적대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중국이나 북한과 같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려 하고, 대통령은 사법부와 수사기관을 장악해 사실상 ‘독재’를 하고 있다는 세계관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약이 잔뜩 오른 민주당이 한동훈 의원의 자녀와 관련한 ‘스펙 만들기 의혹’을 다시 끄집어낸 것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느껴진다. ‘남의 허물은 과장하면서 자기 문제에선 한없이 관대한 사람’이라는 클리셰에 한 의원을 가두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의원 자녀의 입시 스펙 의혹에는 석연찮은 점이 많다. 한 의원은 당시 수사기관이 엄정하게 이 의혹을 수사한 것처럼 말하지만, 수사기관이 한 구체적 일을 보면 당시 윤석열 정권의 ‘황태자’를 수사하는 데 부담을 가졌을 것으로 의심할 맥락이 없지 않다.
만일 재수사가 이뤄지고 민주당과 지지층이 납득할 만한 결론이 나오면 ‘한동훈 신화’는 붕괴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허술한 결론이 한 번 더 반복된다면? 한 의원은 ‘독재자로부터 탄압당하는 민주투사’라는 클리셰와 이 구도에 기댄 밈을 동원해 반격에 나설 것이다. 밈과 밈, 클리셰와 클리셰의 끝없는 대결…. 검찰개혁과 여당 내분도 마찬가지다. 극우건 중도건 리버럴이건 한국 정치는 모두가 이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슬픈 것은 이 대결에서 승자는 극우정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포퓰리즘과 결합한 극우정치가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가령 과거에는 ‘민주주의에 반대하는가’란 질문이 극우를 판별하는 유력한 도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극우정치의 지지자도 자신을 민주주의자로 규정한다. 자유주의 기득권을 소셜미디어와 유튜브를 장악한 밈을 통해 독재로 규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극우정치가 말하는 민주주의는 고유의 가치를 내포하지 않는다. ‘독재와 싸우는 것’이 곧 민주주의다. 그게 뭐든 마음에 들지 않는 대상을 ‘독재’로 규정하면, 그것과 싸우는 거로 누구나 민주주의자가 되는 시대다.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오히려 민주주의는 질식해가고 있다. 우리가 오늘날 한국 정치에서 보는 광경이 바로 이것이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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